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김수영의 시세계를 시대에 따른 변모양상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김수영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이후 2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했다. 그는 한국사에서 가장 격변...
본고는 김수영의 시세계를 시대에 따른 변모양상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김수영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이후 2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했다. 그는 한국사에서 가장 격변의 시기였던 1940~60년대를 몸소 겪으며 시를 썼는데, 각 시기에 따라 시의식의 변모양상이 두드러진다. 또한 실제 삶과 시가 일치되는 모습을 보여준 시인이다.
김수영 시의 큰 변화는 4⋅19혁명을 전후 하면서이다. 그 이전의 시에서는 식민역사로 인한 전통에 대한 부정이 내면적 어둠과 결합하여 나타난다. 내면적 어둠이라 함은 생활의 곤궁과 이데올로기의 부정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이 김수영을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보다는 내면의 성찰과 설움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런 김수영에게 다시 큰 시련이 찾아온다. 김수영은 6⋅25전쟁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체험한다. 전쟁이 인간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비극을 확인한 그는 사회 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4⋅19혁명 이후의 시에서는 현실지향적 의식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자유와 혁명을 외치지만 좌절되고 현실에서 좌절되고 만다. 김수영은 좌절된 자유를 내면적 각성과 사랑으로 시적 성취를 이끌어 낸다.
본고에서는 김수영의 시 속에서 드러나는 인식의 변모양상을 3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내면지향의 전기시이다. 김수영은 해방 이후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보다는 개인적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생활의 곤궁과 어수선한 현실 속에서 비애와 설움을 노래한 시기이다. 이처럼 사회 현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개인의 삶과 감정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내면 지향의 시기이다.
둘째, 현실지향 의식의 성장 시기이다. 이 시기에 김수영은 6・25라는 민족적인 비극을 체험하게 된다. 인민해방군으로 강제 징집, 전투 참여, 거제 포로수용소에서의 포로 생활 등 전쟁으로 느낄 수 있는 비참함을 몸소 체험한 김수영은 서서히 사회 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또한 전쟁 체험 이후 깊어진 생활고는 김수영을 생활과 더욱 밀접하게 한다. 이 시기에는 개인적인 설움과 비애 의식이 현실과 결부되어, 이전에 보이지 않던 사회 지향적 태도로 변화한다.
셋째, 혁명 의식과 현실 수용을 통한 자유 추구가 드러나는 후기시이다. 김수영은 4⋅19혁명의 실패로 개혁 의지가 강해지며 민주주의와 자유에 적극적 열망을 표출한다. 자유로의 적극적인 열망은 곧 모순된 사회 현실과 대비되어 그가 현실 지향적 시를 쓰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5⋅16군사정변으로 인한 독재는 김수영의 자유로운 시 창작에 영향을 미치고 이전의 저항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든다. 그때 김수영은 현실을 극복하고 수용하기 감싸안는 태도를 보이며 자유를 추구하고자 한다.
김수영의 시론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온몸으로 시를 썼다. 그가 살아왔던 시대와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의식의 변화양상을 보여준다. 김수영이 살아온 시대는 억압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6⋅25전쟁과 4⋅19혁명에서 5⋅16군사정변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김수영은 온몸으로 시대를 인식하며 투쟁했다. 김수영은 초기시에서 후기시로 가면서 내면지향에서 현실지향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변화한다. 이처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양상을 보이는 과정에서 김수영 시의 지향점이 자유의 추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초기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설움의 정서로 표현하고 김수영 시의 중요한 전환점인 4⋅19혁명 이후에는 자유를 찾기 위해 혁명을 외친다. 4⋅19혁명의 실패와 더불어 그의 혁명도 좌절되지만 결국 모순된 현실도 끌어안는 태도로써 자유를 이루고자 한다. 이렇듯 김수영은 굴곡진 한국사에서 때로는 현실에 짓눌리기도 하고 때로는 당당하게 혁명을 외치며 끝내는 사랑으로 감싸 안는 시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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