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인접 국가라는 점에서 고대로부터 다양한 정치 ․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현대에도 한국에서 일본어가 가지는 언어 位相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한 ․...
한국과 일본은 인접 국가라는 점에서 고대로부터 다양한 정치 ․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현대에도 한국에서 일본어가 가지는 언어 位相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한 ․ 중 ․ 일은 고대로부터 漢字語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19세기 이전에는 주로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졌다가 19세기 개화기를 시점으로 일본의 한자어가 한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은 개화기를 거쳐 식민지기라는 특수한 시기를 겪음으로써 그 어떤 언어보다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로 인한 영향은 현대 국어에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어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국 근대화기의 한 ․ 일의 언어적 교류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그 意義가 크다고 생각한다.
본고에서는 한국어에 영향을 미친 일본어 중에서도 일본어라는 인식이 희박한 ‘漢語’를 중심으로 일본어의 영향을 살펴보았다. 漢字語는 고대로부터 한 ․ 중 ․ 일이 공통적으로 사용했기에 외래어라는 인식이 어려우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현대에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日製漢語’는 별다른 여과 과정 없이 그대로 한국어에 스며들어 그 어떤 어휘보다 빠르게 정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한국 근대화기에 나타났던 현상과 다를 바가 없이 현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日製漢語’는 그 특성상 외국어라는 인식이 희박하여 무조건적으로 수용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언어가 한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적 요소를 함축하여 나타내는 것임을 생각할 때, 일본의 근대 ‘日製漢語’에 대한 연구는 한국어 안의 ‘日製漢語’의 受容史를 밝히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日製漢語’를 일본어의 영향이 강해지는 한국 근대화기로 한정하여 국내 정착 과정과 국내에서의 변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일본어가 개화기 이후 한국어에 미친 영향을 수용과 변화의 과정에 초점을 두어 고찰하고자 하였다.
연구 대상은, 일본 明治期 전후 일본인이 주로 사용한 단어 중에 개화기를 전후하여 한국에 수용된 단어로 한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어 기원의 한자어를 추출하여야 하는데 일본어 기원의 한자어에 대한 판단은 通時的, 共時的연구는 물론이고, 韓 ․ 中 ․日의 개화기 전후의 모든 자료를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韓 ․ 中 ․日의 모든 자료를 조사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므로, 편의상 본고에서는 明治期를 전후하여 일본에서 주로 사용한 어휘를 모은『明治のことば辭典』의 단어를 연구 범위로 축소했다. 『明治のことば辭典』은 明治期의 360여종의 사전류를 통해 의미가 변화했거나 일본의 개화기에 새로 탄생된 단어를 모은 것으로 표제어는 총 1,341語에 달한다.『明治のことば辭典』과 한국에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한국에서 발행된 『英韓字典』(1890,언더우드),『韓英字典』(1897,게일),『朝鮮語辭典』(1920,조선총독부)의 공통어를 추출하여 연구 단어를 한정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한국어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던 한자어가 근대화기 이후 일본의 영향으로 어떤 변모를 거쳐 현대 한국어까지 다다르게 되었는지 그 영향을 단편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연구는 한 ․ 일어의 교류가 빈번해지기 시작하는 한국 근대화기의 한 측면을 살펴볼 수 있음은 물론이며 한국어에 남아 있는 ‘日製漢語’의 영향을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는 通時的 자료가 될 것이다. 본고에서 연구한 단어의 90%이상이 현대 국어에도 외국어라는 인식이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점을 볼 때 ‘日製漢語’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는 일본어가 우리 국어에 미친 영향을 넘어서 國語史的인 면에서도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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