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 그 나라의 문화를 모르고서는 그 언어를 다 알았다고 할 수가 없다. 언어를 학습한다는 것은 그 문화를 학습하는 것이며, 그 문화를 알아야만 원활한 의사소통이 ...
언어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 그 나라의 문화를 모르고서는 그 언어를 다 알았다고 할 수가 없다. 언어를 학습한다는 것은 그 문화를 학습하는 것이며, 그 문화를 알아야만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국어교육에서도 문화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에 따른 많은 연구와 논의가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고 그에 대한 자료 또한 많지 않다. 수준별로 문화의 내용을 제시하는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 기관과 교재에서 다루고 있는 문화의 내용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문화내용을 성취문화와 행위문화 그리고 관념문화로 나누고, 성취문화와 행위문화의 바탕이 되는 관념문화의 내용을 선정하여 수준별로 제시하였다.
관념문화는 목표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행동 양식이나 생활 방식의 내면에 깔려있는 정신적인 부분으로서, 목표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관념문화의 교육 내용을 선정하기 위해, 먼저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 교재와 한국어교육기관에서 출판된 한국어 교재를 분석하여, 현재 학습자들에게 제시되고 있는 관념문화의 내용을 조사하였다. 교재를 분석하기 위한 관념문화의 하위 범주를 가치관, 민족성, 정서, 사상, 종교 그리고 상징체계로 분류하고, 각 관념문화의 범주에 해당하는 관념문화의 내용들이 교재에서 어떻게 제시되고 있는지, 또 수준별로 어떤 내용들이 제시되고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교재의 분석 결과, 제시되고 있는 관념문화의 내용은 가치관에 대한 내용이 다른 관념문화의 내용보다 많았으며, 수준별로도 각 교재들이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이 달랐다.
그리고 관념문화의 내용을 선정하기 위해서 학습자들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관념문화의 내용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학습자들과 교사들의 요구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재를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학습자들과 교사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관념문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어 학습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관념문화의 내용이 무엇이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그리고 관념문화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그 내용들이 한국어 학습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지, 또 어느 단계에서 학습하는 것이 좋은지를 조사하였다. 설문조사의 결과, 한국어교육에서 관념문화에 대한 학습자들의 관심과 흥미는 높았으며, 한국어교육에서 필요하다는 결과를 보였다. ‘추가적인 문화 수업이 필요한가’의 문항에서 ‘전혀 필요 없다’라는 답은 없었고, ‘조금 필요하다’ 57명, ‘매우 필요하다’ 19명으로 83%가 추가적인 문화 수업시간을 요구하였다.
학습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문화 내용은 관혼상제나 잔치, 명절과 같은 세시풍속의 답이 가장 많았으며, 반면에 교사들의 경우는 생활문화가 가장 많이 나왔다. 관념문화의 21개 문항의 필요도 분석결과에서는 관념문화의 항목 중 대부분이 60~70% 이상으로 한국어교육에서 필요하다고 대답하였다. 수준별 선호도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가족호칭 사용’, ‘초면에 사적인 질문하기’, ‘예절문화’, ‘우리의식’, ‘찌게나 음식을 같이 먹음’에 대한 내용은 학습자와 교사 모두 초급수준에서 학습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하였으며, ‘체면중시’, ‘남녀차별 및 남성 우선’, ‘학연 및 지연’, ‘기념일이나 잔치’, ‘정 문화’, ‘음주가무를 좋아함’, ‘한턱내기’, ‘거절의 말을 못함’, ‘숫자나 길흉의 의미’ 등은 중급수준에서 학습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냄비근성’, ‘운이나 부귀영화’, ‘감성적인 정서’, ‘선비사상’, ‘교육이나 학벌’, ‘인연이나 내세’, ‘토정비결이나 사주팔자’ 등은 고급수준에서 학습했으면 좋겠다고 답하였다.
교재를 분석한 결과와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관념문화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선정하여 정리하였다. 먼저, 관념문화의 초급수준에 해당하는 내용은 한국 생활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내용을 우선하여 선정하였다. 가치관과 관련된 행동양식이나 생활양식으로 예절문화나 조상숭배, 가족중심사상, 권위주의 등의 내용과 공동체의식, 기복사상 등이 관념문화의 초급수준의 내용에 해당된다.
중급수준의 관념문화 내용으로는 정서적이거나 사상, 종교와 관련된 부분을 선정하였다. 한국인의 정 문화, 체면이나 격식을 중시, 빨리빨리문화, 그리고 천신숭배사상 등이 관념문화의 중급수준에 해당한다. 고급수준의 관념문화 내용은 민족성에 관한 내용이나 사상적인 부분을 교육내용으로 선정하였다. 혈연이나 지연을 중시하는 사상이나 풍류, 냄비근성, 능력지상주의 그리고 한과 신명, 흥, 맺힘과 풀림 등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선정된 관념문화 내용과 관념문화가 표출되어 나타난 성취문화와 행위문화와의 통합교육 내용을 정리하였다.
본고는 관념문화의 내용을 수준별로 선정함으로써 한국어교육에서 제시되어야 할 문화 내용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초를 쌓았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하지만 앞으로 관념문화에 대한 교육방안 그리고 추가적인 관념문화 내용 보충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