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실제 발화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요청화행 수행 양상을 살피고자 한다. 특히 본고는 북한이탈주민이 간접화행을 잘 사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한다. 본고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요청화행을 친밀도, 요청 상황의 성격, 남한 거주 기간이라는 세 가지 변인에 따라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언어 자 료는 20대, 30대 여성 북한이탈주민 10명의 자연 발화로, 본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 의 일대일 상호작용의 전 과정을 녹음하여 전사한 것이다.
본고에서는 화행을 분석하기에 앞서 요청화행과 간접화행의 범위를 한정하였다. 본 고에서 다루는 ‘요청화행’은 ‘청자의 행동을 요구하되 강제성은 없는 화행’을 의미한 다. 한편, 본고에서는 화자가 의도한 바를 이해하기 위하여 핵심어, 서술어, 문형에 대 한 추론을 필요로 하는가를 기준으로 직접화행과 간접화행을 나누고 간접화행을 다시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본고에서 보이는 특이한 점은 직접화행과 간접화행 이외에 ‘생략형 화행’이라는 새로운 화행 유형을 설정하였다는 것이다. 생략형 화행은 기존의 한국어 화행 연구에서는 다루어진 적이 없는 유형이지만 실제 발화에서는 빈 번히 사용되고 있으며, 본고에서 수집한 녹음 자료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났으므로 별 도의 유형으로 다룰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 분석한 북한이탈주민의 요청화행이 보이는 양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화· 청자간의 친밀도가 높은 경우에는 화자가 비교적 다양한 유형의 화행을 사용하였고 반면에 친밀도가 낮아질수록 간접화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친밀감이 높 은 경우에는 요청의 부담이 낮아지므로 화행 유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발화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행하는 화행의 유형보다 더 특징적었던 것은 화· 청자간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단도직입적이고 경제적인 요청 발화가 수행되는 반면에 친밀도가 낮을 경우에는 부사어, 보조 화행, 머뭇거리는 어투 등과 같은 장치를 통해 공손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둘째, 요청 상황의 성격에 따른 화행의 양상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공적인 요청과 사 적인 요청은 화행의 수행 양상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요청의 수 혜자가 누구인가에 따라서는 화행 양상에 있어 상대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는데 요청의 결과가 상대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직접화행을, 화자 자신에게 이익이 되 는 경우에는 직접화행과 간접화행을 모두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요청의 결과가 화자에게 이익이 될수록, 청자에게 손해가 될수록 앞서 언급한 부사어나 보조화행 과 같은 공손 장치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셋째,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거주 기간에 따른 요청 화행 양상은 다음과 같다. 기존 연구들에서 밝힌 바와는 달리 남한에 거주한 기간이 짧다고 해서 간접화행을 잘 사용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의문형으로 실현되는 전형적인 간접화행은 남한 정착 초기의 연구 참여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으며 이들은 직접화행뿐만 아니라 다 양한 유형의 간접화행, 생략형 화행까지 모두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는 달리 남한에 거주한 기간이 긴 연구 참여자는 청자와의 친밀감에 기대어 직접화행 을 더 많이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공손 장치를 덜 사용하였다. 한편, 남한에서 오랫동 안 거주한 연구 참여자의 발화에서는 말더듬기나 말끝 흐리기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 으나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참여자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자신감 없는 말투를 사용하는 동시에 간접적인 발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본고는 북한이탈주민이 간접화행을 무리없이 구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자 연 발화 자료를 검토하여 기존 연구에서는 다루지 못한 생략형 화행 자료를 확보하였 고 이를 새로운 유형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의 요청화행에서는 간접성 이 반드시 공손을 담보하지 않으며, 북한이탈주민은 이외에도 다양한 공손 전략을 요 청의 부담도에 맞추어 사용하고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핵심어 : 북한이탈주민, 탈북민, 화행, 요청화행, 간접화행, 생략형 화행, 공손,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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