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3음절 한자어를 대상으로 그 선행 성분과 후행 성분의 문법 범주를 규정하는 것이다. 3음절 한자어는 2음절 한자어에 선행 성분 또는 후행 성분이 결합한 것이다. 즉 3음절 한자어는 ...
이 글은 3음절 한자어를 대상으로 그 선행 성분과 후행 성분의 문법 범주를 규정하는 것이다. 3음절 한자어는 2음절 한자어에 선행 성분 또는 후행 성분이 결합한 것이다. 즉 3음절 한자어는 ‘1/2’ 또는 ‘2/1’로 분석할 수 있다. 이 글은 바로 ‘1’에 해당하는 형태의 범주를 밝히는 것이다.
한자어가 비록 한문(중국어) 문법에 의해 만들어졌을지라도 국어 문법의 분석 대상이 될 수 없는 2음절 한자어(2자어)와 국어 문법의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는 3음절 한자어로 나눌 수 있다. 2음절 한자어의 구성 성분은 단지 한자로서 의미만 인식되는 형태소로 분석되고 2음절 한자어 전체는 단어(명사)가 된다. 반면 3음절 한자어는 2음절 한자어 단어에 1음절 의존 형태소 접사 또는 어근이 결합한 것이다. 2음절 한자어는 ‘독서(讀書), 우정(友情)’ 등과 같이 국어 문법의 형태론적 구성 절차에 따라 설명할 수 없는 예들이다. 즉 ‘독서’와 ‘우정’은 ‘讀-, 友-’인지 ‘-書, -情’인지 그 결합 규칙을 설명할 수 없다. 이들 구성 성분은 한자(漢字) 한 자 한 자가 갖는 의미만 인식되는 형태소로밖에 분석할 수 없다. 그러나 3음절 한자어 ‘생고기, 무가치, 가식적, 학자연, 강의실’ 등에서는 각각 ‘고기, 가치, 가식, 학자, 강의’ 등의 단어가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들 2음절 한자어 단어의 선행 성분인 ‘生-, 無-, -的, -然, -室’ 등이 분석되고 국어 문법은 이들 형태들에 대해 당연히 합당한 범주를 부여해주어야 한다. 그 범주는 접사 아니면 어근이 되어야 할 것이다.
3음절 한자어는 ‘1/2’ 또는 ‘2/1’로 분석할 수 있으며, 이 때 ‘2’는 2음절 한자어로서 명사인데, 3음절 한자어에 결합하는 2음절 한자어는 크게 일반명사와 서술명사, 관형명사로 나눌 수 있다. 일반명사의 경우는 1음절 한자어와 자립성을 갖는 2음절 한자어가 있다. 관형명사는 ‘거국, 원시, 객관’ 등이 있는데, 후행 명사를 수식하면서 관형 구성을 이룰 수 있고, 서술명사는 ‘강경, 강력, 신선, 현명’ 등이 있는데, ‘하다’ 결합이 가능하여 서술성을 갖는 명사이다. 그리고 ‘이지, 학구, 자의, 개연’ 등은 ‘하다’가 결합할 수 없고, 관형 구성도 이룰 수 없지만 조사 결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잠재명사’로 볼 수 있다.
3음절 한자어의 선행 성분으로서 접두사와 어근을 구분하는 기준은 크게 원의미(주된 의미)와의 유연성 여부와 생산성이다. 한자어 의존 형태소가 원의미로부터 벗어나서 유연성을 잃었다면 의미 굴절을 겪었다고 보아 접두사로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한자어 의존 형태소가 고유어 접두사와 대치가 가능한 경우도 접두사로 설정해야 한다. 3음절 한자어는 2음절 한자어와 통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고유어나 외래어와 결합한다면 생산성을 인정하여 역시 접두사로 봐야 한다.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고찰한 한자어 의존 형태소 선행 성분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가. 접두사 :
生(생고기, 생과일, 생고생, 생매장, 생과자, 생살, 생목숨, 생방송, 생백신)
王(왕밤, 왕가뭄, 왕모래, 왕고모)
洋(양공주, 양송이, 양약, 양담배, 양배추)
第(제일, 제삼, 제십이)
나. 접두사 및 어근 겸용형태 :
親(친할아버지, 친고모 / 친일본, 친노무현)
外(외할아버지, 외삼촌 / 외분비, 외출혈)
超(초강경, 초스피드 / 초음속)
다. 어근 :
無(무가치, 무기교, 무절제, 무표정, 무공해 ; 무맛, 무알코올)
對(대북(한), 대야(당), 대미(국), 대간첩 ; 대갚음)
最(최근세, 최상등, 최고급, 최우수, 최신형)
高(고기압, 고물가, 고연령, 고감각, 고분자 ; 고칼로리)
急(급발진, 급제동, 급전환 ; 급브레이크, 급방긋)
라. 관형사 :
新(신대륙, 신소재, 신정부, 신세계, 신학기)
總(총감독, 총결산, 총공격)
3음절 한자어의 후행 성분으로서 접미사와 어근을 분석하는 기준은 먼저 접두사와 어근을 구분하는 기준과 동일하게 원의미와의 유연성 여부로 판별할 수 있다. 즉 3음절 한자어 후행 성분이 원의미와 멀어져 의미 굴절을 겪었다면 접미사로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어근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한자어 접두사 판별 방법과 달리 어기의 범주를 변화시키면 접미사로 설정할 수 있다. 고유어 접미사는 어기에 의미를 첨가하기도 하지만 어기의 통사적 범주를 변화시키기도 하는데 이 점을 중시한 것이다. 3음절 한자어는 국어 문법의 분석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접두사 및 접미사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고유어 접사가 갖는 근본적 성질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자어 접미사를 판별 기준으로 생산성을 들 수 있다. 즉 3음절 한자어의 후행 성분에 2음절 단어로서 고유어나 외래어가 결합한다면 생산성을 인정하여 접미사로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한자어 의존 형태소의 범주를 설정하기 위해 해당 의존 형태소가 현대 중국어에서 어떤 의미와 범주로 쓰이는지도 참고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한자어 의존 형태소가 중국어에서 접두사나 접미사로 쓰인다면 국어에서도 그만큼 접두사나 접미사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 논의한 한자어 의존 형태소 후행 성분은 다음과 같다.
(2) 가. 접미사 :
的(가정적, 맹목적, 가식적, 자연적, 살인적, 법적, 수적, 미스터리적)
化(고급화, 양극화, 자동화, 거품화, 네트워크화, 멀티미디어화, 간소화, 불법화)
나. 접미사 및 어근 겸용 형태 :
視(도구시, 문제시 / 당연시, 위험시)
性(간결성, 우연성, 귀염성, 참을성, 마음성, 밉성, 코믹성
/ 대중성, 사회성, 작품성)
手(나팔수, 무용수, 소총수, 내야수 / 쌍수, 자충수, 까딱수)
다. 어근 :
權(거주권, 영업권, 경제권, 당권, 사법권)
然(학자연, 군자연, 대가연, 목석연)
說(객관설, 날조설, 윤회설)
室(경비실, 방송실, 양호실, 자습실, 화장실)
者(과학자, 노숙자, 배우자, 성직자, 책임자)
師(간호사, 요리사, 정원사, 한의사)
라. 의존명사 :
中(무의식중, 부재중, 은연중)
下(상황하, 처지하, 인솔하)
3음절 한자어의 선행 성분과 후행 성분은 국어 문법의 틀 내에서 범주를 부여해야 하며 그것은 접사가 아니면 어근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정도성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접사적 성격을 많이 가진다든지 또는 어근적 성질을 더 많이 가진다고 논의하는 것은 부여되어야 할 문법 범주를 처리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한자어에 대해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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