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적 어휘학습이란 학습자가 학습하려는 의도가 없었으나 읽기나 듣기를 통해 노출된 어휘를 우연히 습득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모국어 화자의 경우 읽기를 통한 어휘지식의 확장은 ... 우연적 어휘학습이란 학습자가 학습하려는 의도가 없었으나 읽기나 듣기를 통해 노출된 어휘를 우연히 습득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모국어 화자의 경우 읽기를 통한 어휘지식의 확장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에 관한 많은 연구가 존재한다. 읽기를 통한 우연적 어휘학습은 목표 언어에 노출될 기회가 많지 않은 ESL/EFL 환경에서도 학습자가 방대한 양의 어휘를 학습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져, 80년대 말 이후 이 주제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왔다. 그러나 우연적 어휘학습은 어휘의 빈도수, 어휘의 돌출성, 문맥이 제공하는 단서의 정도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잡한 인지적 과정으로 이를 둘러싸고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우연적 어휘학습을 교육현장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가에 대하여 학자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우연적 어휘학습의 보다 효과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실제 읽기를 통해 우연적으로 어휘를 학습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들은 80년대 말부터 90년대에 실시된 초기연구들에 비해 좀 더 실제적인 상황에서의 읽기를 통한 우연적 어휘학습을 살펴보고 다수의 측정도구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암시적 어휘지식의 변화를 살펴본 연구는 한편에 불과하고, 특히 국내에서는 우연적 어휘학습 결과를 여러 검사 도구를 사용하여 살펴 본 연구 자체가 많지 않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읽기를 통해 발생하는 우연적 어휘학습을 최대한 실제 상황과 가까운 디자인을 알아보고, 그 결과를 명시적 지식검사도구와 암시적 지식검사도구를 모두 사용하여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27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영어 비문학 서적 한 권을 제공하고 4주의 기한 내에 본인의 평소 독서 습관에 따라 자유로운 속도로 읽도록 한 후 그 결과로 학습된 어휘지식을 살펴보았다. 목표 어휘로는 외래어나 유사비언어를 사용하는 대신 실제로 존재하는 어휘를 선정하였으며, 개별 단어뿐만 아니 동사/명사와 형용사/명사 연어도 습득이 가능한가를 알아보았다. 학습자들이 읽기를 마친 후에는 어휘지식에는 깊이가 존재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다수의 검사 도구를 사용하여 학습자의 어휘지식 변화를 알아보았는데, 명시적 지식 검사도구로는 다수의 선행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생산적·수용적 어휘검사를 실시하였고, 암시적 지식 검사도구로는 심리언어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의미점화과제를 사용하였다. 이 세 가지 종류의 검사를 통해 수집된 결과를 바탕으로 학습자들이 읽기를 통해 어휘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지, 만약 습득한다면 어떤 종류의 지식을 습득하는지를 알아보았으며, 또 그 과정에서 단어 변인과 학습자 변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여보았다. 본 연구를 통해 얻어진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읽기 활동이 어휘습득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을 살펴본 결과 개별단어와 연어에 대한 명시적·암시적 지식이 모두 습득되었다. 개별단어는 생산적 단어검사와 수용적 단어검사에서 모두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으며 암시적 단어검사에서도 유의미한 점화효과가 보고되었다. 연어 또한 생산적 검사와 수용적 검사 및 암시적 검사에서 사전과 사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두 번째, 읽기를 통해 우연히 습득되는 단어지식에 대하여 다양한 이해의 정도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명시적 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생산적 단어검사 결과와 수용적 단어검사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명시적 단어검사에서 학습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 단어들에 대하여 암시적 시험 결과에서는 유의미한 향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부분적인 단어지식이 읽기를 통해 습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어휘 관련 변인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어휘의 텍스트 내 빈도수가 우연히 습득된 어휘지식과 관련이 있는지 상관분석을 통해 살펴 본 결과, 단어의 명시적 지식과는 어느 정도 상관이 있었으나 암시적 지식에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어의 경우 빈도수는 생산적 지식과는 높은 상관이, 수용적 지식과는 낮은 상관이 있었다. 연어의 빈도수와 암시적 지식은 개별 단어와 마찬가지로 거의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 번째, 어휘와 관련된 또 다른 변인으로 품사가 우연적으로 습득된 어휘지식과 관련이 있는가를 상관분석을 통해 알아본 결과 단어의 생산적 지식과 암시적 지식은 품사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나 수용적 지식은 동사가 명사보다 유의미한 향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어는 모든 검사에서 연어의 유형이 동사/명사인지 형용사/명사인지에 따라 학습율 상의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학습자 변인으로써 학습자의 작업기억용량이 읽기를 통한 우연적 어휘학습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았는데 단어의 경우 수용적 지식검사에서만 유의미한 상관이 나타났다. 연어검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는데 학습자의 작업기억용량은 생산적 및 암시적 지식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수용적 지식검사에서만 약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실제적 읽기 상황에 가까운 디자인에서 학습자들이 비문학 장르의 일반서적을 읽었을 때 우연적으로 학습한 어휘양은 유의미하긴 하였으나 50%가 되지 않는 그리 높지 않은 수준으로 학습자들이 실세적인 상황에서 수정되지 않은 텍스트를 읽은 선행연구(신상근, 2017; Pelicer-Sánchez & Schmitt, 2017)와 비슷한 학습율을 보였다. 한편 읽기를 통해 우연히 학습된 단어들을 살펴보면 생산적 지식과 수용적 지식간의 차이가 존재하였다. 그리고 명시적 지식에서 학습되지 않은 단어들이 암시적 지식의 형태로는 학습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각 변인들이 우연적 어휘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빈도수는 단어와 연어 모두 명시적 지식 검사에서만 유의미한 상관이 보고되었다. 단어의 품사에 따라서는 수용적 검사에서만 유의미한 차이가 보고되었으며, 연어의 유형은 어떤 검사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본 연구결과가 우리나라 영어교육 현장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자들의 읽기능숙도가 상위수준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학습하는 어휘의 수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위수준 학습자의 경우에도 의도적 어휘학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학습자들이 우연적 어휘학습을 통해 어휘지식을 증가시키는 것은 사실이나 그 양이 많지 않고 또 때로는 부분적인 지식만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시간 안에 학습자가 형태와 의미간의 연결을 학습할 수 있는 의도적 학습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학습자의 어휘학습이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학습자들이 교실 밖에서 수정되지 않는 일반서적을 자유로운 속도로 읽었을 때 어휘지식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였는데 이러한 결과를 통해 상위수준 학습자는 교재가 아닌 일반서적으로도 꾸준한 독서를 통해 어휘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텍스트를 언어 학습용 교재에만 국한 시키거나 교실 상황에서의 읽기 활동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일상에서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텍스트를 골라 독서할 수 있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 결과를 통해 학습자들이 부분적인 어휘지식을 습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특히 연어지식의 경우 높은 학습율을 보였다. 이는 목표 연어가 대개 학습자들이 알고 있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습자들의 지속적인 독서 활동이 기존의 어휘지식을 강화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학습자들이 수정되지 않은 텍스트를 읽어서 자연스러운 언어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는 형태는 아닐지라도 학습자의 어휘실력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작업기억용량은 수용적 지식검사에서만 학습결과와 유의미한 상관이 있었으나 단어의 경우 .68, 연어의 경우 .50으로 이를 바탕으로 결정계수를 계산해 보았을 때 그리 높지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학습자가 가지고 있는 인지적 능력의 개인차가 우연적으로 어휘를 학습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학습자 개인의 지적 능력보다는 텍스트 및 단어와 관련된 요소나 교수법적 요소를 고려하여 학습자들이 더 효과적으로 읽기를 통해 어휘를 학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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