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학습자가 목표 언어인 제2언어를 습득하고자 할 경우, 그 체계가 모국어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습득하기 쉽고, 반대로 그 체계가 상이할수록 습득이 어려워진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
언어 학습자가 목표 언어인 제2언어를 습득하고자 할 경우, 그 체계가 모국어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습득하기 쉽고, 반대로 그 체계가 상이할수록 습득이 어려워진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일본어와 한국어의 파열음에 있어서도 그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 일본어 학습자는 일본어 파열음의 습득을 어렵게 느끼게 된다. 일본어의 파열음은 성대 진동의 유무에 따라 무성·유성으로 구별이 이루어지지만, 한국어의 파열음은 기식의 유무에 따라 평음·격음·경음으로 구별되기 때문이다. 한국인 일본어 학습자에 대한 일본어 파열음에 관한 연구는 이전부터 많이 수행되어져 왔지만, 종래의 선행연구에서는 성별에 따른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많고 한국인 일본어 학습자를 초급과 고급으로 분류하여 수준별로 분석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인 일본어 초급학습자와 한국인 일본어 고급학습자를 피험자로 하며 어두에 있는 일본어 파열음에 대해 음향음성학적인 분석을 수행하였다. 한국인 일본어 학습자에 대하여 초급과 고급으로 분류하여 수준별로 분석함으로써, 일본어 능력에 따른 파열음 발음의 습득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또한,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와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의 일본어 파열음에 관한 음향음성적인 특징과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를 피험자로서 분석한 선행연구와 비교하여, 공통점과 상이점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본 연구의 음성분석 데이터로서 선정한 실험어들은 어두에 있는 무성파열음·유성파열음의 조합이며, 자음/모음/자음/모음(CVCV)구조로 이루어지는 무의미어이고 조음점에 따라 분류하면 양순음·치경음·연구개음이다. 피험자는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 5명과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 5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는 인사와 같은 기초적인 학습을 했지만, 일본어로 대화가 불가능하다. 한편,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는 일본어능력시헙(JLPT) 1급 또는 N1을 취득한 학습자이고, 일본어로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다. 분석을 위하여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 레코더를 사용하여 각각의 피험자에 대하여 음성을 녹음하였고, 녹음된 음성 데이터에 대해 음향분석용 프로그램인 'praat'를 활용하여 음향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항목은 어두에 있는 일본어 파열음의 VOT, 모음의 지속시간 및 F0이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의 일본어 파열음에 관한 음향음성적인 특징은 양순음에서만 유성음의 /VOT보다 무성음의 /VOT가 길었고, 치경음과 연구개음에서 유성음의 /VOT보다 무성음의 /VOT가 길지 않았다. 도쿄 방언 화자가 발음하는 일본어 파열음의 /VOT는 유성음의 /VOT보다 무성음의 /VOT가 길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무성음/무성음」의 실험어에 있어서 양순음<치경음<연구개음의 순서로 /VOT가 길지 않았지만, 다른 시험어에 있어서 양순음<치경음<연구개음의 순서로 /VOT가 길어서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파열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지속시간에 있어서, 도쿄 방언 화자의 경우 무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지속시간보다 유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지속시간이 더 길다는 선행연구가 있다. 그런데 본 연구의 일본어 초급 학습자의 경우,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와 같은 현상이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모음 앞에 오는 파열음의 성대 진동 여부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열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F0에 대해서는 도쿄 방언 화자의 경우 유성음에 후속하는 F0보다 무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F0가 높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본 연구의 일본어 초급 학습자의 발음에서는 치경음과 연구개음의 경우, 유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F0보다 무성음에 후속하는 F0가 높게 나타나 도쿄 방언 화자와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양순음에서는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상과 같이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에 있어서 일본어 파열음의 음향음성적인 특징은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의 일본어 파열음의 음향음성적인 특징과 상이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의 일본어 파열음에 관한 음향음성적인 특징은 /VOT에 있어서 모든 조음점에서 유성음의 /VOT보다 무성음의 /VOT가 길어서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조음점별로 비교하면,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와 같이「무성음/무성음」의 실험어에 있어서 양순음<치경음<연구개음의 순서로 /VOT가 길지 않았고, 이러한 부분에서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파열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지속시간의 경우 도쿄 방언 화자의 발화에서는 무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지속시간보다 유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지속시간이 더 길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는 일본어 초급 학습자와 마찬가지로 모음 앞에 오는 파열음의 성대 진동 여부에 따른 유・무성음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열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F0에 대해서 보면, 도쿄 방언 화자의 경우 유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F0보다 무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F0가 높다는 선행연구가 보이는데,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의 경우 양순음과 치경음에 있어서는 도쿄 방언 화자와 마찬가지로 유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F0보다 무성음에 후속하는 모음의 F0가 높게 나타났지만, 연구개음에서는 같은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상과 같이, 일본어 파열음에 있어서 도쿄방언 화자와 유사한 음향음성학적인 특징을 보이는 경우는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의 /VOT라고 말할 수 있다.
상기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와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를 비교하면, /VOT의 최저치나 최고치에 있어서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의 /VOT가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보다 길게 나타났다. 즉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의 /VOT가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보다 길게 나타난 것은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가 일본어 파열음을 한국어의 격음으로 발음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에 있어서도 어두의 무성연구개음을 발음할 경우에는 일본어의 무성음을 더 많은 기식이 포함된 음으로 발음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모음의 지속시간에 대해서는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와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 모두에서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와 다른 결과를 얻었다. F0에 대해서도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와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 모두에서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와 다른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무성음 F0와 유성음 F0의 차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의 F0 차는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의 F0 차보다 크고, 한국인 일본어 고급 학습자의 F0 차는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의 F0 차와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이상의 결과로써, 한국인 일본어 초급 학습자는 고급 학습자보다 일본인 도쿄 방언 화자의 발음과 다른 점이 많은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일본어 능력이 발음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인 일본어 학습자의 일본어 파열음에 관한 음향음성적인 특징을 분석, 고찰하였다. 향후 본 연구의 분석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 파악 및 분석결과의 일반성을 정립하기 위해서 한국인 일본어 학습자의 한국어 파열음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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