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음향음성학적 분석을 통해 프랑스인 학습자의 한국어 발음 오류와 발음 습득 시 나타나는 특징을 밝히고 발음 오류를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본 연구는 음향음성학적 분석을 통해 프랑스인 학습자의 한국어 발음 오류와 발음 습득 시 나타나는 특징을 밝히고 발음 오류를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프랑스인 학습자들이 한국어 발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 모국어의 영향 정도, 습득과 숙달도의 연관성, 오류의 양상 등에 대해 고찰하였다.
본 연구의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Ⅰ장에서는 본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을 밝히고, 프랑스어권 한국어 학습자의 발음에 관한 선행 연구와 한국인 프랑스어 학습자의 발음에 관한 연구를 검토하였다. 선행 연구의 검토에서 두 분야를 모두 다룬 것은 양쪽의 학습자들이 두 언어의 상이한 음소체계로 인해 발음 습득 시 겪는 어려움을 비교해 보기 위함이다.
Ⅱ장에서는 한국어와 프랑스어의 발음 체계와 본 연구의 근간을 이루는 언어 습득 이론과 발음 습득 관련 이론을 소개하였다. 먼저 한국어와 프랑스어의 발음 체계를 분절음과 초분절음 체계로 나누어 소개하였는데 이는 후에 다룰 음향음성학적 분석의 기본이 되는 내용이다. 이어 본 연구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언어 습득 이론으로 대조분석가설을 소개하였다. 본 연구에서 밝히는 발음 오류들이 모국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발음 교정 방안이 시청각교수법을 적용한 방안이므로 시청각교수법의 내용도 함께 제시하였다. 발음 습득 이론으로는 Prator와 Flege의 이론을 제시하였다. 두 이론을 토대로 프랑스인 한국어 학습자들이 가장 발음하기 어려워할 음소가 경음 계열의 음소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Ⅲ장에서는 한국어 발음에 대한 프랑스인 학습자의 인식 조사 결과와 습득 순서에 대해 밝혔다. 프랑스와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한국어 학습자 30명을 대상으로 한국어 발음에 대해 느끼는 어려움의 정도, 영역별 난이도, 발음 교정을 위한 노력 여부와 태도, 개별 자모음에 대한 난이도 등에 대해 물었고 그 결과를 전체적 인식, 숙달도별 인식, 학습 환경별 인식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다섯 묶음으로 구성된 설문 문항 중 발음의 영역별 인식과 한국어 자모음에 대한 인식을 본문에 실었다. 발음의 영역은 자음, 모음, 강세, 음운규칙, 억양으로 나누었다. 인식 결과를 보면 학습자들은 음운규칙 〉자음 〉강세 〉억양 〉모음의 순으로 어려워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음운규칙은 초급은 어렵다고 답한 반면 중급은 그렇지 않아 숙달도별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났다. 학습 환경별로 보았을 때 한국 거주 학습자는 자음과 강세를, 프랑스 거주 학습자는 음운규칙과 억양을 어렵다고 답하였다. 개별 자모 음소의 난이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학습자들이 경음과 이중모음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어 자모음 난이도에 대한 인식이 실제로 나타나는 발음 오류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도 실시하였다. 한국 거주 학습자 5명과 프랑스 거주 학습자 5명이 읽은 실험 문장을 분석하여 자음과 모음 각각의 습득 순서를 분석하였고 이 결과를 함축도표(Implicational Scale)로 제시하였다. 인식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초성 자음의 경우 경음 계열이 가장 늦게 습득되었고, 이중모음이 단모음에 비해 늦게 습득됨을 알 수 있었다. 받침인 종성 자음의 경우 학습자들이 대표음으로 발음되는 것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Ⅳ장에서는 프랑스인 학습자의 한국어 발음을 음향음성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피험자는 초급 4명, 중급 4명이었으며 성별은 남, 여 각 2명씩이다. 한국인 모어 화자와의 발음 비교를 위해 한국어 교사, 한국어교육전공 학생, 언어학 전공 학생으로 구성된 8명을 비교 집단으로 삼았다. 음향 분석 프로그램인 Praat를 사용하였고 분석은 한국어 분절음과 초분절음으로 나누어 실시하였다. 분절음 분석은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었다. 자음에서는 파열음과 마찰음, 파찰음을 분석하였다. 파열음은 VOT(Voice onset time) 값과 피치(pitch) 값을, 마찰음과 파찰음은 자음 길이와 무게중심을 분석하였다. 모음은 단모음과 이중모음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단모음은 이중모음으로 발음이 허용되는 /ㅚ/와 /ㅟ/를 제외한 여덟 개 음소의 포먼트(formant) 값을 분석하였다. 프랑스어에는 원순모음이 많아 모국어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혀의 고저를 나타내는 F1, 혀의 전후 위치를 나타내는 F2와 원순 여부를 나타내는 F3 값도 함께 측정하였다. 이중모음은 /j/계열, /w/계열의 이중모음과 /ɰ/를 대상으로 활음(onglide)과 제1목표음(onset)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숙달도별 분석도 함께 실시하였다.
전체적인 결과를 보면 파열음의 경우, 프랑스인 학습자들은 평음과 경음을 구분이 안 되게 발음하였다. 격음의 기식도 한국인에 비해 약했고 VOT 값은 모국어인 프랑스어의 파열음에 가까웠다. /ㄱ/, /ㄷ/, /ㅂ/계열 중 /ㅂ/계열의 수치가 한국인의 수치와 가까워 다른 두 계열에 비해 습득이 빨리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Ⅲ장에서 살펴본 습득 순서와 일치하였다. 따라서 파열음 교육 시 습득이 쉬운 /ㅂ/계열 삼중 대립의 특성을 잘 이해시킨 후 다른 계열의 발음을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마찰음과 파찰음의 경우 평음과 경음의 구분을 길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음 분석 결과를 전반적으로 볼 때 모국어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모음의 경우에는 단모음은 전설성과 원순성, 이중모음은 활음과 제1목표음의 길이를 특징으로 찾을 수 있었다. /ㅡ/를 원순화시켜 발음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j/계열, /w/계열 이중모음의 경우 프랑스인 학습자의 활음과 제1목표음의 길이가 한국인에 비해 두 배 정도 길었다. 이로써 한국어의 이중모음을 두 개의 단모음을 순차적으로 이어 뚜렷하게 발음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ɰ/의 경우 프랑스인 학습자의 활음과 제1목표음의 길이가 모두 한국인에 비해 짧아 매우 어색한 발음을 하였다. 이중모음의 발음은 자음과는 달리 숙달도별 차이가 있었다. 숙달도가 높은 학습자들의 활음과 제1목표음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아 숙달도가 낮은 학습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발음함을 알 수 있었다. 단모음의 원순성이 강한 것, 이중모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 모두 모국어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초분절음에 대한 분석은 평서문, 의문문, 청유문, 명령문의 문미 억양과 초점 발화문의 강세와 억양을 대상으로 하였다. 의문문의 문미 억양은 다시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 의문사가 없는 의문문과 선택 의문문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초점 발화문의 분석은 초점이 서로 다른 어절에 놓인 평서문 문장, 설명의문문, 판정의문문으로 나누어 실시하였다. 초점이 서로 다른 어절에 놓일 경우 강세와 억양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문장의 음역(diapason, pitch range), 초점이 놓인 어절의 F0(frequence fondamentale) 최고값과 상승폭을 측정하였다. 모든 결과는 한국어 모어 화자 집단의 결과와 비교하여 제시하였다. 평서문 문장에서 말토막의 마지막 음절을 길게 발음하는 현상을 볼 수 있었고 선택 의문문은 앞뒤의 질문의 억양을 동일하게 발음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초점 발화 문장 분석 결과를 보면 프랑스인 한국어 학습자 집단은 한국인 집단에 비해 음역이 좁았고, F0의 최고값이 낮았으며 상승폭도 작았다. 모국어인 프랑스어 발화 시에 높낮이로 느끼게 되는 넓은 음역이 한국어 문장 발화 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초점 발화 문장에서는 초점이 놓인 어절에 강세를 두지 않아 F0의 최고값이 한국인에 비해 낮았으며 억양의 상승폭도 크지 않아 초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Ⅴ장에서는 본 연구의 결과들을 요약하여 정리하였고 본 연구의 의의와 한계, 프랑스인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발음 교육 방법과 후속 연구에 대한 제안을 밝혔다.
본 논문은 프랑스인 학습자의 한국어 발음 습득 과정과 오류 양상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발음 교육 기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하여 발음 교육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분절음 발음과 실제 의사소통에서 간과될 수 없는 초분절적 요소들에 대해 음향학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프랑스인 학습자가 한국어 분절음을 발음할 때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숙달도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프랑스인 학습자들이 의사소통 시에 억양을 제대로 구사하는지와 억양 습득 과정에서 어떤 양상의 오류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한 후 한국어 발음 교육 전반에 관한 제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지금까지 체계적으로 연구된 적이 없는 프랑스인 한국어 학습자의 한국어 발음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는 점, 학습자의 인식과 실제 발음과의 연관성을 밝히고자 한 점, 분절음 분석과 초분절음 분석을 함께 실시한 점, 그리고 프랑스인, 나아가 프랑스어권 학습자의 한국어 발음 교육을 위한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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