본 연구는 현대의 근대적 교육 담론이 갖는 한계를 진단하고, 나아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교육생태학’의 정립에 대한 시론적 검토를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현 시대에 이르러... 본 연구는 현대의 근대적 교육 담론이 갖는 한계를 진단하고, 나아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교육생태학’의 정립에 대한 시론적 검토를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현 시대에 이르러 교육의 위기에 대한 여러 교육학적 진단과 해법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생태주의의 담론은 현대 교육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용한 이론적 대안으로서 논의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근대 계몽주의 담론, 이른바 근대성 담론을 학문적 기반으로 하는 현대 교육학의 특성 상 포스트모더니즘적 반근대주의의 성격이 짙은 생태주의의 담론을 교육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칫 교육학의 휴머니즘적 이상을 무력화시키고 나아가 학문적 기반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기존의 연구들에서는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생태주의 담론의 반인간주의적 논의를 비판하며 등장한 북친의 사회생태론적 관점을 통해 생태주의 담론과 관련한 교육학의 학문적 딜레마를 해소하고, 교육의 미래적 패러다임으로서 ‘교육생태학’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근대 서구 지성사의 데카르트적 전통에서 비롯된 주체 중심의 이분법적 세계관은 계몽주의의 진보 이념과 결합하여 서구중심주의를 기반으로 한 근대 보편주의 문명론을 탄생시킨다. 이른바 계몽주의적 근대성으로 명명될 수 있는 것은 이에 해당한다. 서구와 비서구, 문명과 비문명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자에 대한 철저한 배제와 지배를 추구하는 근대 보편주의 문명론은 서구에 의한 제국주의적 식민지배의 시기를 거쳐 현대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근대 보편주의 문명론이 계몽주의가 추구하는 인류 진보의 이상과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오히려 반-휴머니즘적인 현상을 야기하는 이율배반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신자유주의는 인간과 인간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미명 하에 시장 만능주의적 경쟁체제를 정당화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나아가 세계적으로 경제적, 문화적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더더욱 자극하여 극단적인 타자 배제와 물신주의를 야기하면서 사회의 도덕적 빈곤을 조장하고, 더 나아가 전 지구적 생태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서구 근대성의 이율배반이 초래하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은 교육의 영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시장경쟁은 교육을 상품화 시켜 비인간적인 교육을 성행하도록 한다. 교육시장은 교육 주체들 간의 무한한 경쟁을 조장하고, 이러한 경쟁은 교육영역을 이른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홉스적 의미의 자연상태로 내몰고, 교육 주체들 간의 관계성을 철저히 파괴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교육은 단지 원자화되고, 폐쇄된 자아를 지닌 유아론적 인간을 양산하는 데에 그치고, 이는 교육의 휴머니즘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수용하여 처방하는 것을 넘어서 현재의 교육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과 문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론을 추구하는 생태주의의 담론은 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는 풍부한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모더니티를 혐오하고 이를 부정하는 생태주의의 논리는 교육학적 수용에 있어서의 한계점 역시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생태주의는 일반적으로 근대적 세계관의 최종적 붕괴, 피착취자로서의 자연과 착취자로서의 인간 사이에 이루어진 관계의 청산과 같은, 모더니티의 종말을 알리는 전위로서 받아들여진다. 그들이 폭로하는 무절제한 산업주의의 참상은 여러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근대의 종말’의 확증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심층생태학의 선구자인 네스는 현대사회가 갖는 현실적 모순들을 범생물권 평등주의를 기반으로 한 생태지혜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자연의 지배자로서 독립된 근대적 인간상을 거부하고 생태적인 형이상학을 바탕으로 하는 네스의 생태지혜 개념은 궁극적으로 생명존중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새로운 자아성찰 및 성취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 같은 네스의 주장은 개인의 자발적 실천성에 호소하는 수준에 머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특히 현대 기술문명의 소산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교육은 인간에 의해서 다른 인간에게 행해지는 고유한 실존적 행위로서 특징지어진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인간 종의 지속과 발전을 위한 각 개인의 성장으로 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학문으로서의 교육학은 인간의 실존성을 토대로 한 실천성을 언제나 담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적 휴머니즘이 위태로워진다면, 교육학이 갖는 학문으로서의 핵심적 근거 역시 위태로워진다는 의미이다. 포스트모던과 낭만적 생태주의의 논의 속에서 교육학의 학문으로서의 정당성이 급격하게 희미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교육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심층생태론이 추구하는 탈 근대적 포스트모더니즘에 비해 북친의 사회생태론적 관점이 더욱 합당한 근거는 모더니티에 대한 회의와 전면적인 부정을 지양하고, 성찰과 개조, 재구성을 통해 보다 진보된 모더니티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북친은 현대사회의 여러 위기상황들이 모더니티의 합리성과 휴머니즘적 인간중심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반인간주의자들의 주장에 반대하고, 인간의 이성을 자연 진화의 경이로운 소산으로 인지하며, 새로운 생태사회의 건설은 무엇보다도 휴머니즘의 정상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북친의 관점에서 자유를 통한 인간의 해방과 온전한 이성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계몽주의적 휴머니즘의 전제는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계몽주의적 휴머니즘의 전제는 분명 합리적이고, 이상적이다. 단지 그러한 휴머니즘적 이상을 받아들였던 인간사회의 필연적 패러독스가 이를 변질시켰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북친은 변질된 휴머니즘이 야기한 폐해로 인해 그 전제가 되는 휴머니즘의 본래적 이상까지 모두 폐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사회생태론적 관점에서 휴머니즘은 부정되고,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발전적인 진화의 과정, 북친의 말을 빌리면, 상보성의 윤리에 기초한 새로운 휴머니즘으로의 이행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전승될 수 있다. 이러한 휴머니즘의 발전적 전승은 실천으로서의 교육은 물론 학문으로서 교육학의 새로운 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북친의 관점에서 모더니티의 휴머니즘은 인간교육과 교육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촉매로서의 유효성을 아직 잃지 않았다. 결국 관건은 교육적으로 관계성의 담론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로 부터 시작된다. 신자유주의적 시장화로 인해 파편화된 개인으로부터 교육적 관계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서 북친적 관점의 생태적 휴머니즘의 교육적 구현은 분명한 의미를 지닌다. 학습의 주체와 타자 간의 관계성은 타자에 대한 이해와 인정, 그리고 이로부터 창출되는 교육적 다양성의 발현으로 복원될 수 있다. 인간은 개체만으로는 고유한 존재방식과 내용에 있어서 독자적인 자기완성을 할 수 없다. 개체와 개체는 유아독존의 단독자가 아닌, 상호관계라는 존재론적 바탕 위에서 자신의 실존을 지향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인간의 존재는 관계성 속에서 정의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을 통한 자기실현은 오직 우리가 타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에 관심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 타자와의 관계성 정립을 통해 인간은 그 관계 내에서 자신을 정의한다. 교육의 질은 자신 또는 타인이 갖는 개별적인 명석함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호관계 속에서 공동의 성취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북친은 현대의 생태 위기의 대부분은 사회문제로부터 비롯되었다는 확신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에 생태 문제는 곧 사회 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위계적 지배 질서에 대한 비판과 해체가 현 생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북친적 관점의 교육이란, 교육에 있어서 위계적 지배구조를 종식시키고, 교실 안에서 학생들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장하여, 그들로 하여금 관계에 기반 한 학습을 통해 기존의 교육을 지속가능한 관계 지향적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토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은 신자유주의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병리현상은 물론 인간의 자연지배의 결과로 나타난 생태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중요한 사회적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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