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이혼>은 세 부부의 결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사인 린샤오펑의 남편은 국영병원의 외과의사이다. 린샤오펑은 가정형편과 그들의 수입에 만족하지 못한다. 남편 숭젠핑이 평범...
<중국식이혼>은 세 부부의 결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사인 린샤오펑의 남편은 국영병원의 외과의사이다. 린샤오펑은 가정형편과 그들의 수입에 만족하지 못한다. 남편 숭젠핑이 평범하여서 그녀와 아들 당당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지 못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몹시 실망스럽게 여긴다. 그녀가 남편에 대한 실망과 못마땅함을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부부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숭젠핑은 국영병원에 사표를 던지고 외자로 운영하는 병원으로 옮긴다. 남편이 전처럼 가사를 분담할 여력이 없어지자, 린샤오펑이 모든 가사를 도맡으며 남편의 성공만을 뒷받침하기로 한다. 하지만 가사에 얽매이느라 교직에 소홀하게 된 그녀가 결국 사표를 내면서 두 사람의 격차는 커져만 간다. 더구나 여자가 남자보다 노화가 빠르다는 우려로 린샤오펑은 남편을 경계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감시를 하게 된다. 린샤오펑의 비이성적인 행동이 병원에 소문으로 퍼지면서 숭젠핑은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부부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갈등이 심화된다.
젊은 부부 리우둥베이와 주엔쯔의 결혼은 유산과 이혼으로 치닫는다. 무책임한 리우둥베이에게 절망한 주엔쯔는 숭젠핑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 린샤오펑이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게 되고, 결백을 주장하는 남편의 말은 귀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그녀의 남편에 대한 불신은 중년부인의 불안심리와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불륜의 증거를 잡기 위해서 린샤오펑은 두 사람의 잔에 안정제를 태워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하였고, 부부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혼녀 샤오리는 혼자 딸을 키우면서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존재는 결혼생활과 독신생활 모두가 개인의 노력과 관리에 따라서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부부관계의 세 가지 유형의 배신을 묘사하고 있는데, 마음으로 저지르는 배신과 몸으로 저지르는 배신, 그리고 몸과 마음으로 저지르는 배신이 그것이다.
문학작품이 한 시대 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군중의 아픔과 사람들 사이의 피할 수 없는 갈등을 담아내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폭 넓은 지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며 널리 읽히게 된다. 문학작품이 다수 독자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로서의 생명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중국 국내에서 결혼생활을 가장 잘 묘사한다고 일컬어지는 王海鴒은 따스하면서도 쓰라리고, 넘치는 듯 모자라며, 사람을 편하게도 힘들게도 하는 결혼이라는 주제를 그의 작품 속에 잘 그려내고 있다고 본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치열한 경쟁사회로의 진입으로 중국사회는 기존의 가치관과 사회질서가 혼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변혁의 급류 속에 일반가정의 평범한 부부들이 겪는 갈등도 날로 복잡해지고 다차원적인 양상을 보인다. 王海鴒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의 구성원들이 겪는 갈등과 모순을 예리한 시선으로 관찰하여 유려한 문장으로 엮어내었으며, 결혼과 이혼을 주제로 한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서 급변하는 중국사회에 처한 부부들이 겪는 정신적인 갈등, 그로 인한 가정의 파괴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 결혼생활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비단 현대 중국사회의 사회문제일 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부딪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혼은 남녀의 사랑으로 이루어지지만, 사랑만으로는 결혼을 유지할 수가 없다는 것은 결혼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사랑과 결혼에 대하여 한 번이라도 고민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고 생각해 볼 가치를 지닌 소설이라는 소견으로 이 소설의 번역을 결정하였다.
번역은 중국어와 우리의 모국어인 한국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것과 흡사하다. 원문의 글자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얽매이다 보면 자칫 문맥을 놓치기 쉬운 직역과, 번역자의 지나친 자의가 개입되면 자칫 오역이나 반역이 될 수 있는 의역의 사이에서 줄을 타는 것과 같다. 그 줄 위에 선 번역자가 세심하고 철저한 고찰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잡을 때, 작가의 의도에 충실하면서 우리말로 옮겼을 때 어색하지 않는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분량의 번역을 처음으로 시도하면서 본인의 표현력과 번역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나름대로 중국어 문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한결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보람을 갖게 되었으며, 번역자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기회도 되었다. 번역에 임하는 사람은 중국어 문장에 대한 소양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집요한 탐구정신과 창조정신이 깃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번역의 과정은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과 같으며, 놀랍도록 즐거운 경험이기도 하며, 힘들지만 얻는 것도 적지 않는 먼 항해와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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