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후기의 시화는 작품의 品評을 위주로, 18세기 전기의 시화는 詩論을 위주로 하였던 데 대하여, 18세기 후기의 시화는 이를 조화시킨 경향을 띠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이덕무는 광범위한 자료수집, 공평한 자세, 사실주의에 입각한 평가 등을 비평의 기본적 입장으로 견지하였다. 시에 대한 비평에 있어서는 왕사정이 신운론을 수용하여 시상의 초탈성과 회화적 이미지에 의한 함축적 의미를 중시하였으며, 초탈성은 초월경이 아니라 탈속성으로 인식하였다.
이덕무는 品格批評에 대하여 본격적 이론을 개진하지 않았지만, 「청비록」의 가장 큰 특징은 품격비평임이 분명하므로, 구체적 양상의 파악을 위해서는 품격비평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대의 품격비평은 逸話的 성향을 크게 지녔지만,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品評的·詩論的 성격이 강화되었다. 이 비평방법은 시를 비평함에 있어서 작품의 品格의 평가에 주안점을 두었고, 특히 格調와 氣象을 실제 작품의 가치·우열·특징을 평가하는 데 적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덕무는 시품에 대한 이론을 개진한 글을 남기지 않았지만, 43則이나 되는 시화에서 시품의 평어를 사용하였으며, 거기에 나타나는 시품은 46품에 이른다. 대개 2字나 4字로 이루어진 평어들인 그것들은 그가 분석적 비평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독자적인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그러한 평어 중에는 ‘淸’자와 결합된 평어의 빈도가 가장 높고, ‘雅’자와 결합된 평어의 빈도도 높은 편이다.
「청비록」에서 사용한 '淸'字 계열의 평어는 11개인데, ‘淸’은 ‘맑다’는 의미를 중심으로 한 것으로, 그 기준은 읽고 난 후의 감흥을 핵심으로 한 것이다. 두 번째 글자 이하의 평어는 그 의미의 범주나 의미하는 바가 각기 다르다.
‘精’字 계열의 평어는 7개인데, ‘精’은 ‘정치하다, 솜씨가 지극하다’는 뜻으로서, 對偶·用事·造語 등 수사기교와 세밀한 묘사력을 평가할 때 사용되었다.
품격을 중심으로 시를 구체적으로 평가한 「청비록」의 비평은 조선 후기 비평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전대의 시화집들이 작가론·주제론을 중심으로 하던 경향을 벗어나 작품의 가치 중심으로 평가한 점이다. 둘째, 품격비평의 전통을 계승하여 작품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 비평을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품격비평의 효용성을 극대화한 연 점이다. 셋째, 비평의 일관성·실증성·구체성 등의 측면에서 가장 특징적인 양상을 보여 준 점이다. 이러한 비평사적 의의로 보아 「청비록」은 작품 중심의 실질비평의 새 지평을 열고, 이덕무는 가장 현장적 비평가로서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韩语论文，韩语论文网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