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글을 읽는 목적에 따라 글과 상호 작용하며 배경 지식을 활용하여 글에 담긴 내용과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읽기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단어를 인지...
읽기는 글을 읽는 목적에 따라 글과 상호 작용하며 배경 지식을 활용하여 글에 담긴 내용과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읽기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단어를 인지하고 문법적 구조를 파악하는 하위 과정의 읽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글의 의미 파악, 배경 지식을 활용한 추론을 통한 내용 이해, 읽기 전략의 사용과 이해 오류 수정을 모니터링하며 통제하는 등의 상위 과정의 읽기가 함께 효율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중학교 영어 읽기 교육은 교과서나 교재의 지문을 정독하며 지문에 사용된 어휘의 의미를 알고 문장의 문법적 구조를 파악하여 지문을 해석하는 등 하위 과정의 읽기에 중점을 두고 이에 대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중학교 학습자의 영어 읽기 능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독과 함께 다독 활동을 활용한 교육이 수행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읽기 난이도가 높지 않고 삽화가 있는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 활동 연구를 통하여 그 효과를 살펴보고 하위 과정뿐만 아니라 상위 과정의 읽기를 함께 수행하는 효과적 영어 읽기를 위한 교육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장기간을 두고 학습자의 점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다독 활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 대상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자 중학교 학습자 1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학습자는 학교 영어 과목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영어로 된 이야기책을 읽은 경험이 거의 없었다. 또한, 영어 읽기에 대한 흥미가 높지 않은 편이었으며 영어 단어집 암기를 통한 어휘 교육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 활동 이후 학습자의 다독 활동 양상과 영어 읽기에 대한 인지적 및 정의적 측면에서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여 학습 배경 및 다독 활동 관련 설문 조사, 사전 및 사후 읽기 능력 관련 평가, 사전 및 사후 영어 읽기 전략 사용에 대한 설문 조사, 사전 및 사후 영어 읽기에 대한 정의적 태도에 관한 설문 조사, 다독 활동에 대한 심화 설문 조사 등이 진행되었다. 6개월의 다독 활동 기간 동안 연구자는 주 3회 학습자와 만나 약 40분 정도의 다독 활동 수업 시간을 가지고 학습자의 다독 활동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다독 활동 중의 행동과 발언들을 관찰, 녹음하여 기록하고 분석하였다. 다독 활동 수업 시간에는 기본적으로 학습자가 읽은 책에 대해 구두로 보고하면 연구자는 이를 바탕으로 본문의 주요 내용에 대하여 학습자에게 질문을 하여 다독 활동 상황을 점검하였다. 그리고 학습자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 질문하면 연구자는 학습자 스스로 책 속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다독 활동 수업이 없는 날에도 학습자의 다독 활동은 자율적으로 계속 되었으며, 매주 일요일 다독 활동 수업 후, 학습자는 연구자와 함께 지역 도서관을 방문하여 그 주에 읽을 다독 자료를 확보하였다. 연구자는 도서관에서 학습자가 다독 자료를 스스로 선정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이를 기록하여 분석하였다.
본 실험의 연구를 통하여 얻어진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자는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 활동을 하면서 영어 아동문학 책을 거의 매일 꾸준히 읽게 되었으며 영어 글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였다. 또한, 독후보고서의 내용이 점차 향상되어 글의 구성에 짜임새를 갖추고 학습자의 생각과 감정도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학습자의 독서 경험 폭의 확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학습자는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책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스스로 읽고 싶은 책에 대한 정보를 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도서를 선택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더 많은 장르의 영어 아동문학 책을 접하게 되면서 독서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둘째,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 활동은 학습자의 전반적인 영어 읽기 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어 읽기 속도의 경우 분당 읽은 단어 수가 122개에서 133개로 증가하였고 영어 어휘력 평가와 영어 독해력 평가의 정답 문항수가 각각 4문항이 늘어 정답률이 20% 상승하였다. 또한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독해 난이도 측정 지표 중 하나인 렉사일 도서지수를 이용하여 학습자가 읽은 도서들의 독해 난이도를 분석한 결과, 학습자는 다독 활동 초반기 미국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수준의 도서에서 후반기에는 4~5학년 수준의 도서를 읽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 활동이 학습자의 영어 읽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러한 영어 읽기 능력의 향상은 다독 활동을 시작한 지 12주 정도가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나타났다. 이는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 활동의 교육적 효과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다독 프로그램 운영 계획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 활동 이후 학습자가 비효율적 읽기 전략을 사용하는 빈도가 뚜렷이 낮아지고 효율적 읽기 전략을 사용하는 빈도는 소폭 상승하였다. 학습자는 다독 활동 이후 한 줄 씩 또는 어순을 바꿔서 해석하며 읽거나 소리 내어 읽지 않게 되었으며, 어휘나 문법을 몰라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앞뒤 글의 흐름을 살펴보며 그 의미를 유추하였다. 또한 학습자는 다독 활동 이후 영어 글을 읽을 때 한국어 글을 읽을 때보다 천천히 읽는 일이 적어졌다. 그리고 글을 읽을 때 모든 부분을 같은 속도로 읽는 경우는 줄어들고 글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읽기 속도를 달리 하는 전략은 더욱 자주 사용되었다. 이와 같은 읽기 전략 사용의 변화는 학습자가 다독 활동 과정을 통하여 어떤 읽기 전략이 더 효율적인지 알게 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는 읽기 전략은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다독 활동 이후 학습자의 영어 읽기에 대한 내적 가치와 자기효능감, 흥미도가 상승하였고, 영어 읽기에 대한 거부감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자는 잘 모르는 단어들의 의미를 문맥이나 삽화를 통해 유추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어려운 영어 글을 읽는 것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었으며 영어 읽기 시험을 보는 것이나 해석하기 어려운 문장이 포함되어 있는 글, 길이가 긴 영어 글을 읽는 것에 대한 학습자의 거부감도 감소하였다. 또한 점차 책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지면서 몰입하여 책을 읽었으며 영어 읽기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학습자의 수준에 다소 어려운 영어 이야기책 읽기에도 도전해보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는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 활동이 학습자의 영어 읽기에 대한 정의적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하였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를 통하여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활동이 학습자의 독서 경험의 폭을 넓히고 영어 읽기에 대한 인지적 및 정의적 측면에 대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영어 아동문학을 활용한 다독 활동의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므로 교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학습자의 다독 활동을 계속 장려해야 하며 다양한 다독 및 다독 후 활동을 꾸준히 개발하여 학습자가 다독 활동을 지속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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