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과학과 공학의 관여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예술의 미디어성에 대한 탐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술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라고 보았을 때, 예술공간인 미디... 본 연구는 과학과 공학의 관여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예술의 미디어성에 대한 탐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술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라고 보았을 때, 예술공간인 미디어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곳이다. 벤야민(Walter B. S. Benjamin, 1892~1940)은 사회가 변하면 예술 작품 또한 변하고 인간의 지각 경험과 미적 체험도 변화한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예술작품의 변화에 따라 이를 수용하는 방식과 예술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기능에도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맥루한의 언명이 의미를 갖는 것은 표현 내용이 표현 형식을 벗어나서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미디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메시지의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미디어 형식은 매우 중요하고, 예술적 표현에 있어서 미디어의 형식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작업을 하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에서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은 21세기 초 우리의 모든 환경을 송두리체 바꾸어 놓았다. 그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밀도의 증가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화소 수가 증가하였으며 60년이 넘게 사용하던 텔레비전의 SD 규격이 HD로 바뀐지 10년이 채 안되어 UD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플루서(Vilém Flusser)는 가상의 밀도가 충분히 빽빽해지면 실제와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 했다.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시뮬라크르(similacre) 이론으로 탈근대의 세계에 많은 반향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실재처럼 인식되는 대체물을 말한다. 디지털 기술은 분명히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합성 이미지, 즉 디지털 이미지는 이제 더 이상 시뮬라크르가 아니다. 디지털 이미지는 더 이상 과거 그대로의 이미지가 아니며, 미래의 이미지인 것이다. 이러한 미래의 이미지들은 예술공간의 확장을 실현하고 있으며 과거와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공간의 확장은 캔버스와 인화지의 평면을 넘어서는 입체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테레오스코피(stereoscopy)의 역사는 사진의 발명과 같이 시작했으나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 비로소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제한에서 벗어나는 이미지의 자유로운 변형과 합성은 과거 불가능했던 장애물들을 없애 주었고 화학기술의 발전과 휴대용 미디어의 등장은 새로운 가능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렌티큘러(lenticular)는 대표적인 무안경식 입체뷰어 시스템으로 촬영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하여 다시점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세로로 잘라 배치한 후 반원형 렌즈를 통하여 인간의 두 눈에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어 입체를 구현한다. 렌티큘러에 적합한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은 촬영에서의 기술적 노하우(know-how)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한 편집과 후 보정에서도 다른 미디어와의 차별성을 가진다. 이 연구에서는 밀도성의 증가에 따라, 새로운 미디어에 의한 공간 확장을 시도하고자 한다. 중첩과 반복을 이용하여 렌티큘러 미디어 형식을 극대화하였고 깃털이라는 오브제(objet)를 통하여 가상과 실재의 의미론적인 중첩을 시도하였다. 사라져가는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형상화는 공간과 거리, 그리고 시간의 소멸과 그로 인해 가벼워지는 현대인들의 존재감에 대한 다차원적 메시지의 중첩이다. 흔하게 존재하나 전혀 다른 의미의 이중적 중첩을 통한 놀이터의 놀이 기구들은 가상적인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메시지이다. 그리고 현대 미술관에 대한 작업은 예술의 현주소에 대한 기록과 의미에 대한 다중적 메시지의 중첩이다. 과학과 공학은 예술에게 미디어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의미를 훼손시키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중첩과 밀도의 증가로 인해 예술의 본질적 가치인 미디어의 메시지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럼으로 현대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인 밀도는 과학과 공학의 관여를 통해서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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