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오구굿은 망자를 극락으로 천도하는 제의로서 개인이 일생에서 반드시 거쳐 가게 되는 통과의례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동해안 오구굿이 통과의례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 동해안 오구굿은 망자를 극락으로 천도하는 제의로서 개인이 일생에서 반드시 거쳐 가게 되는 통과의례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동해안 오구굿이 통과의례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요건은 공간의 변화와 공간의 변화에 따른 존재의 변화이다. 그동안 동해안 오구굿을 통과의례로 규정하면서도 동해안 오구굿에 나타나는 공간과 통과의례의 대상인 망자의 존재 변화를 충분히 다루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따라서 본고는 동해안 오구굿에 나타나는 공간과 존재의 변화에 주목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더불어 동해안 오구굿의 무가가 동해안 오구굿이 벌어지는 공간에 자리한 여러 존재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동해안 오구굿 무가에 나타나는 발화양상을 함께 살펴보았다. 다양한 발화양상이 동해안 오구굿 무가를 형성하지만 특정 공간에서 특정한 발화양상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이는 공간과 발화양상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간과 발화양상을 관계를 통해 동해안 오구굿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동해안 오구굿의 제장은 인간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에 마련된다. 이 일시적인 공간에서는 제의가 진행되는 동안 일정한 변화가 나타나는데 제장 공간의 변화는 망자의 존재 변화와 관련된다. 동해안 오구굿은 ‘세속적 이승 공간-매개공간-세속적 이승 공간’으로 크게 세 번의 공간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때 망자의 존재 변화는 매개공간에서만 이루어진다. 세속적 이승 공간은 망자의 존재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장이 매개공간으로 변모하도록 돕거나 매개공간인 제장이 다시 세속적 이승 공간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동해안 오구굿의 굿거리들은 대부분 매개 공간에서 연행된다. 매개 공간에서 동해안 오구굿 굿거리들이 연행되는 동안 이승과 관련성이 높은 굿거리들이 연행될 때의 매개 공간에는 이승적 성격이 두드러지고, 저승과 관련성이 높은 굿거리들이 연행될 때는 저승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이승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매개 공간에서는 망자의 인식 변화가 나타난다. 망자의 인식 변화는 공간을 지각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가령 골매기굿과 문굿에서 망자를 위해 ‘문’을 여는 행위는 망자가 ‘문밖’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망자는 자신이 ‘문’을 여는 의식을 통해서만 이승에 출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자신이 이승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있음을 자각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현 상태를 인지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현 상황을 인식한 망자는 이승 공간으로 건너와 이승에 마련된 매개 공간에서 조상굿을 받으며 자신이 ‘조상신’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초망자굿을 통해 이승을 떠날 때까지 풀지 못한 한과 설움을 토해내게 된다. 동해안 오구굿의 이승적 매개 공간이 위와 같이 망자의 인식 변화에 기여한다면 저승적 매개 공간은 망자의 존재 변화에 기여하게 된다. 발원굿과 시무염불에서 구연되는 이야기(혹은 이야기적인) 속에는 바리데기의 저승 노정과 망자의 저승 심판 과정이 나타난다. 이 과정은 그 자체로 망자의 존재 변화를 위한 시련의 장(場, field)이 된다. 새로운 공동체에 가입되는 존재는 그 공동체의 승인을 받기 위해 시련을 겪게 되는데, 그 시련은 대개 어둠으로 뒤덮인 공간으로 격리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는 곧 ‘죽음’의 경험으로, ‘죽음’은 재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발원굿과 시무염불 속 저승 공간의 경험은 곧 망자의 재탄생을 위한 ‘시련의 장’이 되고, 이를 통해 망자는 ‘조상신’으로 존재 변화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망자의 존재 변화를 미리 체험시킨 후, 망자를 극락으로 떠나보내는 과정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이승적 매개공간에서는 망자의 인식 변화가 이루어지고, 저승적 매개공간에서는 망자의 존재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동해안 오구굿이 망자를 위한 통과의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동해안 오구굿이 연행되는 과정 동안 이 통과의례에 참여하는 모든 존재들은 동해안 오구굿 공간 안에서 발화한다. 동해안 오구굿에서 발화하는 존재는 망자, 무당, 양중, 유가족, 관중이다. 동해안 오구굿에서는 발화자의 존재 양식에 따라 발화 방식이 다르게 나타난다. 인간은 육체와 영혼을 모두 가지고 있어 세속적 이승 공간에서 어떠한 매개체 없이 자유롭게 발화가 가능한 반면, 망자는 영혼만 존재하므로 인간이나 무당의 도움을 받아야만 발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인간이 제약 없이 발화하는 경우는 직접발화양상, 망자가 인간과 무당을 매개로 하여 발화하는 경우는 매개발화양상으로 규정하였으며, 망자를 제외한 모든 발화자에게서 직접발화양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망자가 무당과 인간을 매개로 발화하는 경우는 발화 방식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데, 인간의 매개로 할 때는 빙의 현상이 나타나고, 무당을 매개로 할 때는 빙의 없이 무당이 망자의 심정을 추측하여 대변해 주었으므로 이를 각각 빙의적 발화양상과 대리적 발화양상으로 세분화할 수 있었다. 동해안 오구굿 무가를 형성하는 발화양상은 무당 직접발화양상, 양중 직접발화양상, 유가족 직접발화양상, 관중 직접발화양상, 망자매개발화양상이다. 무당 직접발화양상은 망자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망자를 위로하거나 망자와 유가족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다. 양중 직접발화양상에는 무당이나 망자, 유가족, 관중에게 오구굿의 진행 상황을 환기시키는 성격이 나타났으며, 유가족 직접발화양상은 망자와 오해를 풀고 망자의 원망과 슬픔을 해소시키기 위해 나타났다. 관중 직접발화양상은 동해안 오구굿 무가에서 드물게 나타났지만 망자와 유가족의 갈등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망자 매개발화양상은 대리적 매개발화양상과 빙의적 매개발화양상으로 구분되어 나타났는데, 대리적 매개발화양상에는 보편적인 인간의 슬픔이 나타나고, 빙의적 매개발화양상에는 구체적인 망자의 원망이 드러났지만 두 매개발화양상 모두 망자가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동일하였다. 동해안 오구굿에서 다양한 발황양상이 나타나지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발화양상은 무당직접발화와 망자매개발화였다. 이들 발화는 동해안 오구굿의 공간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동해안 오구굿 제장이 세속적 이승 공간일 때는 공간의 변화를 도모하는 무당 직접발화양상이 나타났으며, 이승적 매개공간에서는 망자 매개발화양상이, 저승적 매개공간에서는 무당 직접발화양상이 나타난다. 동해안 오구굿의 이승적 매개 공간에서 나타나는 망자 매개발화양식은 망자를 비롯한 유가족 등의 아픔을 치유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들이 치유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한때 잠시나마 가졌던 미움과 원망을 잠재우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이 애정의 회복은 망자가 이승을 떠나가며 이승의 가족 공동체에서 분리되지만,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승과 저승을 잇는 가족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속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저승적 매개 공간에서 나타나는 무당 직접 발화는 망자와 유가족에게 저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들의 심리적, 문화적 안정을 도모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들이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면 망자를 극락세계로 귀속시키고, 이승과 저승의 공간을 분리할 수 있게 된다. 동해안 오구굿은 굿거리가 진행되는 동안 제장의 공간의 변화를 도모하고, 각 공간에 적합한 발화를 선택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승적 매개 공간에서 벌어지는 망자와 유가족의 치유 현상은 동해안 오구굿이 개인의 문제를 등한시하지 않고, 개별적 존재까지도 아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저승적 매개 공간에서 망자와 유가족의 분리와 더 나아가 이승과 저승과의 분리를 위해 무당이 제공하는 여러 정보들은 오구굿의 참여하는 존재들과 이승 공간의 안정을 도모하는 일이 된다. 이는 가족공동체의 질서까지도 회복하는 면모를 드러낸다. ,韩语论文,韩语论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