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어란 관용어, 성어, 속어, 헐후어 등을 아우르는 말로서 표현력이 아주 풍부한 고정 단어 또는 어구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숙어는 중국문화의 색채가 아주 농후해서 외국인이 말하기에는 ...
숙어란 관용어, 성어, 속어, 헐후어 등을 아우르는 말로서 표현력이 아주 풍부한 고정 단어 또는 어구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숙어는 중국문화의 색채가 아주 농후해서 외국인이 말하기에는 적재적소한 장소를 찾기 어렵고, 공부하기에도 일정한 난이도가 있어 구어를 잘하는 고급중국어 수준의 외국인도 숙어를 잘 구사하기란 쉽지 않다.
원 텍스트인 ≪外國人說熟語≫는 중국의 숙어 중에서 활용빈도가 높고, 외국인들이 꼭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것 557개를 194페이지에 걸쳐 정리해놓은 책인데, 91개의 관용어, 206개의 성어, 211개의 속어, 49개의 헐후어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이 책의 번역에 들어가면서 책에 있는 모든 숙어를 정리해 보기 위해 초벌 완역을 하였으나, 중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양이 늘어나는 관계로 무려 2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이 되었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이중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빈도와 중국어의 토플에 해당하는 HSK에 등장하는 중요도를 고려하여, 관용어와 성어 부분 총 101페이지 분량을 선택하여 집중도와 완성도를 높이기로 하였다.
관용어 부분을 번역하면서 오랜 역사와 많은 사회적 변혁을 겪은 중국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부분이 많아 역시 언어와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를테면 ‘半边天’(‘하늘의 반쪽’이란 뜻으로, ‘여성이나 자신의 아내 지칭’)은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양성의 평등이 강조한 사회 현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炒鱿鱼’(‘오징어볶음’으로, ‘해고하다’는 뜻)에서는 오징어를 볶을 때 말려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옛날에 사람이 길을 떠날 때 짐을 말아서 사는 모양과 같은 것을 연상하여 ‘해고하다’는 뜻으로 완곡하게 사용했다. 이를 통해 사회 변혁이나 실생활 속의 살아가는 모습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신조어로 만들어 내는 중국인 특유의 언어습관을 알 수 있었다. 또한 ‘马后炮’(장기의 ‘마’ 뒤의 ‘포’를 나타내는 말로, ‘뒷북치다’는 뜻)와 ‘跑龙套’(전통 희곡에서 팀을 구성하는 수행원 또는 병졸로, ‘단역’의 의미’)는 중국문화에서 유래된 관용어로 전통문화가 관용어의 생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었다.
성어 부분도 관용어와 마찬가지로 우선 ‘车水马龙’(‘차가 많아 물줄기와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도 많아서 마치 한 마리의 용과 같다’는 것으로, ‘도로에 차가 많아 끊임없이 오가고, 매우 번화한 것’ 형용)처럼 사회 현상이나 모습을 형용하여 만들어진 것이 적지 않았다. 다음으로 ‘画蛇添足’(‘사족을 달다’), ‘滥竽充数’(‘잘하는 사람들 틈에서 머리수만 채우다’)처럼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典故에 바탕을 두고 생겨난 성어가 상당수를 차지해서, 전고의 배후에 있는 역사적 사실을 독자에게 알게 함으로써 더욱 흥미진진하고 풍부하게 그 성어의 함의를 해석할 수 있었다. 또 ‘东奔西走’(‘동분서주’), ‘教学相长’(‘교학상장’) ‘朝三暮四’(‘조삼모사’) 등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성어와 완전히 똑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不三不四’(‘볼품없다’), ‘成千上萬’(‘수천수만’)처럼 숫자가 포함된 성어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히 많았다. 또한 ‘目中無人’(‘안하무인’), ‘脍炙人口’(‘인구에 회자되다’)처럼 뜻은 같으나 우리가 쓰는 성어에 비해 한두 글자가 다르거나 어순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사용하는 성어가 거의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기왕에 어느 정도의 연구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 사용하는 한자성어와 중국인이 상용하는 성어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진일보한 연구를 해보고자 한다.
외국인명의 경우 편저자들이 중국에서 외국인을 위한 중국어 교육에 종사하는 까닭으로 다른 책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저자를 거쳐 간 많은 제자들의 실제 인명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본이름(일본이름은 원어민의 도움으로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표기할 수 있었다)을 제외하고,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의 이름은 중국인이 외국의 고유명사까지도 한자로 음역한 까닭에 원어민에게 물어보거나 중국의 유명 포탈사이트인 ‘baidu’이나 ‘cn.yahoo’ 등을 이용해 검색을 하여도 한계가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새로운 이름들을 찾아가면서 느끼는 기쁨도 적지 않았다.
이번 번역작업을 통해 외국의 언어를 모국어로 번역하는데 있어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심지어 같은 단어조차도 어떤 경우에는 직역을, 어떤 경우에는 의역을 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중국인의 뉘앙스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어려움이었지만, 지나친 의역은 오히려 개인적인 생각에 빠져버리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직역에 충실하다보면 번역이 너무 경직되어 실제 대화의 현장감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그 고민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번역작업이 단순한 언어 지식만으로는 훌륭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 계속 중국어와 중국 관련 일에 종사할 본 연구자로서는 중국고전에 대한 이해, 중국문화에 대한 폭넓은 공부, 현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다방면에 대한 지속적 관심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말과 우리 문화 및 다양한 일반상식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더욱 훌륭한 중국어 교사 내지 중국통이 될 수 있음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