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추론적 상상을 바탕으로 물질적 메커니즘의 추이(推移)를 집요하게 관찰해내는 시 창작법으로 독특한 일가를 이룬 김기택 시의 비극적 이미지를 연구하였다. 김기택 시에 드러난 비... 본고는 추론적 상상을 바탕으로 물질적 메커니즘의 추이(推移)를 집요하게 관찰해내는 시 창작법으로 독특한 일가를 이룬 김기택 시의 비극적 이미지를 연구하였다. 김기택 시에 드러난 비극적 이미지를 연구할 때, 효율적인 논의 전개를 위해 ‘추론적 상상(inferential imagination)'과 '물질적 메커니즘(material mechan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Ⅱ장 「관련 담론과 도시에 대두한 비극」에서는, 비극에 대한 시를 통틀어 ’비극시(the tragic poem)라 설정하였는데, 이는 비극시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학계에서 쓰이고 있지 않아 원활한 논의전개에 있어 부득이 필요한 작업이었음을 밝힌다. 비극시의 내용에 따른 창의적 분류를 위해 니콜라이 하르트만(Nicolai Hartmann1882~1950)의 미학이론을 조동일이 수입 정리한 ‘미적 범주(美的 範疇)이론’을 토대로 ‘비평에 대한 양극심미논리(兩極審美論理 Bipolar Aesthetics Logic on the criticism)을 설정하였다. 이전 단계로는 분석의 한계(이 이론에 의하면 비극시는 모두 1사분면에 한정된 비장미 영역에서만 논할 수밖에 없다)가 있는 비극시에 대하여 본고는 양극심미이론으로써 심층적으로 접근하려 하였다. 본고 비극담론의 장에서 그 적용원리에 대해 도표와 함께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비극이라는 담론에 대해 고찰하여, 비극의 유래와 그 특질을 검토한 이후 이러한 작업을 바탕으로 비극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아울러 이미지라는 담론에 대해서도 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논의의 주 논점이 아닌 이유로 비극 담론만큼 심도 있게 취급하지 않았다. 그 다음 「도시의 우울: 파리 그리고 서울」에서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파격적인 현대성으로 가히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였던 전위시인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비극시와 김기택의 비극시를 비교, 대조하였다. 파리와 서울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유사한 변화가 있었고 두 시인 모두 그러한 환경에서 소외되는 인간과 무너져가는 그들 신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비교 분석을 통해 김기택의 도시 비극시에 대한 특질을 살펴보았다. Ⅲ장 「김기택 비극시의 이미지 표현 양상」은 네 종류로 분류, 분석하였다. 「그늘진 도시인 편」에서는 인간이라는 ‘실존’이 도시 생활 속에서 ‘존재’로 추락하는 비극적 이미지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짓밟히는 동물 편」에서는 인간들의 식욕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의 비극적 이미지를 고찰하였다. 하드 고어(hard-gore)나 스너프(snuff)라는 영화용어를 차용하여 논의 전개를 하였는데, 작품의 분석을 용이하게 하려는 측면이었다. 이 단원에서는 폭력에 의해 동물의 몸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잘 보여주는 시편들을 활용하였다. 「투사된 사물 편」에서는 인간, 동물에서 발견되는 비극적 이미지의 다음 작업으로서 일상의 사물 속에 깃든 현대 도시인의 우울을 취급하였다. 시적 사물들은 고스란히 시인의 감정이 투사(投射)된 타자물(他者物)이므로, 그러한 사물을 통하여 현대인의 비극적 이미지를 고찰하였다. 「역설의 시 편」에서는 비극이 비극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부조리를 감내하는 높은 차원의 에너지로 승화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러한 역설의 비극은 김기택이 세계의 음지만을 노래하는 시인이 아닌, 더 나아가 세계의 양지를 발굴해내는 심각한 실존주의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기택은 세계의 현실 중 도시의 현실, 그 중에서도 서울을 선택하여 도시자본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 비극의 상황에 천착(穿鑿)한 시인이다. 소외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특유의 ‘추론적 상상’과 ‘물질적 메커니즘’이라는 전가의 보도(傳家寶刀)를 휘두르는 내성적인 도시의 무사였다. 그의 시어는 어둡고 눅눅하면서도 날카로운 날이 있다. 그의 시집은 불똥이 튄 듯 선명한 인상으로 남는 컬트영화 시리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 부활을 꿈꾸는 생명의 약동이 있음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인해, 연구하는 내내 행복하였다. 김기택의 다음 시집을 기대하며 틈이 나면 다시 그의 묵은 시집을 열어볼까 한다. 그 시집들은 시를 쓰고 공부하는 설익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만의 시선으로 구축한 세계의 정교함에 대해 놀라게 한다. 그 세계에는 꼽추(「꼽추」)도, 목을 매다는 사람(「넥타이」)도 한순간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주제어 : 비극적 이미지. 물질적 메커니즘, 추론적 상상, 도시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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