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작가 여림의 <평범한 세계> 연작은 아주 보편적인 현상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현상이란, 대부분의 인간은 ‘존재’와 ‘허무’라는 양면성 속에 살고 있다는 ... 연구자/작가 여림의 <평범한 세계> 연작은 아주 보편적인 현상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현상이란, 대부분의 인간은 ‘존재’와 ‘허무’라는 양면성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의 존재와 허무,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를 본고에서는 주로 불교철학자 세친(世親, Vasubandhu, 바수반두)의 유식론(唯識論)과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의지의 형이상학을 통해 탐구하였다. 세친과 쇼펜하우어는 사람에게는 인식이 가장 진실하고 가장 직접적인 근거이며, 이 인식으로 구성된 현상세계는 엄격한 인과율에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친의 유식론은 인생은 인연화합(因緣和合)에 의해 형성된 것이고 본질이 결여된 것이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것을 진실로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오해한다고 말한다. 반면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형이상학은 현상 존재의 의지(will)를 더 강조한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사람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사물은 전부 의지가 객관화된 결과이다. 세친의 유식론이 현상적 측면에서 사람 존재의 실재성을 부정하고 있다면, 쇼펜하우어의 형이상학은 사람의 자유를 부정한다. 그러나 세친이든 쇼펜하우어든 다음과 같은 사실을 함께 인정한다. 즉, 철학적 측면에서 인생의 허무가 인생의 본질에 더 가깝게 보이지만, 현실생활의 사람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아 실재의 가설’을 전제하고 자아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생의 허무를 인식하더라도 이러한 숙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편, 수잔 랭거(Susanne K. Langer)는 예술의 표현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랭거는 예술가의 자아 표현을 지나치게 과장한 크로체(B. Croce)의 표현주의 미학 관점을 비판한다. 랭거는 예술의 ‘전파’의 의미를 강조하여, “예술은 인류 감정의 기호 형식의 창작”이라는 명제를 제시했다. 랭거의 영향으로 연구자는 <평범한 세계> 연작의 창작 과정에 ‘이성적 기획’의 성격을 보강할 수 있었다. 롤랑 바르트(Ronland Barthe)의 ‘글쓰기의 영도(writing degree zero)’ 이론은 고전주의 문학의 이항대립식의 논리중심주의에서 나온 것이다. 글쓰기의 영도에서 바르트는 작가의 부재(不在)를 특징으로 하는 직설적 글쓰기를 제창한다. 이러한 스타일의 서사는 연구자가 <평범한 세계> 연작의 서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감정과 상통하는 바 크다. 생명에서 존재와 허무의 공존은, 그리고 그에 따른 감정은 대부분의 사람이 직면하는 것이며,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소재를 다룸에 연구자는 오로지 ‘감정 없는 감정’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자는 이러한 점을 ‘중성적’ 회화언어를 통해 되도록 객관적으로 표현해 내고자 하였다. <평범한 세계> 연작에서 연구자는 빨간색의 ‘반인반수’ 형상을 핵심 조형으로 도입하였다. 반인반수의 사람같이 둥근 머리는 인간의 지혜 즉 이성적 측면을, 빨간 털을 한 개의 몸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충동을 상징한다. 연작은 갖가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이 반인반수를, 인과율과 세계의 무한성 등을 상징하는 자연경치 속에 배치하고 있다. 이는 생명의 존재와 허무의 양면성에 대한 연구자의 이해를 나타낸 것이다. <평범한 세계> 연작의 회화 서사의 중성성은 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첫째, 중성적 시각이다. 연작에서 연구자는 되도록 객관적인 시각에서 생명의 존재와 허무를 파악하려고 한다. 연구자는 생명의 존재와 허무를 이항대립적인 관계로 해석하지 않고 오히려 공존하는 객관적 현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둘째, 중성적 서사언어이다. 제각기 다른 행위들을 연작은 유사한 회화언어로 재현하고 있다. 셋째, 중성적 서사내용이다. <평범한 세계> 연작은 줄서기, 섹스하기, 식사하기 등 일상의 여러 우연적인 행위들을 재현하면서, 비슷한 조형과 회화기법을 구사하여 이러한 서사 내용들에 평등한 지위를 부여한다. 마치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듯이, 연구자는 이런 식으로 회화의 서사내용이 중성적 특징을 드러나도록 하였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 서구사회의 주류 이데올로기는 전지구적 범위에서 해체를 겪었다. 그 결과 많은 예술작품이 서사에서 중성적 특징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절대적인 ‘글쓰기의 영도’는 실현하기 힘들다. 언어가 갖는 사회적 속성 때문이다. 영도의 서사는 도달점이 아니라 하나의 경향에 가까우며, 따라서 영도의 서사 경향을 가진 작품들 사이에 많은 차이가 노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뒤뷔페(Jean Dubuffet)는 기존의 모든 가치관을 포기할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원시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고 있다. 딕스(Otto Dix), 막스 베크만(Max Beckmann), 바젤리츠(Georg Baselitz) 등 전후 독일의 예술가들은 전쟁으로 인류의 정신에 대한 신뢰가 파괴되는 상황을 직면하였다. 그들의 작품은 허무주의적 경향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현실에 대한 풍자, 비판, 그리고 철저한 부정 등의 감정도 포함하고 있다. 이들에 비해, <평범한 세계> 연작은, 현대사회의 문화 다원화 현상에 대한 관찰에서 근원하면서도, 인생의 허무 문제를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연구자는 <평범한 세계> 연작에서 어떤 구체적인 시대나 지역의 구체적인 허무주의가 아닌, 보편적 인생의 본질적인 허무에 주목한다. 그러나 인생의 본질적 허무와 함께, 인생의 상대적인 의미 또한 인정한다. 이러한 중성적 이념과 중성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평범한 세계> 연작의 특징이다. ,免费韩语论文,韩语论文范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