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한국어 동사 ‘하다’가 구문 속에서 의미적으로 잉여성을 띠게 된 서술어 자리를 형식적으로 채우는 기능을 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구문’은 구문 문법적 관점에 입각...
이 연구에서는 한국어 동사 ‘하다’가 구문 속에서 의미적으로 잉여성을 띠게 된 서술어 자리를 형식적으로 채우는 기능을 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구문’은 구문 문법적 관점에 입각한 개념으로, 연쇄적 구조를 갖는 형식에 의미가 직접 연합되어 있는 기호로서의 덩어리 단위를 말한다. 구문 중에는 구문을 이루는 요소 중 일부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단서로 삼아 그 구문 속의 서술어 자리에 올 동사가 무엇인지가 쉽게 예측되는 성격을 띠는 것이 있다. 이런 경우에 서술어 자리는 의미적으로 잉여성을 띠게 된다. 그리고 화자는 이런 자리를 의미가 매우 포괄적인 동사로 채워 주는 것만으로도 해당 구문의 의미적, 문법적 완결성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어 동사 ‘하다’는 이처럼 특정 구문 속에서 의미적으로 잉여성을 띠게 된 서술어 자리, 하지만 문법적으로는 채워져야 하는 자리를 형식적으로 채우는 요소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본론에서는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두 가지 사항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첫째는 연쇄적 구조를 갖는 형식에 의미가 직접 연합된 기호로서의 덩어리 단위가 존재한다는 것의 증거를 찾는 것이다. 둘째는 그런 덩어리 단위 속의 서술어 자리에 올 요소가 앞선 요소들을 단서로 하여 제약적으로 예측되는 경우에 그런 서술어 자리에서 ‘하다’가 쓰인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덩어리 단위의 존재를 보여 주는 증거로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었다.
1. 한국어 화자는 특정 요소들 뒤에 어떤 서술어가 올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고, 나아가 복합문의 선행절을 구성할 때 그처럼 예측 가능한 서술어를 아예 생략하기도 한다. 이는 국어 화자들이 연쇄적 형식에 의미가 연합된 덩어리 단위를 언어 지식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의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증거가 된다.
2. 어떤 동사는 그 동사 자체의 의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문장 형식 속에서 쓰이기도 한다. 게다가 어떤 동사든지 특정 문장 형식 속에서 쓰일 때에는 체계적으로 사태 의미가 조정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때 체계적으로 더해지는 의미를 동사 자체의 의미로 상정하기보다는 덩어리 구문 자체와 연합되어 있는 의미로 상정하면 이 현상이 자연스럽게 설명될 수 있다. 즉 이 현상 역시 덩어리 구문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3. 어떤 언어 형식의 연쇄가 전체로서 의미 변화를 겪는 현상은 그 특정 연쇄가 화자들에게 덩어리로 처리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4. 어떤 구문들에서 일어난 언어 변화가, 그 변화가 동일하게 적용될 법한 다른 구문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대신 고형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현상은, 그 구문이 화자들의 마음속에서 보다 공고한 덩어리 단위임을 보여 준다.
5. 직접 구성성분 분석은 구문을 이루는 요소 중 어떤 요소들이 더 긴밀히 묶여서 한 단위처럼 행동하는지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데, 때로는 구문을 이루는 요소 A-B-C 중 A-B가 묶여서 한 단위로 행동하면서 동시에 B-C가 묶여서 한 단위로 행동하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런 현상은 화자에게 A-B-C 전체가 서로 자주 인접하며 경험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며, 이런 덩어리는 화자들의 마음속에서 한 덩어리로 처리되는 단위일 가능성이 높다.
6. 같은 형식을 띠는 어미라도 의미가 무엇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문법적 특성을 보인다. 이는 문법적 특성과 제약들이 어미 자체에 얹혀 있는 것이 아니라 [절-어미 절] 형식의 구문 전체에 얹혀 있음을 보여 준다. 즉 어미의 의미에 따라 분할된 각 구문이 화자들의 마음속에서 각각 별개의 덩어리로서 처리되는 단위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본고는 이런 증거들을 통해 덩어리 단위(구문)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다. 그 후에는 이런 구문 속의 서술어 자리에 올 요소가 앞선 요소들을 단서로 하여 제약적으로 예측됨으로써 서술어 자리가 의미적으로 잉여성을 띠게 되는 경우에, 그런 서술어 자리에서 ‘하다’가 쓰인다는 것을 보였다. 어떤 구문이 빈번하게 쓰이는 맥락이 있다면, 그 구문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한 예측도 그런 맥락과 연계되어 이루어지기 쉬운데, ‘하다’는 그처럼 예측이 쉬운 경우에 잘 쓰임을 보였다.
이처럼 빈자리들을 갖는 구문에 기반하여 구체적인 동사가 쓰일 자리를 형식적으로 채우는 기능을 하는 ‘하다’를 이 연구에서는 ‘자리채우미’로 불렀다. 이 연구에서 제안한 ‘자리채우미’ 개념은 박진호(2008, 2010a)에서 제안되었던 개념을 약간 수정한 것으로, ‘한 언어에 존재하는 문법상의 틀 또는 화자가 담화상에서 필요에 따라 상정한 틀 속의 특정 자리가 있고, 거기에 들어갈 언어 형식의 품사라든지 의미부류는 대체로 결정했지만 정확히 어떤 형식인지까지는 명시할 수 없거나 명시하지 않으려 할 때 그 언어 형식이 들어갈 자리를 형식적으로 채우는 요소’에 해당한다. 본고의 시각에 따르면 ‘하다’는 언어 형식들로 채워지는 문법상의 틀(=구문)에 기반하여 그 틀 속의 서술어 자리에 올 요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그 자리를 형식적으로 채우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형식적인 기능을 하는 동사 ‘하다’는 흔히 형식동사나 기능동사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으나, 그런 요소들을 구문 문법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자 할 때에는 ‘자리채우미’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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