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한국어 학습자가 한국어로 학문 활동을 하는 데 요구되는 구두 언어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고에서는 그것을 ‘학문적 구술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본고는 한국어 학습자가 한국어로 학문 활동을 하는 데 요구되는 구두 언어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고에서는 그것을 ‘학문적 구술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어 학습자의 학문적 구술력이 어떠한 요인들로 인해 결정되는지 밝히고 실제 한국어 학습자의 학문적 구술력을 진단 및 분석해 봄으로써 한국어 학습자의 학문적 구술력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본고의 연구 주제인 ‘학문적 구술력’은 Wilkinson(1965)의 ‘구술력’ 개념을 한국어 학습자의 학문 활동 맥락으로 가지고 온 것으로, 본고에서는 그것을 ‘한국어 학습자가 학문 활동 맥락에서 한국어로 학문적 대화를 수행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서 ‘학문 활동’이란 학문 공동체 구성원들의 역동적인 지식 탐구 및 실천 행위로, 그 목표는 개인의 지식 구성 및 공동체의 지식 구성이 양방향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데에 있다. 본고는 이러한 학문 활동에서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적 대화가 중요한 탐구의 수단이자 본질 그 자체라고 본다. 따라서 학문 활동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발표와 토론, 질의응답 및 탐구적 대화 등 다양한 형태의 구두 언어적 지식 탐구 행위인 ‘학문적 대화’가 학습자의 학문 활동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학문적 대화를 한국어로 수행하는 능력이 바로 학문적 구술력이며, 한국어 학습자가 한국어로 진정한 학문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구술력의 함양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고의 2장에서는 사회적 구성주의와 대화적 교육론, 비판적 교육론, 학문적 문식력 등의 이론적 기반 아래 이러한 학문적 구술력의 개념을 정립하였다.
3장에서는 학문적 구술력이 어떠한 요인들로 인해 결정되는지 탐구하였다. 먼저, 학문적 구술력의 개념적 정의를 토대로 그것의 결정 요인 범주를 인지, 언어, 실천, 이렇게 세 가지로 설정하고, 이론적 논의를 통해 각 범주별 요인을 추출하여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전문가 설문을 통해 그 가설이 타당한지 검증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요인을 보다 타당성 있게 조정하였다. 이렇게 하여, 인지적 요인으로는 ‘사고의 깊이와 질’, 언어적 요인으로는 ‘학문적 구두 소통 능력’, 실천적 요인으로는 ‘사고 및 구술 태도’가 설정되었다. 그리고 조정 과정에서 실제 수행 차원의 요인이 하나 더 도출되는데, 이에 따라 ‘학문적 대화 과제 수행력’이라는 요인이 추가 설정되었다. 최종적으로, 학문적 구술력의 결정 요인은 학문적 대화 과제 수행력, 학문적 구두 소통 능력, 사고의 깊이와 질, 사고 및 구술 태도, 이렇게 크게 네 가지로 도출되었다. 그리고 학문적 대화 과제 수행력을 제외한 다른 요인에는 하위 요인들이 설정되었는데, 학문적 구두 소통 능력의 하위에는 구두 의미 전달력과 학문적 언어 사용 능력, 학문적 담화 구성 능력이 설정되었고, 사고의 깊이와 질의 하위에는 사고의 깊이, 사고의 질이 설정되었으며, 사고 및 구술 태도의 하위에는 비판적 태도, 성찰적 태도, 상호사고 태도가 설정되었다.
4장에서는 앞에서 정립한 학문적 구술력 이론을 토대로 실제 한국어 학습자의 학문적 구술력을 진단하고 분석하였다. 연구 자료는 한국어 학습자 8명의 학문적 발표 및 토론 자료로, 연구를 위해 직접 구축한 것이다. 이들의 학문적 구술력 수준 진단은 전문성을 갖춘 평가자 3인에게 의뢰하여 실시하였다. 학습자들은 진단 결과에 따라 상위 수준 학습자 1명, 중위 수준 학습자 4명, 하위 수준 학습자 3명으로 구분되었고, 연구자는 각 수준별로 학문적 구술력의 결정 요인이 어떠한 특성을 보이는지 자료를 면밀히 살펴 분석하였다. 그 결과, 상위 수준 학습자는 구두 의미 전달력이 다소 약하지만 사고와 태도, 과제 수행, 학문적 언어 사용과 담화 구성 모두 우수했다. 그리고 중위 수준 학습자는 사고 우위의 학습자와 언어 우위의 학습자로 나뉘는데, 사고 우위의 학습자는 구두 의미 전달력이 부족하지만 사고와 태도 요인이 우수한 반면, 언어 우위의 학습자는 구두 의미 전달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사고와 태도 요인이 낮은 편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위 수준 학습자는 모든 요인이 부족한 수준이었는데, 특히 구두 의미 전달력이 낮았고, 사고 우위의 중위 수준 학습자와는 달리 이러한 약점을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사고와 태도 요인 또한 우수하지 못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가 말해 주는 교육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위 수준 학습자는 사고와 태도가 갖춰져 있으므로 보다 정교한 학문적 언어 사용을 목표로 한 언어 초점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중위 수준은 학습자별로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학습자 특성을 살펴 교육하되, 교육 내용에 모든 요인이 균형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하위 수준 학습자는 사고 우위의 중위 수준 학습자를 모델로 하여 학문에 임하는 태도와 사고 함양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며, 언어적 능력 향상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의 함의를 토대로 5장에서는 학문적 구술력 교육의 대상과 목표를 밝히고 교육 내용이 어떻게 구성될 수 있을지 제시하였다.
본고는 한국어 학습자의 학문 활동과 학문적 대화, 그리고 학문적 구술력을 개념적으로 연구하여 학문적 한국어 능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학문적 구술력의 결정 요인을 구체화하여 그 개념을 보다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립하였다. 또한, 이론 정립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한국어 학습자의 학문적 구술력에 대해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줌으로써 이론과 실제의 균형을 맞추고 실제 맥락에서 학문적 구술력 이론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분석의 결과는 현장에서 학습자의 수준을 해석하는 데 실마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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