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문 초 록
2007년 제 1회 대한민국 도서관 축제의 주제가 ‘작은도서관’이었다. ‘작은도서관’, 누군가에게는 설익은 말이겠지만 수십년 넘게 도서관 운동에서의 ‘실험’으로, 혹은 ...
국 문 초 록
2007년 제 1회 대한민국 도서관 축제의 주제가 ‘작은도서관’이었다. ‘작은도서관’, 누군가에게는 설익은 말이겠지만 수십년 넘게 도서관 운동에서의 ‘실험’으로, 혹은 정책과제로 요구해온 단어이다.
30여년 전, 채규철 선생이 잠실 시영아파트의 거실을 개방해 동네 사람들에게 도서관으로 내주었고, 20여년 전 강릉의 ‘보람의 집’, 시흥의 ‘작은자리’, 김포의 주민도서관 ‘책나눔’ 같은 책사랑방들이 생겨났고, 10여년 전 전영순 씨가 서울 중랑구에 ‘파랑새 어린이작은도서관’을 만들었다.
누구는 15평 남짓한 곳에서, 누구는 아파트 집 마루에서, 누구는 마을회관에서…, 소박한 사랑방을 열었다.
이들은 ‘큰 도서관’과 다른 도서관의 꿈을 갖게 되었다.
‘큰 도서관’이란 차 타고 한참을 가서 만난 딱딱한 건물, ‘정숙’이라는 관리용 단어, 도서관의 수많은 책 다 두고 집에서 들고 온 ‘수학정석’ 펴놓고 하루종일 머리 박고 앉았다가 나오는 곳, 그렇게 입시를 위한 공간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들은 그 대립점에 ‘작은도서관’이라 이름 붙였다.
그렇게 다시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작은도서관이라는 말을 생소해 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작은도서관에 대한 어떤 바램이 생길만큼 알게 됐다. 국가도 지방자치단체도 ‘작은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고민한다.
2005년 청와대와 문화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TF 팀이 꾸려졌고, 2006년 국립중앙도서관에 작은도서관 진흥팀이 생겼다.
작은도서관 진흥팀에서는 작은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책은 몇 권인지,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조사했다. 어린이도서관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역시 찾아와 운영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빌려갔고, 어느 날은 줄자를 들고 와 도서관 책꽂이의 크기를 재고, 책상의 위치를 종이에 옮겨 그렸다. 심지어 천장과 벽 사이 몰딩의 크기까지 재어 그려갔다.
그렇게 민간의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은 그동안 작은도서관을 운영해온 매뉴얼을 적극 공개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작은도서관 총서』 7권이다.
국립중앙도서관과 문화관광부, 그리고 작은도서관 주체들이 만나 그렇게 작은도서관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 충돌하고 또 흡수하면서…, 2006년 조심스럽게 ‘작은도서관’을 정리한 바 있다.
“작은도서관은 접근이 용이한 생활친화적인 소규모 문화공간으로서 주로 독서 및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공동체가 형성되는 곳이다. …… 작은도서관은 도서관이나 문고 같은 시설 개념이 아닌 운동 개념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즉 작은도서관이란 작은도서관운동이며 이러한 취지에 따르는 다양한 형태의 시설들은 공사립문고, 주민자치센터, 복지시설, 어린이도서관, 심지어 소규모의 공공도서관이나 분관 등 명칭 구분과 관계없이 작은도서관이며, 작은도서관은 운동이다.”
작은도서관이라는 말이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중요하게 다뤄진 때는 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부처의 사업에서 공공연히 ‘작은도서관은 운동이다’며 ‘운동’을 강조한 개념도 드물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20년 안에 읍, 면, 동 당 1개소씩, 전국에 3,500여개의 작은도서관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도 내놓고 있다.
작은도서관운동을 해온 주체들의 바램처럼 걸어다닐만큼의 거리 곳곳에 작은도서관이 생긴다니, 민간이 주도해온 작은도서관운동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쯤에서 작은도서관 주체들이 느끼는 또다른 고민이 있다.
행정의 힘은 크다. 정말 수천 개의 작은도서관을 20년만에 뚝딱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2007년 9월 대한민국 도서관축제 첫날, 작은도서관 운동주체들은 이미 있는 작은도서관들이 꾸준히 도서관운동을 펼칠 수 있기를, 새로 생길 수많은 작은도서관들이 그저 건물만 멀쩡한 공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사회가 이미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반, 엄대섭 선생은 ‘농어촌마을문고보급회’를 만들어 도서관이 국민생활에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사재를 털어 전국의 농어촌을 위한 마을문고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마을문고 운동은 열악한 한국의 공공도서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민간주도의 풀뿌리 운동으로, 지역사회의 최전방에서 전개된 민간영역의 독서운동이었다. 1974년 마을문고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35,000개나 설치되는 성과를 이루었고, 1981년 군사정권에 의해 새마을운동 체제에 흡수되어 ‘새마을문고’로 되었다.
그러나 행정의 힘을 빌어 한꺼번에 우루루 생겨난 새마을문고 대부분은 지금 큰 위기에 있다. 대부분의 공간이 문고의 형식만 갖추었을 뿐이다. 그저 ‘관리’를 위한 자원봉사자가 있고, 아예 방치되어 있거나 이용자가 찾아오면 그때서야 열쇠로 문을 열고 공간을 개방하는 곳도 많다. 그만큼 보유한 책의 질도 낮다.
최근 들어 새마을문고는 ‘작은도서관’으로서의 역동적인 모습을 갖추지 못한 점을 비판받고 있다.
작은도서관진흥팀에서도 인정했듯이 작은도서관은 ‘운동’이다. 그곳에 열정 있는 사람이 빠지면 운동이 사라진다. 그저 관리하는 자와 그 대상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큰’도서관이 아파했던 한계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새마을문고의 고민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운동 주체들은 좋은 책을 보급하고. 대안의 문화를 실험하며, 소외된 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지역의 공동체를 되살리는 도서관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작은도서관 운동의 내용을 되짚어가보면…, 작은도서관은 그야말로 ‘마을만들기운동’과 닮아 있다.
마을만들기운동은 ▲삶터 가꾸기 ▲공동체 이루기 ▲사람 만들기라는 세 가지 방향을 갖는다.
도서관은 마을이라는 터에 집을 짓는다. 그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책과 건강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아이 내려놓고 엄마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책도 읽고 정보도 나눌 수 있는 도서관이 가까이 있으니 그야말로 삶터가 나아진 것이다.
그 공간에서, 나의 아이, 나의 가족에게만 쏠려 있던 사람들이 이웃과 만난다. 동화책 속에서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을 읽게 되고,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생활을 알게 되며, 건강한 문화교육과 접하고, 함께 대안을 고민하는 중에 ‘공동체’를 알게 된다. 아이들이 동아리를 만들고, 엄마들이 기꺼이 품앗이를 한다. 그뿐 아니다. 도서관의 내용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봉사활동을 한다. 복지관의 장애아들을 찾아가 책읽어주는 엄마가 되어주고, 소아과병동의 소아암을 앓는 아이들에게 이야기엄마가 되어준다. 또한 외국인노동자의 자녀들에게 우리 책과 문화를 알려주는 책 놀이를 한다. ‘외국인’인 엄마에게는 본국의 동화책을 전달해 엄마의 나라 이야기를 자녀에게 읽어주도록 권한다. 다문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까운 도서관 안의 사람들에서, 지역사회로, 더 넓은 세상으로 공동체를 확대해 간다. 크고 작은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이 발굴된다. 그냥 ‘엄마’였는데, 품앗이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선생님이 된다. 내 아이를 위한 이기심에 찾았던 공간이었는데 아픈 아이, 힘든 아이가 눈에 들어와 그들의 엄마가 되어본다. 문화기획자가 되어 책 놀이를 하고 이웃잔치를 만들기도 한다. 나의 에너지를 사회로 환원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도서관은 그렇게 사람을 만든다.
이것이 바로 ‘작은도서관’의 속 모양이다.
작은도서관이 곳곳에 생겨난다면, 저기 작은 공간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이 술렁술렁 움직여 댈 것이다. 신나는 변화가 일 것이다.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있다”
참 행복한 말이다.
주요어: 작은도서관, 마을만들기, 삶터 가꾸기, 공동체 이루기, 사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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