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사이의 그네타기 :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에 나타난 공간지각과 공간묘사 [韩语论文]

资料分类免费韩语论文 责任编辑:金一助教更新时间: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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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타 뮐러는 2차 세계 대전의 종식 이후 독재와 횡포가 유럽에 잔재해 있던 시대에 출생한 이주작가다. 루마니아 남서부의 독일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태어나 보수적인 방식으로 문화적 전...

헤르타 뮐러는 2차 세계 대전의 종식 이후 독재와 횡포가 유럽에 잔재해 있던 시대에 출생한 이주작가다. 루마니아 남서부의 독일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태어나 보수적인 방식으로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고자 하는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독일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니콜라이 차우셰스쿠의 강압적인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반체제 문화운동에 남편 리하르트 바그너와 동참하다가, 비밀경찰 세큐리타테의 감시와 심문, 해고 및 살해 위협을 견디지 못하고 1980년도 후반에 독일로 망명했다. 망명하기 전부터 이미 독일 비평계의 호응을 얻은 ��저지대��를 시작으로 뮐러는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독일에서 저명한 이주작가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뮐러의 작품들에는 루마니아 독재정권의 억압적인 구조와 독일 문화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 그리고 독일 문화에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는 낯섦과 방랑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뮐러는 이러한 삶의 고통을 문학으로 표현함에 있어 언어가 주변현상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보았고, ‘고안된 지각’이라는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문체로 언어와 사물의 소외관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은 독일 나치 제국의 패망 이후 전후 복구를 목적으로 강제노동수용소를 건설했으며, 독일 영토 외의 소수 독일민족들 또한, 600만명이 넘는 유대인 학살이라는 과오를 저지른 나치즘에 대한 책무를 지고 있는 민족과 동일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속죄의 무게를 떠맡아야 했다. ��숨그네��는 당시 소련의 수용소에 징집되었던 소수 독일계의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경험을 허구적으로 재현해낸 장편소설로, 수용소 문학과도 관련이 깊다. 이 작품은 뮐러 특유의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를 통하여 미학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러한 문학적 수사로 외부 현실세계를 분리하고 파괴하는 시선을 재현함으로써 당시 수용소 시스템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으로 정치성을 띠기도 한다. 한편, 20세기 후반에는 기계문명의 발달, 세계화라는 사회문화적 변동과 함께 인간 사회의 공간과 장소를 학문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공간적 선회’라는 붐이 사회과학 분야에 일었다. 그리고 공간을 더 이상 유클리드식의 정역학적인 것이 아닌, 관계적이고 역동적인 개념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흐름은 1980년대에 이르러 인문학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문학 분석에 있어서의 공간은 미학적으로 구성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사적 구성 요소로서의 공간이라는 특성이 강조된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성 때문에 허구적으로 창조된 문학 텍스트는 구성된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다. 공간과 사물은 서술자 및 화자의 인지에 따라 유동적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공간구성은 공간인지와 큰 상관관계를 갖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문학적 공간의 형상화의 의의가 있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안야 요한젠은 현대 공간 이론과 문학의 관계성을 살피면서,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공간과 텍스트 구성요소의 관계를 연구한다. 뮐러의 텍스트들은 지각 문제들이 구체적인 공간지각과 연결되고, 공간묘사는 미학적인 문제들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인지에 따라 공간이 달라지고, 공간의 경계 및 구역화가 존재하지 않으며, 주인공의 심리가 주변 세계에 투사된다. 실제로 뮐러는 인간과 주변 대상 세계의 관계를 상호영향적이고, 불가분의 관계라고 보았다. 사람이 대상으로 정의되고, 그 대상을 이루는 장소와 사물들이 사람의 행위와 관련된다는 세계관은, 문학 텍스트의 경우 텍스트 구성적 요소로서의 사물과 장소, 즉 텍스트의 공간성으로 이어진다. 장소와 사물들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줄거리의 일부로서, 텍스트 구성성으로서의 공간을 주체적으로 구성하는 능동적인 구성 요소들이다. 그러므로 뮐러의 문학은 실천적이고 구성적인 현대의 공간 개념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뮐러는 공간을 구성하는 대상들과, 그 대상들에 영향을 주는 공간 간의 상호작용에 있어 사람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작품 ��숨그네��를 이해하는데에 중요하다. 따라서 본 논문은 수용소 문학의 역사성에서 한 발 나아가, 현대적인 공간 개념을 문학에 적용하여 주인공의 공간 이동이 갖는 의미를 중심으로 소설을 분석한다. 즉, 주인공 아우베르크가 고향에서 영위했던 삶과, 수용소라는 파괴적인 공간에서 박탈되는 삶, 그리고 수용소로부터 귀향 후 고향에서 맞는 삶의 양상이 소설 속 공간과 어떻게 맞물리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가 현대인의 생활 공간의 변화에 따른 고독을 고찰하면서 정의하고 있는 ‘장소’와 ‘비장소’ 개념이 중요하다. 전통의 자취가 시대적인 흐름 속에 통합된 정체성, 역사성 그리고 관계가 있는 장소가 현대적인 ‘장소’라면, 초현대에는 산업기술이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 흐름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쇄도하고 있는 임시숙소군, 대형마트, 공항 등 임시적인 용무와 경유를 위한 장소가 ‘비장소’들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비장소에는 사람들 간의 관계, 개인의 정체성과 역사성 및 과거가 부재한다. ��숨그네��의 주인공 레오폴트 아우베르크는 독일계 소수 민족의 엄격한 규율성과 공동체의 억압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고향에서 성장한다. 또한 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공포와 압박감이 만연해 있는 삶을 산다. 주위 환경을 지각하는 주인공의 주관적인 인식 속에는 이러한 공포가 공간에 형상화된다. 고향은 감시와 핍박으로 자유가 박탈된 곳이다. 그럼에도 가족과 공동체와의 관계가 있으며, 자신만의 정체성이 있는, 오제의 장소 개념으로 보자면 삶이 있는 ‘장소’이다. 강제노동수용소에 징집된 주인공은 수용소에 입소됨과 동시에 삶을 박탈당한다. 세상과 단절된 수용소 부지의 묘사는 삶과의 단절을 대변하고, 주변 자연환경의 황폐함은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의 모습과 같다. 또, 수용소에서 주인공이 겪는 굴욕과 황폐함은 뮐러 특유의 고안된 지각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주인공의 공간지각과 공간묘사에 형상화되고 있다. 불신과 향수와 배고픔은 ‘배고픈 천사’로 의인화되는 등 수감자의 모든 공간을 규정하는 구성요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수용소의 수감자들은 모든 소지품을 빼앗기고, 오로지 수감번호로 규정됨으로써 고유한 정체성을 박탈당한다. 반복되는 생활패턴과 과중한 노동은 성의 퇴화를 불러오고, 수감자라는 단일한 정체성만이 남는다. 허기와 불신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가 상실되고 현재의 연명만이 중요하다. 따라서 수용소는 정체성, 관계 그리고 역사가 부재하는 죽음의 ‘비장소’이다. 하지만 ��숨그네��의 수용소를 정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오제의 비장소 개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비장소와 유사하게 예외적인 공간 개념인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들 수 있다. 인간사회에서 일상적이고 주류적인 공간과는 다른 일종의 반공간들을 지칭하는 헤테로토피아는 시대를 초월하여 주류 공간인 이소토피아에 반하는 이질적인 공간 일반을 포괄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체험하는 공간은 일상의 삶과는 이질적인, 전범국의 국민들을 응징한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용소는 고향에서의 삶이 이질적인 헤테로토피아에서 파괴되는 비장소이다. 아우베르크는 5년 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귀향하지만, 개인의 삶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귀향을 해도 정착할 곳 없이 방황하며 수용소의 트라우마로 회귀하는 것을 반복한다. 삶이 있던 장소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아우베르크는, 삶이 있어야 할 공간에서 비장소의 연장선 속에서 살며 삶과 죽음 사이의 그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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