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거래는 다양화·대량화 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은 많은 경우에 사업자가 미리 마련한 약관을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사업자는 거래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약... 현대사회의 거래는 다양화·대량화 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은 많은 경우에 사업자가 미리 마련한 약관을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사업자는 거래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약관의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성하는 속성이 있다. 반면에 고객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약관의 내용을 잘 모르거나 그 내용이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그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약관이 지배하는 거래영역에서 사업자는 능동적으로 명령의 자유를 누리고, 고객은 수동적인 지위에서 계약내용결정의 자유가 제한된다. 약관에 의한 계약체결을 강요받는 고객에게는 오로지 계약체결의 자유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약관에 의하여 체결되는 계약에는, 당사자의 대등을 전제로 하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이에 대한 일정한 수정이 필요하다. 약관에 의하여 체결되는 계약을 규제하여 약관내용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고객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는 약관규제법의 제정과 시행을 통하여 약관에 대한 내용통제를 실현하고 있다. 약관규제법은 약관사용자인 사업자의 상대방을 특별히 ‘고객(顧客)’이라고 표현한다. 고객은 재화와 용역의 최종 구매자인 소비자는 물론, 우월한 지위의 사업자가 제안하는 약관에 의한 계약의 청약을 거절하지 못하는 영세 상인이나 하청기업과 같은 경제적 약자까지 모두 포함한다. 약관의 내용통제는 약관 조항의 내용을 공정하게 하여 이러한 경제적 약자인 고객을 보호하고 거래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입법목적과 달리, 약관규제법에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규정이 많다. 이를 적용하는 법원도 경제적 약자인 고객 보호 이념에 충실하지 못한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 연구자는 고객 보호의 시각에서 약관규제법상의 기본 법리와 외국 주요국가의 입법례를 살피고, 편입통제·해석통제·불공정성통제의 단계적 방법에 대한 유기적인 연구와 검토를 통하여, 그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석론과 입법론적 시각에서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본 논문에서 검토한 약관규제법의 내용통제에서 야기되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 해석론 및 입법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해석론을 본다. 첫째, 약관규제법상 약관이란 사업자가 고객과의 계약체결을 위하여 계약의 내용이 될 사항을 미리 마련하여 둔 것 일체를 말하는 것이다. 약관의 개념을 엄격히 하는 것은 고객이 약관규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고객 보호의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반대로 개별약정은 약관의 개념을 축소시키는 기능을 하므로 그 요건과 증명책임에 대한 판단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약관이 계약내용으로 되기 위해서는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하자는 당사자 사이의 채용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사업자의 공정한 약관 작성을 유인하기 위해서 사업자의 작성의무를 단순히 선언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 된다. 설명 의무의 대상이 되는 약관 조항의 중요한 내용은 급부의 내용, 사업자의 면책, 고객의 책임 가중에 관한 내용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관계나 특별한 거래 분야에서의 약관에 대하여도 약관규제법의 규정과 상호 모순·저촉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관규제법의 중첩적인 적용을 통하여 고객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해석통제 단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은 불공정성통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일반 사법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보다 강화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객관적 해석원칙은 고객의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아 고객 보호에 미흡한 점이 있다. 따라서 해석통제에서는 고객유리의 해석원칙의 적용을 통하여 이를 보완하여야 한다. 다섯째,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과 제2항의 규정은 체계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또한 약관규제법이 규정하는 불공정성통제의 판단 대상과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한편 불공정한 약관에 대한 일반적인 효과만으로는 공정한 약관 사용을 기대하기 곤란하여 고객 보호에 충분하지 못하다. 여섯째, 약관규제법 제8조의 위약금에는 위약벌이 포함되는데, 법원은 이를 감액할 수 없고, 동조에는 효력유지적 축소해석도 적용되지 않는다. 약관규제법 제14조의 부당한 소송제기의 금지에는 부당한 중재합의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고객에게 증명책임을 전가하는 약관 조항은 그 불공정성의 정도가 심하다. 일곱째, 불공정성통제의 단계에서 개별적 통제에 직접적으로 포섭되지 않는 경우는 불공정성 판단이 유보된 경우로 보아 일반적 통제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약관 조항이 계약에 편입되지 못하거나 불공정하여 무효인 경우에는, 무효로 된 부분에 대하여 임의법규를 적용하여 계약내용을 정하면 된다. 효력유지적 축소해석은 고객 보호를 위한 내용통제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행정적 통제와 사법적 통제는 그 구조적 차이와 특성에 따라 불공정성 판단의 기준이 다르므로 고객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입법론을 본다. 첫째, 약관규제법 제2조 제1호에 약관의 개념요소로 규정되어 있는 ‘일정한 형식’이라는 문구는 삭제하고, ‘다수의 계약을 위하여’라는 요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약관규제법 제4조는 개별약정의 요건으로 ‘개별적인 교섭’을 명문화하고, 개별약정에 실질적인 교섭이 있었는지 여부는 사업자가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의 본문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약관 조항의 중요한 내용으로 ‘급부의 내용’, ‘사업자의 면책’, ‘고객의 책임 가중’ 등을 예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동항 단서는 고객 보호 이념과 친하지 않으므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작성의무 위반의 경우에도 편입통제의 효력을 규정한 약관규제법 제3조 제4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약관규제법 제30조 제1항에서 근로기준법을 삭제하고, 동조 제2항은 약관규제법이 약관에 관하여는 우선 적용되는 특별법임을 명시하되,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고객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그 법률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여 고객을 중첩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약관규제법 제5조 제1항 후문을 “고객에 따라 불리하게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로 개정하여 통일적 해석원칙의 독자적 의미를 반영하고, 고객의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객관적 해석원칙의 문제점을 보완하여야 한다. 다섯째,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은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이다”로 개정하는 것이 조문의 체계상 합리적이다. 약관규제법 제6조 제2항 제2호는 불공정성통제의 판단 기준으로 ‘계약체결의 목적’, ‘계약의 내용’을 고려하도록 하되, 동조 제3항을 따로 두어 임의규정을 기준으로 불공정성통제의 대상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불공정한 약관을 사용하는 사업자에 대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는 것도 고객 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 여섯째, 약관규제법 제14조에 부당한 중재합의도 포함되도록 명시적으로 개정하고, 고객에게 증명책임을 전가하는 약관 조항은 절대적 무효조항으로 할 필요가 있다. 약관에 의한 계약체결에서 발생한 분쟁에 대하여 고객의 주소를 기준으로 전속관할 규정을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일곱째, 약관규제법 제17조가 규정하는 불공정약관조항을 “제6조부터 제14조까지의 규정에 해당하거나 해당할 우려가 있는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라고 개정하여 행정적 통제의 불공정성에 대한 심사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이 본 논문은 현행 약관규제법이 안고 있는 고객 보호에 미진한 몇 가지 문제점을 중심으로 비교법적인 연구 및 판례 분석을 통하여 상세한 해석론을 전개하고, 입법론까지 개진하였다. 다만 국제거래계약에서의 약관과 행정적 통제의 절차적 문제 등은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본 논문에서 개진한 몇 가지 입법론은 고객 보호의 관점에서 개별입법으로서의 입법론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향후 약관규제법의 개정이나 민법으로의 흡수·통합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본 논문의 연구를 바탕으로 국제거래의 현실 및 사법의 일반원칙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구체적인 논의가 전개되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