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민족은 그 특유의 말로써 셍활을 경영하며, 문화를 만들어 낸다. 말은 겨레 문화의 근원이요, 기초가 되며 겨레스런 셍활의 힘이 된다. 따라서 한 나라 문화의 창조 및 전승, 발전은 그 나...
각 민족은 그 특유의 말로써 셍활을 경영하며, 문화를 만들어 낸다. 말은 겨레 문화의 근원이요, 기초가 되며 겨레스런 셍활의 힘이 된다. 따라서 한 나라 문화의 창조 및 전승, 발전은 그 나라 말에 의해 이루어 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 문화 정책으로 인하여 일본말을 사용했고, 광복을 맞은 이후에도 일본을 통하여 서양 문물을 많이 받아들었다. 여기서 우리가 일본말 찌꺼기 사용을 문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옛날의 감정을 앞서우고 일본말 그 자체를 배격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생각과 의식인 것이다. 싸피어(Sapir)의 말처럼 우리는 언어가 굴절시키고 분절시켜 놓은 세계를 그것이 실세계인 것처럼 착각하고,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말이 있는데도 남의 나라 정신과 역사가 담긴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된다.
특히 지적 호기심이 강한 학생들이 사회 곳곳에 존제하는 일본말 찌꺼기를 흉내내고, 일본 만화나 잡지를 보면서 자란다면 우리의 말과 문화는 계속 침탈 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걸러 있는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참다운 문화를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교육계 뿐 아니라, 정부와 언론, 사회 각계의 기성 세대가 공동으로 짊어져야 할 과제이다.
오늘의 격변하는 내외 정세와 도전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우리는 우리의 것을 되돌아보고 자신에 대한 확고한 자세를 수립해야 한다. 우리가 자기 발견을 못하고 자기의 것을 경시할 때 우리의 존재마저도 위협 당하게 된다. 따라서 민족 문화의 밑바탕인 우리말을 존중하는 자세로 일본말 찌꺼기를 정리하는 것이 곧 우리의 민족 정신과 주체성을 확립하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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