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어 관계절을 대상으로 Keenan Comrie(1977)'s NPAH가 주장하는 유표성(markedness)과 학습가능성(learnability) 간의 관계를 조사하여, 한국어 관계절 구조의 습득 및 처리의 난이(ease and diffi...
본 연구는 한국어 관계절을 대상으로 Keenan Comrie(1977)'s NPAH가 주장하는 유표성(markedness)과 학습가능성(learnability) 간의 관계를 조사하여, 한국어 관계절 구조의 습득 및 처리의 난이(ease and difficulty) 서열을 밝힘과 동시에, 한국어 관계절 구조의 이해와 산출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방법들을 조사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언어의 한국어 학습자의 말뭉치 분석(corpus analysis)과 그 결과에 근거한 실험을 통하여 다음의 네 가지 연구 문제를 동시에 조사하였다.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 말뭉치 분석과 이에 근거한 실험을 통하여 NPAH가 주장하는 유표성 개념이 한국어 관계절의 습득 난이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도구인가를 살펴보았다. 둘째, NPAH가 주장하는 유형론적 보편성(universal typology)과 학습가능성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특히 학습가능성과 관련해서 SLA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두 가설인 유표성 일반화 가설(Markedness Generalization Hypothesis)과 교수‧학습가능성 가설(Teachabilty‧Learnability Hypothesis) 중에서 어떤 가설이 한국어 관계절 구조의 발달 단계를 보다 적절하게 설명하는가를 밝히고자 하였다. 셋째, 한국어교실에서 한국어 관계절 구조를 이해하고 산출하는 데 보다 효과적인 교수 기법이 무엇인지를 조사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입력 중심의 교수 기법과, 의미에 기반한 산출 중심의 교수 기법 간의 효과 차이를 비교하였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통사적 입장에서 관계절 구조의 처리와 습득 난이를 밝히고자 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어 관계절 구조의 처리 및 발달 과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관계절 구조 간의 통사적 차이뿐만 아니라, 의미론적 관점까지 포함하여 설명하는 것이 보다 합당한 방법이라고 제안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실험을 실시하였다.
먼저, 학습자의 구어 및 문어 말뭉치 분석 결과, 관계절에 상당하는 구조는 중급 단계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말뭉치 분석을 통해 한국어 관계절 구조는 초급 단계에서는 쉽게 산출되지 않는 매우 어려운 문법 구조이며, 이는 발화 처리 및 산출 과정이 ‘인지적 제약(cognitive constaints)’의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해석하였다(Pienemann, 1998: 211).
또한 NPAH의 예측과 같이, 한국어 관계절의 산출 빈도도 머리명사(head noun)의 문법적 기능이 산출 빈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L2 한국어 학습자들은 SU RCs를 DO RCs나 OBL RCs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산출하였다. 한편, 머리명사의 문법적 기능과 유생성(animacy) 간에도 상호 관련성이 있음이 발견되었다. 즉, 학습자들은 SU RCs는 [/animate]와, DO RCs 및 OBL RCs와 [-animate]와 결합하여 산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학습자 말뭉치에서 나타난 관계절 구조의 유형별 산출 패턴은 한국어 모어 화자 말뭉치와 교재 말뭉치, 그리고 중국어 이외의 언어를 모어로 하는 학습자의 말뭉치 분석 결과에서도 발견되었다. 즉, 비교 말뭉치에서도 SU RCs가 DO나 OBL RCs에 비해 2배가량 높은 빈도로 사용되었다. 또한 학습자 말뭉치에서 나타난 경향과 마찬가지로, 비교 말뭉치에서도 특정 관계절 유형과 유생성 부호화 간에 ‘1 대 1 결합 원리(one-to-one principle: Anderson, 1984; Ellis, 1994: 380-381에서 재인용)’이 발견되었다. 즉, 중국어 모어 화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모어 화자 및 L2 한국어 학습자 등도 SU RCs와 [/animate], DO RCs‧OBL RCs가 [-animate]와 부호화(encode)하는 경향을 선호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의 학습자 말뭉치 분석 결과만으로 머리명사의 통사적 기능이 머리명사의 유생성을 결정한 것인지, 반대로 유생성이 머리명사의 문법적 역할을 결정한 것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어 관계절 구조의 습득과 처리의 난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NPAH가 주장하는 머리명사의 통사적 관계뿐만 아니라, 주변 언어(ambient language)에서의 입력 빈도(input frequency), 학습자 모어로부터의 전이(transfer), 그리고 무엇보다도 머리명사의 의미론적 자질(유생성)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실험 문항은 유생성이 관계절의 문법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본 연구의 말뭉치 분석 결과를 반영하여, 머리명사의 문법적 관계와 함께 유생성 자질을 통제하여 작성하였다. 실험에는 중국어를 모어로 하는 초급 학습자 34명이 참가하였고, 학습자들의 관계절 지식은 문장결합산출과제(sentence combination production task: SCT)와 그림 선택 과제(picture selection task: PST)를 통해 측정되었다.
연구 결과 첫째, NPAH의 유표성과 관련하여, 한국어 관계절의 구조별 난이는 과제(task)의 종류에 따라 NPAH 가설과 부분적으로 일치하거나(SCT: DO=SU>OBL),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PST: OBL>DO=SU). 이 결과는 한국어 관계절 구조의 습득 및 처리의 난이가 단순히 머리명사의 통사적 관계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생성과 함께 학습자 L1과 L2 간의 어순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 즉, 산출 과제에서 DO RCs 구조가 SU RCs와 OBL RCs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정확성 평균을 보인 것은, 한국어 관계절 구조에서 머리명사가 DO의 문법 관계를 가지는 경우, 학습자 모어(‘[NP V] Head’)와 한국어(‘[NP V] Head’) 간 관계절 내부의 어순이 동일하게 되어, 인지적 부담(cognitive load)을 요구하는 별도의 처리 과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학습자가 한국어의 SU RCs를 산출하고자 할 경우에는, 관계절 내 구성 요소 간에 존재하는 어순(word order)의 차이로 인해, 일부 구성 요소를 목표어의 어순에 맞게 별도로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한국어: ‘[NP V] Head'; 중국어: ‘[V NP] Head'). 즉, 관계절 구조의 난이는, L1과 L2 간의 ‘기본 어순(Hakuta, 1981)’뿐만 아니라, 수식절 내부의 구성 요소 간의 어순까지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학습의 일반화 가능성과 관련하여, 학습자들은 상대적으로 무표적(unmarked) 구조인 DO RCs 구조에 초점을 둔 교수(instruction)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받은 DO RCs뿐만 아니라 교육 받지 않은 다른 구조로도 자신의 관계절 지식을 일반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일반화의 방향은 투사모델(projection model)의 주장과는 달리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bidirection)으로 나타났다.
셋째, 관계절을 대상으로 교수 효과와 관련하여, 형식적인 교실 수업이 한국어 관계절 구조의 습득 속도(rate)을 가속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입력 중심의 교수 기법인 PI와 의미 및 산출 중심의 교수 기법인 MOI 간의 교수 효과 차이를 비교한 결과에서는, 두 집단 간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통계 분석 결과에서는 이해 과제와 산출 과제 모두에서 PI 집단이 MOI 집단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의미한 출력 활동에 참가한 MOI 집단의 학습자와 달리, PI의 학습자들은 입력 활동에만 참여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PI가 목표 구조의 이해뿐만 아니라 산출에 있어서도 매우 효과적인 교수 기법의 하나라는 점을 밝혔다. 이 결과는 또한 강화된(enhanced) 입력 자료와 명시적인 메타 언어적 정보(meta-linguistic information), 구조화된 입력(structured input)이 L2 학습자의 한국어 관계절의 습득 속도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그러나 PI 기법과 MOI 기법의 교수 효과는 학습자의 중간 언어 체계(interlanguage system)와 완전히 재구조화되는 단계까지는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반영하여, 관계절을 대상으로 한 교수 ‧ 학습 현장에서는 관형사형 어미의 교수 못지않게, 머리명사와 관련한 관계절의 통사적 기능과 유생성, 어순, L1의 전이 현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과제 변인에 따른 학습자의 관계절 처리 전략을 반영하여 교수 자료나 syllabus를 작성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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