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VOT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인 자바계, 순다계 한국어 학습자와 한국인이 발음하는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 음성학적 특징을 밝혔다. 본 논문은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 또는 ...
본 연구의 목적은 VOT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인 자바계, 순다계 한국어 학습자와 한국인이 발음하는 한국어 파열음의 음향 음성학적 특징을 밝혔다. 본 논문은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 또는 환경에 따라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이 발음한 한국어 파열음 VOT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고찰해 본 논문이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인, 인도네시아인 자바계, 순다계가 발음한 한국어 파열음 VOT에 대한 음향 음성학적 실험 결과를 분석하여 그것이 갖는 음성학적 의미를 논하였다. 음향실험의 결과를 요약하자면, 조음 위치에 따라 한국인과 자바계가 발음한 한국어 파열음 VOT는 ‘연구개음 > 치경음 > 양순음’ 순으로 나타난 반면, 순다계가 발음한 한국어 파열음의 VOT는 ‘연구개음 > 양순음 > 치경음’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모든 피실험자가 연구개음의 VOT를 가장 길게 발음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이유는 협착이 일어나는 지점의 뒤쪽 공간이 작을수록 혹은 앞쪽 공간이 클수록 성문상압이 커지고, 성대 진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성문상압이 성문하압보다 커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조음 방법에 따라 피실험자들이 발음한 한국어 파열음 VOT가 ‘격음 > 평음 > 경음’ 순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고 ‘격음 > 경음 > 평음’ 순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파열음 VOT는 기식의 강도의 영향을 받는다. 기식이 많이 일어날수록 VOT가 더 길어진다고 할 수 있으며, 한국어 파열음 중에는 격음이 가장 큰 기식성을 보인다. 반면 평음은 비교적 작은 기식성을 가지며, 경음은 기식이 없다.
한국인과 자바계가 발음한 한국어 어두 파열음 VOT는 ‘격음 > 평음 > 경음’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순다계가 발음한 어두 파열음 VOT는 ‘격음 > 경음 > 평음’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다계가 발음한 한국어 평음이 일반 유성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순다계가 발음한 한국어 어중 파열음 VOT는 ‘격음 > 경음 > 평음’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어의 파열음은 유무성 대립이 음운론적 기능이 없다. 한국어 자음에서 유성성 자질은 음성적 차원의 변이음에서 실현된다. 예를 들어, 평음(ㅂ, ㄷ, ㄱ)의 경우 어두에서는 무성음이지만, 어중에서는 유성음화된다. 일반적으로, 무성음에 비해서 유성음의 VOT가 더 작다. 따라서 어중에 위치한 한국어 평음이 무성음인 경음보다 더 짧은 것이다. 그런데 다른 피실험자들과는 달리, 자바계가 발음한 한국어 어중 파열음 VOT가 ‘격음 > 평음 > 경음’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바인이 발음한 평음은 숨소리(Breathy Voice)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달리 자바계와 순다계가 발음한 어두와 어중 파열음 VOT는 차이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순다계보다 자바계의 파열음 VOT 값이 더 컸다. 순다계가 발음한 한국어 평음은 모국어의 유성음으로 전이되기 때문에 순다계가 발음한 한국어 평음은 일반 유성음(Modal Voice)으로 발음된다. 반면에 자바계가 발음한 한국어 평음은 모국어의 숨소리로 전이되기 때문에 자바계가 발음한 한국어 평음도 숨소리로 발음된다. 숨소리는 성대 진동이 유성음보다 약하다. 따라서 숨소리는 유성음에 속하지만 VOT 길이가 일반 유성음보다 더 길게 나타났다. 그래서 순다계보다 자바계가 발음한 평음 VOT가 더 길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의 한국어 어두 파열음 VOT를 비교한 결과, 한국인이 발음한 평음(ㅂ, ㄷ, ㄱ)의 경우 무성음이지만 인도네시아인이 발음한 한국어 평음(ㅂ, ㄷ, ㄱ)은 유성음이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인보다 한국인이 어두에 발음한 평음이 명확하게 더 길었다.
한국인과 자바계의 경음 VOT보다 한국인과 순다계의 경음 VOT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바계나 순다계의 경음 VOT는 한국인보다 더 길다. 한국어의 경음 같은 경우에는 협착 성문성 자질(constricted glottis)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이 경음을 발음할 때 성대인대의 긴장감을 나타내며 성대가 가깝게 좁혀짐으로써 공기가 잠시 동안 통과할 수 없는 소리를 낸다. 협착 성문성 자질을 가지고 있는 파열음의 VOT가 협착 성문성 자질이 없는 파열음의 VOT보다 더 짧다. 순다계와 자바계의 경우에는 경음을 발음할 때 협착 성문성 자질이 없는 모국어의 무성폐쇄음을 전이시켜서 발음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자바계와 순다계가 한국인보다 경음을 발음할 때 VOT가 더 길다.
인도네시아어 파열음 중에 기식성 자질을 갖는 파열음이 없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인들이 격음을 발음하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 한국인보다 인도네시아인들이 어두의 격음을 발음할 때 기식 강도가 더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두에서는 한국인보다 인도네시아인이 발음한 격음 VOT가 더 짧게 나타났다.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이 발음한 한국어 파열음 VOT가 어두에 비하여 어중에서 VOT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인보다 한국인이 발음한 어중 파열음 VOT가 더 많이 약화되기 때문에 어두 파열음 VOT와는 달리 인도네시아인이 발음한 한국어 어중 파열음 VOT가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과 자바계의 어중 평음 VOT 사이에서 차이가 있는 반면 한국인과 순다계의 어중 평음 VOT 사이에서 차이가 없었다. 어중에서는 한국인, 자바계와 순다계의 평음은 공통적으로 유성음으로 발음된다. 그러나 자바계의 평음은 일반 유성음으로 발음되지 않고 숨소리로 발음된다. 그래서 어중에서는 자바계의 평음과 한국인의 평음의 VOT가 차이가 있었다. 한국인과 자바계의 어중 경음과 격음 VOT와 한국인과 순다계의 어중 경음과 격음 VOT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인의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의 파열음 VOT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t-검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인이 발음한 한국어 평음(ㅂ, ㄷ, ㄱ) VOT와 인도네시아어 유성파열음(b, d, g) VOT 사이에서, 또는 한국어 경음(ㅃ, ㄸ, ㄲ) VOT와 인도네시아어 무성파열음(p, t, k) VOT 사이에서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VOT 값을 보면, 인도네시아인이 발음한 한국어 평음은 인도네시아어 무성파열음을 전이(transfer)시켜서 발음하고, 한국어의 경음은 인도네시아어 무성파열음을 전이시켜서 발음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의 VOT를 대조하는 음향 음성학적 연구 특히 VOT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바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의 결과는 의의가 있으며 또는 이 연구 결과는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하거나 배우고 있는 한국인과 한국어를 전공하거나 배우고 있는 인도네시아인의 발음 교육을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를 발음한 세 화자 집단(한국인, 자바계, 순다계) 사이에 음향 음성학적 특징을 알아보았다. 실험결과, 세 화자 집단이 발음한 VOT가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는 한국어 발음 교육에 있어서 각 집단에게 다른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이 발음한 한국어 파열음(평음, 경음, 격음) VOT와 인도네시아인이 발음한 한국어 파열음(평음, 경음, 격음) VOT 중에서 한국인의 경음과 인도네시아인의 경음 VOT는 다른 조음 방법에 따른 파열음에 비하여 제일 비슷하다. 인도네시아인이 한국어 경음을 발음할 때 모국어의 무성 파열음을 전이시켜서 발음한다. 인도네시아어의 무성 파열음과 한국어의 경음이 제일 비슷한 소리로 발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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