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팽글리쉬(Spanglish) 어휘 연구 : 형태와 의미 생성을 중심으로 언어에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생활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것들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언어는 역사의 흐름에 따... 스팽글리쉬(Spanglish) 어휘 연구 : 형태와 의미 생성을 중심으로 언어에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생활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것들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언어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사회적인 영향에 의해 변하고 발전한다. 스페인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리스어, 라틴어, 게르만어, 아랍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 등 주변의 많은 언어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 왔다. 라틴어 이전의 원주민 어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약 2세기 동안 서고트족의 지배를 받으면서 많은 게르만 어휘들이 유입되었고, 약 8세기 가량 아랍의 지배를 받으면서 수 천 개 아랍 어휘가 차용되었다(Lapesa, 1988). 심지어는 아메리카 원주민어에서도 영향을 받았으며 현재는 영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차용된 외래어들이 현재 완전한 스페인어로써 정착되어 사용되고 있다. 언어는 한 국가 내에서도 다른 언어들과 접촉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같이 여러 나라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공존하는 다문화, 다인종 사회에서는 언어들 간의 접촉 양상이 매우 복잡하게 전개된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언어들 간의 접촉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변이로는 단연 스팽글리쉬를 꼽을 수 있다. ‘스팽글리쉬’란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의 증가로 스페인어와 영어가 혼합되어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는 변이 현상이다(Cruz & Bill, 1998; Cañas, 2017). 즉, 미국에서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층위인 ‘히스패닉’이 사용하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혼합된 언어 변이를 ‘스팽글리쉬’라고 부른다. 히스패닉이란 영어의 hispano를 스페인어의 hispano로 단순히 번역한 말이다. 스페인어로 hispano는 ‘스페인’을 뜻하는 Hispania의 형용사로 원래는 ‘스페인어’, ‘스페인의’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스페인이 라틴아메리카를 정복하면서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에서 스페인어와 그 문화를 공유하는 나라를 포괄하는 말이 되었다(김우성, 2017). 그러므로 히스패닉이란 미국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며 그 문화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이민자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또한 히스패닉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미국에 거주하며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인구 집단을 조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하다(Koivisto, 1998). 미국에는 현재 멕시코와 쿠바, 푸에르토리코 출신 등 수많은 히스패닉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자국에서의 빈곤과 정치적 불안, 일자리 등을 이유로 합법 또는 불법 이민자가 되어 미국으로 유입되었다. 히스패닉들은 타 인종보다 출산율도 월등히 높아서 2017년 현재 히스패닉 인구는 미국 내에서 흑인 인구수를 제치고 백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 통계청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에 거주하고 있는 히스패닉 인구는 약 5,05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 3억 87만 명 중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수의 증가로 인해 미국 사회에서의 히스패닉 정치, 경제, 사회적 영향력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남서부 주들에서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위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약 3,760만 명으로 히스패닉 인구의 74.6%가 주로 미국 8개 주인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뉴욕, 일리노이, 아리조나, 뉴저지와 콜로라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히스패닉 전체 인구의 28%이며, 약 1,400만 명이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하고 텍사스에서는 전체 인구에서 19%인 약 9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는 언어 사용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어가 서툰 히스패닉들에 의해 영어와 스페인어가 섞여 쓰이는 스팽글리쉬 현상이 본격화 된 것이다. 이들은 미국 문화에 동화되기를 거부하고 스팽글리쉬로 대화를 함으로써 그들의 정체성과 친근감을 유지하려 하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용 빈도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근래에는 이들 히스패닉들의 이목을 끌기위해 미국의 문학, 소설, 광고, 노래, 영화 등 많은 분야에서 스팽글리쉬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스팽글리쉬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류에 발맞추어 미국 내에서는 스팽글리쉬에 대한 연구가 예전부터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기관으로는 특히 퓨 히스패닉 센터(Pew Hispanic Center)와 각 대학 연구기관 등에서 히스패닉 및 스팽글리시 연구를 주도 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Rothman & Rell(2017)와 Lipski(2017) 등 많은 학자들이 스팽글리쉬의 패턴과 구조, 발생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Galván & Teschner(1991)는 Chicano 스팽글리쉬에 관한 사전을 편찬하기도 하였으며, Stavans(2017)도 스팽글리쉬 사전을 편찬하는 등 스팽글리쉬의 어휘 분석에 관한 연구가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처럼 스팽글리쉬는 스페인어 활용 영역에서 사용 빈도수뿐만 아니라 영향력 또한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스팽글리쉬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된다. 모국어에 대한 영어 자체의 영향력도 지대한데,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히스패닉들의 언어 습관 역시 북아메리카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영어의 경쟁력과 비례해 스페인어는 필연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영향은 인접한 지역에 위치해 있어 접촉이 빈번한 멕시코 스페인어에서 특히 더 두드러진다. 이를 통해 많은 스팽글리쉬 어휘들이 스페인어에 유입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페인어화 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외국어로 스페인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초보 학습자들은 자신들이 배워야 할 올바른 스페인어와 스팽글리쉬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의 스페인어 초보 학습자들은 대부분 중고등 교육 과정을 거치며 이미 영어에 많이 익숙한 상태라, 이것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이들은 이제 갓 배우기 시작한 스페인어에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영어의 발음과 형태, 의미, 문법 등 각종 영어와 관련된 지식을 스페인어에 투영하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의 경우 인터넷이나 채팅, 또는 각종 매체를 통해 스팽글리쉬 어휘들을 별다른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로 받아들인다. 자신들에게 매우 친숙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는 의미 유추에서도 문제를 야기한다. 스페인어의 본래 의미는 다른 것인데, 형태가 유사한 영어의 의미를 그 어휘에 투영하는 것이다. 자신의 기존 영어 지식이 스팽글리쉬에 투영되면서 의사소통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초보 학습자들이 인터넷이나 채팅 과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팽글리쉬를 살아있는 스페인어로 오인하는 것이다. 좁게는 그 해당 그룹의 사람들, 넓게는 히스패닉 젊은이들 사이에서만 쓰이는 은어나 유행어를 올바른스페인어로 착각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점은 특히 스페인어 교육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물론 언어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 같은 존재이므로 은어든 유행어든 어차피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들 다수가 사용하는 것이라면 알고 습득할 필요가 있다.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좋은 언어 나쁜 언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교육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초보 학습자일수록 올바른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스페인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스팽글리쉬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처럼 스페인어 학습자들이 스페인어와 스팽글리쉬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팽글리쉬의 형태와 구조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하다. 두 언어 층위 간의 경계와 갈래, 영향 관계를 명확히 숙지하고 있어야만 불필요한 혼란이나 오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언어 간섭에 의한 혼란 문제는 한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여러 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팽글리쉬 언어 현상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우선, 김우중(2017)은 자신의 연구에서 사회 방언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스팽글리쉬가 라틴아메리카의 세계화로 인해 그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으므로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서경석(2017)은 스페인어 확장의 실태와 스팽글리쉬 어휘 그리고 스팽글리쉬 형성의 토대가 되는 주요 특성을 고찰했으며, 유은정(2017)은 인터넷 보급으로 확대되는 사이버 스팽글리쉬의 어휘들을 유형별로 분석한 바 있다. 스팽글리쉬의 중요도가 커진 만큼 그 실체를 규명해 숙지하고 스페인어 학습 시에 반드시 참고해야 언어 간섭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최종호(2017) 또한 스팽글리쉬는 단순히 발생된 언어 행위가 아니라 이미 삶의 방식, 문화적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스팽글리쉬를 새로운 언어의 탄생으로 나아가는 단계로 보고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스팽글리쉬가 미국 내 사용 인구가 점차 늘어나 중요성이나 활용도가 매우 높은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스페인어를 학습할 때는 별도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스페인어를 학습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스팽글리쉬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스팽글리쉬는 영어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일종의 지역적 또는 사회적 방언 형태로 발전되어온 형태이므로, 스팽글리쉬에 대해 학문적 가치와 필요성이 있는지 학자들조차 확신이 서지 않아, 스페인어 학습에서 스팽글리쉬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팽글리쉬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스페인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스페인어를 다루거나 학습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스팽글리쉬를 외면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유은정(2017)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초보 학습자들이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영어와 스페인어의 문법 형식을 벗어난 제 3의 형태인 스팽글리쉬를 접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에는 누구나 매우 쉽게 스팽글리쉬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유은정(2017)의 연구를 바탕으로 스팽글리쉬의 어휘의 형성과 의미의 생성 과정을 집중 분석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스페인어 초보 학습자들에게 스페인어와 스팽글리쉬 간의 경계를 명확하게 제시할 것이며, 이는 스페인어 교육에서 스팽글리쉬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언어적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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