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ㅿ’은 사라진 글자로 일찍이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선학들이 오랫동안 ‘ㅿ’에 대해 연구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ㅿ’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먼저 ‘ㅿ’의 기원과 ... ‘ㅿ’은 사라진 글자로 일찍이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선학들이 오랫동안 ‘ㅿ’에 대해 연구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ㅿ’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먼저 ‘ㅿ’의 기원과 관련하여 보면 ‘ㅿ’이 ‘ㅅ’으로부터 변한 것으로 보는 학설과 원래부터 존재한 것으로 보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어느 학설이 더 타당한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ㅿ’과 관련된 논쟁 중에는 동의에 이른 부분도 있다. ‘ㅿ’의 음가와 관련하여 학계에서는 ‘ㅿ’을 유성 치조 마찰음 [z]로 재구하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ㅿ’의 음가 재구에 관한 선행 연구들이 거의 대부분 中古 漢語 日母의 음가가 [ȵʑ]라는 Karlgren의 가설에 의존하였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Karlgren의 가설은 비판을 많이 받았고 중국 학계에서 中古 漢語 日母의 음가와 변화를 다시 설명하였다. 중국 학계에서는 이미 학설이 수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정 이전의 학설에 근거해 만들어진 학설을 재검증함이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학문적으로 볼 때 위험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ㅿ’과 관련된 선행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점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ㅿ’에 대해 규명하지 못한 부분도 확인된다. ‘ㅿ’의 변화, ‘ㅿ’의 소멸’과 관련된 선행 연구는 수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실제 연구를 보면 단순히 ‘ㅿ’과 관련된 현상만 기록하는 데 그치고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변화 유형에 속하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기존에 있었던 ‘ㅿ’의 연구는 오랫동안 꾸준히 진행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거나 풀어야 할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ㅿ’은 아직도 계속적인 연구를 필요로 한다. 3장에서는 문헌 자료와 방언 자료를 통해 ‘ㅿ’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았다. 먼저 문헌을 통해 각 시기의 자료에서 나타나는 ‘ㅿ’의 흔적에 대해 살펴본 결과, 고대 한국 고유어에서는 ‘ㅿ’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반면에 고대 한국 한자어에서는 ‘ㅿ’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대 방언에서는 한자어에 있었던 ‘ㅿ’이 ‘Ø’로 실현되지만 고유어에 있었던 ‘ㅿ’은 ‘ㅅ’, ‘Ø’로 모두 실현된다. 따라서 고유어에 있었던 ‘ㅿ’과 한자어에 있었던 ‘ㅿ’은 기원이 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고대 한국 고유어에서 ‘ㅿ’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지만 대신에 ‘ㅅ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현대 방언에서 ‘ㅿ’의 ‘ㅅ 반사형’은 원래부터 존재한 형태이고 ‘ㅿ’의 ‘Ø 반사형’은 ‘ㅅ>Ø’의 변화를 겪은 형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고유어에 있는 ‘ㅿ’은 ‘ㅅ’으로부터 변한 것이고 ‘ㅅ>Ø’의 변화에서의 한 단계로 해석된다. 4장에서는 문헌 기록, ‘유성 마찰음’ 계열, 언어 보편성 측면을 통해 ‘ㅿ’의 음운 자격에 대해 고찰하였다. 우선 어원에 따라 한자어에 있는 ‘ㅿ’과 고유어에 있는 ‘ㅿ’을 각각 고찰하였다. 15세기부터 한자어에 있는 ‘ㅿ’은 이미 접근음 [j]를 거쳐 사라지기 시작하였고 ‘ㅿ’을 가진 한자어의 중성 자리에 활음 [j] 또는 [i] 모음이 존재했기 때문에 ‘ㅿ’을 가진 한자어에서 ‘ㅿ’이 발음될 수 없다. 따라서 ‘(人):신(信)’과 비슷한 단어는 최소대립쌍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ㅿ’을 음소로 볼 수 없다. 고유어에 있는 ‘ㅿ’은 수의적 ‘ㅅ→ㅿ’의 음변화에 의해 생긴 것이기 때문에 ‘ㅿ’과 ‘ㅅ’은 변별적인 대립을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고유어에 있는 ‘ㅿ’은 음소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또한 ‘ㅿ’과 같은 계열에 있는 ‘ㅸ’, ‘ㅇ’에 대해도 고찰하였는데 ‘ㅸ’과 ‘ㅇ’도 모두 음소로 해석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성 마찰음’ 계열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ㅿ’을 음소로 해석하는 것이 설득력이 높지 않다. 한편 언어 보편성을 통해 음소 /z/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역시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ㅿ’은 음소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5장에서는 ‘ㅿ’과 관련된 음변화, 문헌 기록, ‘유성 마찰음’ 계열을 통해 ‘ㅿ’의 음가를 다시 재구하였다. ‘ㅿ’은 음절에서 어두 초성, 어중 초성, 어말 종성, 어중 종성에 출현할 수 있고 각 자리에 있는 ‘ㅿ’에 대해 당시의 음운 현상을 위주로 고찰하였다. 대부분 어두 초성에 있는 ‘ㅿ’은 日母 한자어이다. 日母 漢字音의 변화를 통해 ‘ㅿ’의 음가를 다시 재구하였다. 한국어에서의 日母 변화 과정이 漢語 방언에서도 확인될 수 있는 것,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ㅿ’과 ‘ㅇ’이 서로 혼동되는 것으로 보아 ‘ㅿ’의 음가는 유성 마찰음으로 해석하기 어렵고 접근음으로 해석해야 한다. 계속해서 ‘ㅅ 종성’의 음변화를 통해 어말 종성에 있는 ‘ㅿ’에 대해 살펴보았다. 15세기 한국어에서 종성에 있는 ‘ㅅ’은 공명음이 후행하게 되면 ‘ㅿ’으로 실현되는 현상이 확인된다. 이러한 현상을 공명음화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ㅿ’의 음가를 접근음으로 재구하였다. 또한 ‘유성음-ㅸ’의 연쇄를 통해 어중 종성에 있는 ‘ㅿ’에 대해 살펴보았다. 모음, 활음, 유음, ‘ㅿ’은 후행하는 ‘ㅂ’을 ‘ㅸ’으로 약화시킬 수 있지만 비음은 후행하는 ‘ㅂ’을 ‘ㅸ’으로 약화시킬 수 없다. 자음의 약화는 공명도와 관련되기 때문에 이때의 ‘ㅿ’을 비음보다 낮은 공명도를 가진 마찰음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비음보다 더 높은 공명도를 가진 접근음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편 현대 한국어에 ‘ㅿ’의 ‘ㅈ 반사형’도 존재한다. ‘ㅿ>ㅈ’의 변화는 어중 초성에서만 나타나는데 기존 연구에서는 이를 ‘ㅿ>ㅈ’의 변화로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선행 연구와 달리 ‘ㅿ>ㅈ’의 변화를 어원에 따라 ‘ㅿ>ㅈ’의 변화와 ‘ㅅ>ㅈ’의 변화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후기 중세 한자어에서 ‘ㅿ>ㅈ’의 변화는 이미 완성되어 관련 용례가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에 ‘ㅿ’과 ‘ㅇ’이 혼동되는 경우도 발견된다. 따라서 ‘ㅿ’의 음가를 유성 마찰음으로 볼 수 없고 접근음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고유어에서의 ‘ㅅ>ㅈ’의 변화를 분석하여 ‘ㅿ’의 음가를 다시 재구하였다. ‘ㅿ’의 음가가 朝鮮館譯語와 후기 중세 한글 문헌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 후기 중세 한글 문헌에서 유성음 사이의 ‘ㅿ’, ‘ㅈ’이 混記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여 ‘ㅿ’의 음가를 접근음으로 해석하였다. 계속해서 훈민정음, 외국어 표기, 근대 문헌 기록을 통해 ‘ㅿ’에 대해 살펴보았다. 半齒音의 ‘半’字의 의미, 不淸不濁, 異體字와 加劃의 관계, 緩急의 對立, 終聲 체계 등을 고려하면 ‘ㅿ’이 [공명성] 자질을 가진 접근음이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좋다. 漢語, 日本語, 梵語는 한글로 표기되는 문헌이 확인되지만 외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訓民正音의 字母를 인위적으로 변용시켜 대응한 것뿐이다. 따라서 외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쓰인 한글의 음가와 당시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쓰인 한글의 음가가 같다고 말할 수 없다. 근대 문헌에서 ‘ㅿ’은 아주 약한 소리로 기록되어 있다. 마찰음의 강도를 고려할 때 ‘ㅿ’은 강한 치조 마찰음보다는 약한 접근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5.3에서는 ‘유성 마찰음’ 계열을 통해 ‘ㅿ’의 음가에 대해 다시 살펴보았다. ‘ㅸ’은 양순 접근음으로, ‘ㅇ’은 활음 성격을 지닌 [ɦ]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계열에 있는 ‘ㅿ’도 접근음으로 보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6장에서는 ‘ㅿ’의 소멸에 대해 살펴보았다. ‘ㅿ’의 소멸 시기와 그 원인이 연구의 중심이 되었다. 朝鮮館譯語를 통해 15세기 초에 ‘ㅿ’이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최근에 발굴된 언간 자료를 통해 15세기 말의 忠淸道 방언에서 ‘ㅿ’이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동설에 따르면 15세기 말의 중앙 방언에서 ‘ㅿ’은 이미 사라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음운론과 음성학 측면을 통해 ‘ㅿ’의 소멸 원인을 해명하였다.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ㅿ’은 음소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지만 인식 가능한 소리이었다. 이러한 특별한 성격을 지닌 ‘ㅿ’은 아주 불안정하고 쉽게 사라진다. 그리고 ‘ㅿ’은 접근음이고 접근음은 모음 못잖게 아주 큰 공명도를 가지고 있는 분절음이다. 따라서 ‘ㅿ’과 후행하는 모음의 경계가 쉽게 모호해질 수 있다. 이것이 ‘ㅿ’ 소멸의 또 다른 원인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간략하게 이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유어에 있는 ‘ㅿ’은 ‘ㅅ’이 탈락하는 과정에서의 한 단계로서 음소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접근음을 거쳐 사라졌으며 한자어에 있는 ‘ㅿ’은 漢語 日母를 차용한 것으로서 음소의 기능을 수행하다가 후기 중세 한국어에 들어와 접근음을 거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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