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약 100년간의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진행된 사치 소비의 문화사 구성과 그 의미 탐색을 목적으로 한다. 식민지, 전쟁, 산업화 등 한국 근현대사... 본 연구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약 100년간의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진행된 사치 소비의 문화사 구성과 그 의미 탐색을 목적으로 한다. 식민지, 전쟁, 산업화 등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 지점들을 통과하며 형성된 식민성, 근대성, 민족주의, 물질주의, 국가주의, 성차별 등과 연동하며 진행된 사치 소비의 역사와 문화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정치성은 이들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작용했다. 소비대중의 사치 소비는 오랜 기간 동안 통제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차이와 차별로 압축될 수도 있다. 차이에 대한 욕망이 사치 소비의 전개를 이끌었고, 그 반대편에서는 사치 소비를 향한 부정적 담론의 형성과 작용이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적 명분을 바탕으로 한 암묵적인 사회적 규율로 확장됨에 따라, 사회 구성원 간의 상호 간섭과 차별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일상을 구성하고 삶의 양식을 규정짓는 소비에 권력이 개입함으로써 미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때 일상의 정치화는 이루어지며, 이는 문화연구의 영역으로 포섭된다. 이로써 본 연구는 문화연구인 동시에 문화의 정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따라서 문화정치학이라는 연구의 틀에 근거한 해석이 시도됐다. 인류 문화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치 소비가 근현대 한국의 사회문화적 조건의 토양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됐는지, 국가의 통제 및 차별적 비난 담론에 대한 동의, 일탈, 타협의 실천이 구성하고 있는 역학관계를 그려내고자 했다. 사실 급속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에서 대중의 사치 소비란 최근에 와서야 보편적으로 가능해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직후 최빈국 중의 하나였던 신생국 한국은 산업화를 거치며 조금씩 생활이 나아지기 시작했으며, 소비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은 대체로 1980년대 후반 이후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적인 흐름에서는, 오늘날 전 세계의 사치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서구 명품 산업이 1980년대부터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대중적 판매 전략을 수립 및 시행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일제강점기에도, 해방 후의 절대적 빈곤 속에서도, 전쟁 중에도 대중의 사치 소비는 존재했으며, 필수품과 사치품의 구분이 모호한 가운데 소비를 통제하는 국가의 권력 및 비난 담론의 작동을 야기했다. 국가의 사치 소비 통제는 제도적으로는 전통적인 방식인 금지법과 세금 인상을 통해 이루어졌다. 또한 수입된 고급 소비재가 사치품의 대다수를 구성했기 때문에 사치품의 수입 금지도 중요했다. 일제강점기에 시행된 수입 제한, 수입 사치품 관세 인상, 사치품의 제조와 판매 금지령 등과 같은 통제 조치는 해방 이후의 한국 정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지다가, 냉전의 종식,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흐름과 영향 속에서 점차 와해되어 갔다. 특히 IMF 이후 신자유주의가 정부의 경제 노선으로 채택됨에 따라 통제가 아닌 자유, 절약이 아닌 소비에 방점이 찍혔으며, 사치 소비에 대한 규제 또한 사실상 폐기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작용했던 사치 소비에 대한 부정적 낙인과 그 효과는 오늘날까지도 낮은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과거에 지속적으로 전개된 제도적 통제와 비난 담론으로 인해 생산된 문화적 부산물로서, 사치 소비에 대한 부정과 선망의 모순적 공존, 사치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같은 것이다. 본 연구는 통제와 차별에 대한 대응이라는 역학관계 속에서 근대성, 민족, 애국, 젠더 등과 같은 근현대 한국을 설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화적 개념들이 역사적으로 사치 소비와 관계를 맺는 과정을 추적했다. 이를 위해 Ⅲ장에서는 근대성의 기표로 소비된 사치품이 등장한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시대적 변화에 따라 확장되는 대중적 사치 소비와 국가의 개입을 순차적으로 기술하고, Ⅳ장에서는 통제에 동원된 사치 비난의 수사학에서 두드러진 정치성, 즉 민족주의 및 국가주의의 작용과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의 권력 및 이에 대한 동의와 일탈의 상호작용이 만들어 내는 현상을 실제적 사례와 함께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사치 소비 연구의 문화적 해석의 주류가 주로 명품 소비와 관련한 체면의식, 눈치, 집단주의에 따른 몰개성, 과시욕, 신분 상승욕 등과 같은 '한국적' 특징으로 설명되었는데, 본 연구는 일제강점기와 독재정권을 거치며 형성된 강력한 수직적 통제 문화 속에서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침투한 정치력, 이를 가능하게 만든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 이로써 근대성, 민족, 애국, 젠더 등의 요소와 결합하게 된 사치 소비에 대한 역사적 맥락에서의 문화적 해석을 시도함으로써 연구의 지평을 시공간적으로 넓힌 데 의의가 있다. 즉 기존의 연구가 사치 소비에 대한 문제화라면, 본 연구는 사치 소비에 대한 문제화에 대한 문제화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문화권에서 부정적으로 간주된 사치가, 한국 근현대의 경우 어떤 맥락과 의도에서 부정적 자질을 획득했고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 되었는지, 그리고 여성이 어떻게 사치 소비의 주체로 형상화되었는지, 그 과정을 복원한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치를 추구하는 인류 보편적 행위는 권력으로 절대 통제될 수 없음을 입증하는 하나의 역사적 사례를 더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나아가 본 연구는 현시대의 결정적 조건인 소비 자본주의의 풍토에서, 추구해야할 삶의 양식이자 목표가 되어버린 사치 소비라는 긴요한 주제를 통해 근현대 한국의 시대적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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