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인지의미론에서 이용되는 원형이론, 개념적 은유와 환유이론을 바탕으로 대조언어학의 관점에서 한중 완곡 표현의 실현 양상, 목적별 유형을 체계적으로 대조 분석하는 것을 목...
본 연구는 인지의미론에서 이용되는 원형이론, 개념적 은유와 환유이론을 바탕으로 대조언어학의 관점에서 한중 완곡 표현의 실현 양상, 목적별 유형을 체계적으로 대조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완곡 표현’은 한국어와 중국어에서 일찍부터 ‘완곡어’라는 이름으로 연구되었고 고전적으로 수사법 범주에서 ‘완곡어법’(euphemism)이라 하였다. 기존 연구에서는 완곡어의 분류와 생성요인에 관한 단편적인 연구가 대부분이었고 범주에 관한 체계적인 검토가 부족했으며 유형에 따른 표현 방식과 사례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한중 완곡 표현의 대조연구에서는 인지의미론에 기초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분석을 통한 대조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의 2장에서는 완곡 표현의 범주와 심리적 기제인 정서적, 인지적 요인을 살펴보았다. 완곡 표현의 개념을 중심으로 기존의 논의를 검토하고 그 유형을 어휘, 문장, 텍스트 층위로 분류하였다. 심리적 기제에서 정서적 요인으로 공포 감정, 수치 감정, 불쾌 감정이 있고, 인지적 요인과 관련된 원형이론과 개념적 은유와 환유이론이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완곡 표현의 범주는 금기 사항을 원형으로 하고 비전형적 구성원인 완곡 표현들이 주변으로 방사망을 구성하여 형성된다. 개념적 은유는 완곡 표현인 근원영역과 금기어인 목표영역 사이를 비교하여 두 영역 사이의 개념 유사성을 만들게 한다. 개념적 환유는 동일한 이상적 인지모형 내에서 완곡 표현인 원천이라는 인지 영역이 금기인 목표라는 또 하나의 인지 영역에로의 사상인데 목표가 심리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이다. 완곡 표현에서 개념적 은유와 환유는 기존의 범주를 이용해서 부정적인 의미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인지전략임을 알 수 있었다.
3장에서는 한중 완곡 표현의 음성, 문자 변용 방식을 대조 분석하였다. 음성 변용 방식에서 한중 두 나라 모두 해음(諧音) 또는 동음자에 기초한 연상기법을 이용하여 금기어의 음을 변화시킨다. 한국어 완곡 표현의 음성 변용 방식에는 변음, 음 도치, 음 삭제, 음 대체가 있는데 중국어와는 달리 금기어의 일부 음을 삭제한 후 풀이하여 나타내거나, 고유어의 음절을 도치하여 표현한다. 그리고 금기어의 부정적인 연상을 피하고자 고유어를 한자어로, 한자어를 고유어로 음절을 도치하거나 대체하여 표현한다. 중국어에서는 성조, 성모, 운모를 변용하여 차별을 시도하거나 금기어휘의 발음을 피하여 어떤 음절이나 글자를 바꾸거나 헐후어(歇後語)처럼 해음을 이용한 독특한 완곡 표현이 있다. 문자 변용 방식에서는 고쳐 쓰기법, 비워 쓰기법, 나눠 쓰기법으로 나누어 대조하였다. 고쳐 쓰기법은 대자(代字), 그리고 결획(缺劃), 가필(加筆) 등 두 가지로 나눈다. 비워 쓰기법이란 이름을 아예 쓰지 않고 모(某), 휘(諱)로 기록하거나 비워두는 방식인데 피해야 할 글자 대신에 공백으로 남겨두거나 ‘□, ×, ○’ 등의 부호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눠 쓰기법은 문자를 편(偏)과 방(旁)으로 분해하여 순서에 따라 읽는 것을 말한다.
4장에서는 한중 완곡 표현의 어휘 변용 방식을 대조 분석하였다. 한중 완곡 표현에서 어휘의 유의성, 반의성, 모호성과 관련된 변용 방식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유의성과 관련된 어휘 변용은 전통적인 금기를 대신하는 완곡 표현, 의미의 격상과 약화에 따른 완곡 표현, 차용어로 대신하는 완곡 표현으로 나눈다. 한국어 유의 체계는 고유어와 한자어 그리고 외래어와의 2중, 3중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차용어의 실현 양상이 중국어에 비하여 훨씬 다양하고 활발하다. 반의성과 관련된 어휘 변용은 반의관계에 따른 어휘 변용과 부정 형식으로의 어휘 변용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었다. 모호성과 관련된 어휘 변용은 ‘지시적 모호성’, ‘의미의 불확정성’, ‘의미의 구체성의 선언’, ‘정보 부족의 모호성’으로 나누어 대조하였다. 어떤 대상을 지시할 때 명료성을 갖지 못하거나 구체적으로 기술되지 않아 모호성을 가지는 경우, 단어 또는 구의 의미 자체가 아주 막연하여 의미를 쉽게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둘 이상의 명제들이 동시에 실현 가능한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 문장의 의미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하는 경우에 완곡 표현이 실현된다.
5장에서는 한중 완곡 표현의 수사 방식을 대조 분석하였다. 2장의 개념적 은유와 환유이론을 바탕으로 한중 완곡 표현의 은유와 환유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개념적 은유에서 영상 도식에 근거한 ‘그릇 은유’, ‘경로 은유’, ‘방향 은유’, ‘연결 은유’가 많이 나타났다. 환유에서 지시적 환유는 ‘전체-부분’과 ‘부분-부분’으로 나누는데 전체와 부분, 부분과 부분이 상호 대체되어 완곡 표현이 된다. 서술적 환유에서 사건의 시작 부분과 끝 부분에 해당하는 행위나 사건을 통하여 완곡한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보통 환유에서 사건의 경우에는 시작점이나 끝점이 그 대표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간보다 처음이나 마지막을 더 잘 기억하는 인간의 인지 능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건에서 특정 행위를 개념적으로 서술하여 그 전체를 환유적으로 나타내어 완곡한 표현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장에서는 한중 완곡 표현의 목적별 유형으로 미화적, 은폐적 목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완곡 표현의 미화적인 목적으로는 길상을 위한 것, 우아한 표현을 위한 것, 사회적 배려를 위한 것 등 세 가지가 있다. 길상을 위한 완곡 표현에는 외경의 대상, 불길한 것, 질병과 관련된 것이 포함되고, 우아한 표현을 위한 완곡 표현에는 성, 생리 현상과 관련된 것이 포함된다. 사회적 배려를 위한 완곡 표현은 직업, 개인 신상, 사회적 현상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호칭을 격상시켜 미화하거나, 친근하고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꾸거나,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완곡하게 표현하여 이해와 관용을 나타낸다. 완곡 표현의 은폐적인 목적은 주로 정치 분야와 경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정치 분야에서 정치와 관련된 민감한 사항들을 애매모호함과 불확정성, 미화법으로 표현하고, 경제 분야에서는 돈이나 가난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경제관념이나 경제 상황에 관련된 소극적인 내용은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곡 표현의 의미는 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험과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고 범주화하는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인지의미론을 바탕으로 범문화적인 측면에서 한중 완곡 표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의사소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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