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재외 중국작가 황용핑(黄永砯, Huang Yong Ping, 1954~ )의 작품에서 나타난 유동적이며 다층적인 비판의식을 살펴본 연구이다. 중국 하문(廈門, Xiamen)에서 태어난 황용핑은 문화대혁명의 종언과 더불어 시작된 개혁개방의 격변기에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으며, '85미술운동'의 비주류 활동에 속하는 '샤먼다다(Xiamen Dada)'를 주도하였다. 그는 당시 서구의 후기구조주의 철학, 다다와 플럭서스를 위시한 반예술 경향의 미술, 그리고 역경(易經), 선종(禪宗), 도가사상 등의 중국전통사상을 아우르는 사상적 접목을 시도하는 가운데 창조적 주체성 개념을 파기하는 반예술적 실험과 제도비판적 전시활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비판의식은 천안문 사건이 발발한 1989년 황용핑이 프랑스로 문화적 망명을 시도하게 되면서 좀 더 국제적인 차원에서 발현될 수 있었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다문화주의가 확산된 1990년대 이후 다수의 국제전시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가운데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수사에 내제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해체하고, 단선적이며 서구중심적인 근대적 가치체계를 비판하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 왔다. 황용핑의 이주 이후 작업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본 연구는, 그의 작업에서 나타난 비판의식의 다양한 면모를 문화적, 역사적, 문명적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했다. 우선, 황용핑은 이주 직후 1990년대에 걸쳐 미술사와 미술관, 그리고 전시제도의 권위주의를 해체하는 다양한 장소특정적 설치작업을 전개했다. 특히 그는 중국시기 시작된 '책 세척(book washing)' 작업을 확장적으로 발전시키며 서구중심적 지식체계와 성전화된 미술관에 습기를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위계구조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었다. 서구사회 속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그는 19세기 이래 확산된 전지구적 이민 현상과 인종주의 문제, 그리고 이를 야기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역사를 다루는 다양한 연극적 설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중국의 식민화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을 재조명하며 중국과 서구의 근대사를 상호적이고 관계적인 역사로 다시 읽어내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황용핑은 근대문화와 사회의 토대가 된 인본주의적 세계관 자체에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는 세계를 인간의 이성적 의지대로 이용하고 체계화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적 합리주의와 인간중심주의적 가치관이 전체성의 폭력과 배타성을 야기해왔음에 주목하고, 신화적 동물세계, 도교, 역경과 점성술 등을 소환하여 이성과 비이성, 인간과 자연, 역사와 신화가 공존하는 다원화된 세계를 그려내려 했다. 이렇듯 문화비판, 역사비판, 인간중심주의적 가치관의 비판을 아우르며 전개된 그의 작업은 단선화된 가치체계의 보편주의와 배타주의에 대한 반성이자, 힘의 관계로 이루어진 문화와 문명에 대한 성찰이며, 소외되었던 타자들의 역사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문화적 망명으로 인한 극명한 환경변화 속에서 중국과 서구 양자를 경험해온 황용핑은 복합적이며 유동적인 성격의 비판의식을 견지할 수 있었다. 이는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의 근대비판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에서 파생된 것이었으며, 1990년대 다문화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부상한 문화정체성 논의와도 거리를 두었다. 동서고금의 사유를 넘나들며 문화, 역사, 사회 전반에 존재해 온 불평등과 갈등의 문제를 짚어가는 그의 작업은 '중화주의' 혹은 '서구중심주의' 같은 지역적 편협성을 파기하며 문화적 상대성과 차이를 포용하려 한다. 또한 전통과 근대, 그리고 탈근대라는 구분 자체에서 벗어나 공존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온 것들을 유동적인 상생의 장으로 포용하려 한다. 시대적, 지역적 경계를 넘나드는 황용핑의 이러한 대안적 비판의식이 시사하는 바를 살펴본 것이 본 연구의 주요 의의이다. ,韩语论文题目,韩语论文网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