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북한의 인민학교 국어 교과서 어휘의 실태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기본어휘 양상을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된 이후 서로 다른 사회 체제를 구축...
본 연구는 북한의 인민학교 국어 교과서 어휘의 실태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기본어휘 양상을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된 이후 서로 다른 사회 체제를 구축하여 유지해 오면서 남한과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차이가 나게 되었다. 언어도 예외가 아니어서 역사적으로 단일한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서로 다른 언어관에 입각하여 언어 정책을 실시한 결과 언어 전반에 걸쳐 차이가 나타나게 되었다. 언어가 의사 소통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만 초점을 맞추어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단지 방언적 차이 정도로 인식하는 견해도 있기는 하지만 민족어의 통일적 발전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 즉, 언어 규범의 통일, 사전과 실용 문법서의 공동 편찬 문제 등에 주목하여 살펴보면 남북한 언어의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에서는 1966년 김일성의 교시로 남한의 표준어와 차별성을 둔 문화어를 제정하였다. 그리하여 광복 이후 지금까지 체제 지향적인 언어 정책의 추진을 위해 어휘 정리 사업의 일종인 말다듬기 운동을 시행해 오고 있다. 그 결과 남북한 언어의 형태, 음운, 어휘, 통사 구조 중 어휘 면에서 이질화 현상이 가장 심각해진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의 언어 정책과 교육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어휘의 구체적인 사용 실태를 분석하여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설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북한 언어에 대한 연구도 점차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북한의 기본어휘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기본어휘의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국가의 언어 정책을 가장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가 가장 기본적인 조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분석의 대상으로 북한 기본어휘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인민학교 「국어, 1,2,3,4」(교육도서출판사 간행, 1996)를 선정하였다. 네 권의 교과서 전문을 컴퓨터에 입력하였는데 어휘를 계량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조사와 어미를 제외한 단어를 조사 단위로 하여 통계 처리하였다. 그 결과 어휘량은 개별어휘의 경우 1학년 1297단어, 2학년 2788단어, 3학년이 3585단어, 4학년이 4520단어가 쓰였고 전체적으로는 총 7215단어가 사용되었다. 전체어휘는 1학년이 2491단어, 2학년이 10331단어, 3학년이 13524단어, 4학년이 19902단어이며, 전체 49838단어이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어휘량이 증가하며 개별어휘의 전체 평균 빈도는 6.90%로 한 단어가 약 7회 정도 쓰임을 알 수 있었다.
2장에서는 단어에 필요한 정보를 태깅하여 1차 작업이 완료된 자료를 빈도별, 품사별, 어종별, 주제별로 분포 양상과 특징을 살펴보았다.
빈도별 분포 양상은 전체적으로 볼 때 빈도 5회 이하의 저빈도 어휘가 개별어휘 81.98%, 전체어휘 24.68%를 차지하였고, 200회 이상의 고빈도 어휘는 개별어휘는 0.27%에 불과하였지만 전체어휘는 14%에 이르렀다. 이는 극소수의 고빈도 어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어휘 양상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이다. 또한 학년이 올라가면서 개별어휘는 줄어들지만 전체어휘는 증가한다. 이것은 고학년일수록 빈도수 높은 어휘가 반복되어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고빈도 어휘의 분포를 본 조사 대상과 관련하여 특징적인 어휘를 중심으로 살폈다. 결과 사용률 0.2%까지의 고빈도 어휘는 품사별로는 명사가 전체어휘를 기준으로 하여 35%로 가장 많았지만 다른 어휘 계량의 결과에 비하면 명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어종별로는 고유어가 89%를 차지하여 매우 높은 비중을 보임을 알 수 있다. 고빈도 어휘는 학년별로 별다른 변화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고빈도 어휘의 구성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 관련한 체제 찬양, 반미 반일 감정 고취 등을 위한 어휘들이 본 연구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결과이다.
다음으로 교과서 전체에 수록된 어휘를 대상으로 어휘 목록의 품사별 분포와 특성을 분석하였다. 품사별로는 명사가 전체어휘의 42%, 개별어휘의 45%, 동사는 전체어휘 25%, 개별어휘 27%, 형용사·부사는 전체어휘와 개별어휘 각각 9%이며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의 순으로 높은 분포를 보였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자료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부사의 경우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은데, 총 소리나 대포 소리, 신호탄 소리 등을 흉내낸 의성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 특징적이다.
어종별 분포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혼종어(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 기타)로 나누어 살폈다. 그리고 이들 각각의 품사별 구성도 함께 살펴보았다. 그 결과 고유어가 전체어휘 65%, 개별어휘 62%로 가상 많았고 다음으로 한자어가 전체어휘, 개별어휘 모두 19%였으며, 외래어는 각각 2% 미만을 차지하였다.
본 연구는 북한 인민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어휘를 계량적으로 고찰하여 북한의 기본어휘의 양상을 살피고자 하였다. 이는 여느 계량 연구와 마찬가지로 기간 연구로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본 연구의 결과는 남북한 기본 어휘 선정 등의 바탕이 릴 수 있으며 나아가 통일에 대비한 국어 정책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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