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60년대 동인지 『산문시대』에 수록된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산문시대』의 문학정신과 문학사적 위치를 규명하는 것을 그 목적이 있다. 1960년대 사회가 빚어낸 ...
본 연구는 1960년대 동인지 『산문시대』에 수록된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산문시대』의 문학정신과 문학사적 위치를 규명하는 것을 그 목적이 있다. 1960년대 사회가 빚어낸 현상들에 대응하여 나타난 동인지 『산문시대』는 당대 문학의 원점이자 이후 한국 문단사의 흐름을 규정하는 하나의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산문시대』는 4.19혁명에서 고취된 자유의 정신을 계승하며 이를 문학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대론 적 전략을 구사하며 낡은 문학에 대한 거부와 새로운 언어와 문법의 구축으로 나아간다. 『산문시대』의 작품은 무엇보다 탁월한 언어적 감성과 개인의식의 성취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문학의 주체성, 문학의 자율성의 확인은 4.19세대 그리고 『산문시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산문시대』는 그 동인 집단과 잡지의 성격 사이뿐 만 아니라, 그리고 그 구체적인 내용들 -비평, 번역, 창작물- 사이에도 매우 밀접한 영향 관계를 형성하며 이를 통하여 자신들이 추구하는 문학론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피상적으로 다루어져 왔던 『산문시대』의 구체적인 텍스트를 대상으로 『산문시대』가 구현하는 문학정신과 그 실천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따라서 Ⅱ장에서는 그들의 문학정신의 기반이 되는 60년대의 문단적 배경과 『산문시대』 를 형성한 동인 집단의 성격을 살펴보았다. 4.19혁명의 ‘자유’의 경험과 5.16 쿠데타의 경제적 근대화의 (부정적) 체험은 이 시기의 핵심적인 사회적 현대화 기획으로, 동시에 문학적 전환을 가져다 주는 계기가 되었다. 60년대의 이러한 사회적 전환은 문학사에서는 4.19세대의 대두와 함께 기성문단의 해체와 급격한 세대교체 현상을 불러온다. 4.19세대는 동일한 세대감각으로 이전 세대와 확실히 구분되는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이 세대감각은 무엇보다 혁명체험에서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4.19는 그들에게 이성적 지적인 주체의 발견이었으며 개인의 이성과 자율성의 가능성을 확신시킨 사건이자 분기점이었다. 또한 민주주의 교육을 받고 한국어로 사유하기 시작한 한글세대라는 것 역시 4.19세대만의 세대감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4.19의 기반을 가질 수 있었으며, 언어에 대해 보다 깊게 사유하고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세대였다. 4.19세대는 자신들의 동일한 세대 감각을 기반으로 기존세대와의 전략적 단절을 유도한다. 『산문시대』는 세대의식, 세대론 적 전략 속에서 새로운 문학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던 이들의 욕망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대학생 중심으로 형성된 『산문시대』의 동인 활동은 지방출신, 외국 문학전공자, 서울대 문리대 생이라는 상징자본을 활용하며 자신들의 동인지를 “대학생 문단 지” 로 철저히 규정하고 기성문단과의 ‘차별화의 전략’을 구사한다. 작품 수준을 고려해 등단한 사람으로 제한했다는 점, 당대 문학적 지형도를 의식해 산문을 선택했다는 점, 대학생이라는 상징 자본을 활용했다는 점은 『산문시대』의 구성이 그들 청년 문학세대가 소유하고 있는 자본의 총량, 즉 문화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전략적 배치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산문시대』의 동인 구성, 편집태도, 그리고 작품내용은 이전 기존 문단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60년대 동인지로서의 성격을 드러낸다. 『산문시대』는 문학 외적 측면이나 내적 측면에서 모두 기존 문단과의 적극적인 차별화를 통하여 문학 장에 속한 하나의 문학 집단으로 스스로를 자리 매김하고 있다.
Ⅲ장에서는 이러한 『산문시대』 동인들이 지향하는 문학이론을 비평을 통해 분석해보았다. 비평은 『산문시대』의 문학정신의 이론적 탐색 및 정립을 위한 것이었다. 이전세대의 문학적 풍토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문학을 창조하고자 했던 이들은 한국의 전근대성을 극복할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으로 서구 문학의 현대성을 받아들인다. 기존문단에 대한 반감이나 도전의식이 서구 문학을 통해 학습한 문학개념의 자기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현의 「비평 고」, 염 무 웅 의 「현대성이론」, 김치수의 「작가와 문학적 작품의 변모」 등 산문시대의 동인들은 서구 문학론을 토대로 기성문학을 비판하고 서구문학이론 속에 드러난 현대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한다. 이들이 모색하는 현대적 특성은 문학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자기의식과 개인의 발견, 그리고 언어의 자각을 통한 독자의 소통 문제로 나아간다. 김현은 「비 평 고」에서 비평정신을 규명하는 과정 속에서 텍스트를 통해 세계를 포착하고자 하는 비평가의 자의식을 찾고, 그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으로 (계몽주의 혁명을 통해 나타난) 개인의 발견, 자아의 발견에 주목한다. 또한 문학을 개인의 창조물로 보는 개인의 주관적 자율성에 근거한 문학관을 드러내고 있다. 한글세대로 ‘언어’에 대한 의식이 남달랐던 이들은 기존세대의 도구적 언어 관념에서 벗어나 언어를 그 존재로 자각하는 새로운 언어창조를 시도한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관심은 그것의 소통성과도 연결되는 데 언어는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미학적 측면도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수용되는 소통의 측면도 있다. 언어가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 되었을 때, 언어는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독자에게 새로운 해석의 장을 열어 준다.
Ⅳ장에서는 구체적인 소설작품을 분석을 통하여 이들의 문학적 지향점의 구현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기세대의 새로움을 독자적인 문학 형식을 통해 담아 내려 했던 이들의 노력은 창작소설 속에서 내면성의 탐구와 언어적 실험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4.19혁명의 자유의 환희와 5.16쿠데타로 인한 근대화의 환멸은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주체로 정립하는 순간, 자기분열과 회의에 직면을 가져온다. 그래서 『산문시대』 소설의 상당수는 불안의식 속에서 개인의 내면성 탐구를 통해 자기세계를 모색하는데 이 모색의 과정은 형식적 측면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산문시대』의 독보적인 특징은 그들의 소설이 대부분 형식적인 측면에 많은 관심을 기울 여 다는 것인데 이들 파편화된 현실과 개인의 내면을 그리면서 다양한 형식적 기법과 언어적 실험을 감행했다. 『산문시대』의 문학 작품들은 세계와 사물의 문제를 인과적이고 논리적으로 드러내는 전통적인 서사방법에서 벗어나 자아, 의식, 충동의 문제를 정서적 관념의 결합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소설 전반에 흐르는 부정의식과 환멸의식은 이들 4.19세대의 의식을 대변하는 내용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세계를 타자로 상정하고 환멸과 부정을 통해서 스스로의 위치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타자와 갈등은 동시에 그러한 부정적 현실에서 부정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자신에 대한 환멸로 나타난다.
V장에서는 동인지 『산문시대』가 갖는 문학사적 위치에 대하여 규명하였다.『산문시대』는 집단적 동류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활동을 보증하고 평가하면서 세대교체를 이루어가는, 새로운 문학장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문학이념과 성향의 공통성을 통해 자신들의 문학담론을 형성해 나갔다. 본격적인 4.19세대의 대두와 함께 나타난 『산문시대』는 4.19를 통해 발견한 ‘자유’의 문학적 의식화의 최대치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문학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문학의 내적 논리의 발전을 모색하며 미학적 탐색을 전개해 나간다. 이들이 추구한 문학적 이념은 후에『산문시대』-『사계』-『68문학』 로 이어지는 미학적 탐색을 통하여 『문학과 지성』 으로 자유주의 문학론을 형성해가는 새로운 문학담론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산문시대』의 작품들은 결여와 과잉, 혼란과 무질서를 내포하고 있는 미완의 실험이었지만 이론과 실천을 통해 자기세대의 문학을 독자적인 문학 형식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그들의 노력은 새로운 문학의 출발점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학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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