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필수적 음운 현상 가운데 하나인 순행적 유음화 현상이 젊은 화자들에게서 불안정한 실현 및 실현의 저지를 보이는 현상에 주목하고, 순행적 유음화의 실제적 실현과 그에 영향을 주...
본고는 필수적 음운 현상 가운데 하나인 순행적 유음화 현상이 젊은 화자들에게서 불안정한 실현 및 실현의 저지를 보이는 현상에 주목하고, 순행적 유음화의 실제적 실현과 그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검토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산출 실험을 통해 발음 실태를 조사하고, 청취 실험을 통해 유음화형과 비유음화형에 대한 용인 및 선호를 조사하였다. 또한, 유음화의 실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요인으로 /ㄹ/-/ㄴ/ 연쇄 시 나타날 수 있는 두 실현형에 대한 용인 및 선호 정도, 성별, 형태론적 경계 인식, 단어 친숙도, 어종을 설정하고, 이러한 요인들과 유음화 실현의 관계를 밝혔다.
음성 말뭉치를 기반으로 한 예비 조사 결과, 20-50대 화자 집단에서 순행적 유음화를 예외 없이 실현한 것은 50대 화자 집단이 유일하였다. 연령이 낮을수록 유음화의 실현이 저지되고 있었으며, 이에 본 실험에서는 20대 화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변이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요인을 검토하고자 하였다. 20대 표준어 화자 총 20명을 대상으로 /ㄹ/-/ㄴ/ 연쇄를 가진 40개의 명사 단어를 발음한 자료를 수집한 결과, 순행적 유음화의 실현 양상은 개별 화자 및 개별 단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20대 화자들에게서 관찰되는 순행적 유음화 현상의 변이와 불안정성의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별 화자 간의 비교를 통해서 실현형에 대한 용인 및 선호가 유음화 실현과 연관을 맺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비유음화형에 대한 용인도와 선호도가 높은 화자들은 유음화 실현율이 낮다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아울러, 화자들이 유음화형뿐만 아니라 비유음화형도 대체로 자연스러우며 받아들일 수 있는 발음으로 평가하였다는 점에서 20대 연령층에서 순행적 유음화의 저지가 나타나는 원인을 간접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둘째, 순행적 유음화는 남성 화자가 여성 화자보다 안정적·일관적으로 실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비유음화형 발음을 더 많이 산출하였으며, 비유음화형에 대해서 남성보다 높은 용인도와 선호도를 보였다.
셋째, /ㄹ/-/ㄴ/ 연쇄를 갖는 단어의 형태론적인 정보가 순행적 유음화 실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ㄹ/-/ㄴ/ 연쇄 사이에 형태론적 경계가 분명할수록 순행적 유음화의 실현이 저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화자에 따라서 단어에 대한 형태론적 분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 단어에 대해서도 유음화의 실현 여부는 화자마다 상이할 수 있다.
넷째, 단어 빈도와 친숙도는 순행적 유음화 실현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개별 단어에 따라 유음화의 실현이 다양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고빈도군와 저빈도군으로 이들 단어를 나누어 살펴보았을 때 특징적인 양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단어 친숙도는 국부적으로 유음화 실현과 연관을 가졌는데, 유음화 실현이 매우 낮은 단어들이 친숙도가 굉장히 낮은 단어라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섯째, 기존의 연구에서 밝힌 대로 어종은 순행적 유음화의 실현에 유의미한 요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어에서 온 외래어의 경우 원어에 대한 지식의 영향으로 유음화의 실현율이 다소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어종별 비교는 한편으로는 순행적 유음화가 개별 단어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기도 하였는데, 하나의 어종 내에서도 단어에 따라서 실현율이 매우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본고는 그 동안의 연구에서 비교적 주목 받지 못했던 순행적 유음화 현상을 집중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한국어 유음화 현상에 대한 시각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직·간접적으로 수집된 음성 자료를 통해 순행적 유음화의 양상을 살피고, 실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다각도로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논의와 차별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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