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바오로 사도의 고난체험들이 길게 열거되어 있는 2코린 11,23-29의 고난목록의 의미를, 특별히 본문의 면밀한 독서를 통해 드러나는 그 수사적 특성들에 초점을 두고 더욱 풍... 본 논문의 목적은 바오로 사도의 고난체험들이 길게 열거되어 있는 2코린 11,23-29의 고난목록의 의미를, 특별히 본문의 면밀한 독서를 통해 드러나는 그 수사적 특성들에 초점을 두고 더욱 풍성하게 고찰해 보려는 데에 있다. 바오로 사도는 자유분방한 도시 코린토에 교회를 세웠는데, 여러 차례 그곳 공동체의 갈등 상황을 중재해야만 했다. 그런데 외부에서 들어온 적대자들의 오도로 인하여 그 갈등 상황이 점차 바오로 자신의 사도적 정당성에 대한 극심한 의구심과 비방으로 번져나가게 되자, 사도는 그들에게 자신이 참된 그리스도의 일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쳐 주어야만 했다. 바오로 사도는 11,23ㄱ에서 “그들이 그리스도의 일꾼입니까?”라는 물음으로 고난목록을 시작하며, 암시적으로 적대자들을 배제한다. 그리고 23ㄴ절에서 “나는 더욱 그렇습니다”라는 답을 내리는데, 여기서부터 잠시 소위 ‘정신 나간 사람’으로서 자신을 소개하며 그 어리석은 논증을 시도한다. 본고는 사도의 이 논증을 ‘물음’과 ‘답변’ 그리고 ‘그 답변에 대한 근거’의 논리적 틀로 구성하여 주석하였다. 23ㄷ절에서 사도는 수사적으로는 교차배열의 언어유희를 사용하면서, 내용적으로 수고, 옥살이, 매질, 죽음을 점진적으로 제시한다. 사도직 활동의 수고로움에서 시작하여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박해들, 그리고 그 정점으로 죽음을 제시함으로써 사도는 읽는 이의 시선을 보다 깊은 곳으로 이끌어 간다. 사도는 자신이 이 모든 죽을 고비들 속에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긴밀히 결합하여 하느님의 구원하심을 체험하고 있음을, 그리고 바로 거기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약동한다는 것을 증거하고자 한다. 24-25절에서는 수사적으로 수형용사를 통한 동심원적 구조를 사용하면서 23ㄷ절에서 언급했던 죽음에 가까웠던 그 체험들을 효과적으로 알린다. 26절에서는 ‘위험들’이라는 동일한 어휘의 반복 안에 그가 사도직 수행 간에 감내해야만 했던 숱한 실제적 고난체험들을 언급한다. 27절에서는 두 단어와 한 단어를 번갈아 제시하는 매우 규칙적인 수사적 운율을 통해, 사도직 소명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자신의 개인적 삶의 모습을 고백한다. 28절에서는 정관사를 이용한 어휘 배열이 돋보이는데, 여기서 비로소 교회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사도의 마음이 밝혀진다. 29절에서는 의문대명사를 통한 수사적 표현을 통해, 이 모든 고난의 의미가 코린토 교회 신자들을 향한 사도 바오로의 일관적인 행동 방식, 곧 약함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사랑을 따르고자 하는 그의 신앙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호소한다. 바오로 사도는 고난목록 안에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적 요소들을 반영하였다. 고난목록에는 법정에서의 변론을 위한 ‘반박논증(refutatio)’과 ‘자기 과시(self-praise)’의 문학 양식, 그리고 ‘송덕비’의 표현을 차용한 흔적들이 두드러진다. 여기엔 무엇보다도 바오로 사도 자신의 뛰어난 수사적 능력이 전제된다. 또한 고난목록을 포함하는 ‘어리석은 담론’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도 동심원적 구조를 사용하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처럼 바오로 사도는 유려한 수사적 표현 안에 고난의 체험들을 담음으로써 코린토 신자들로 하여금 이 목록을 읽는 가운데 서서히 자신의 교회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복음에 대한 철저한 믿음과 투신의 증거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도록 이끈다. 그럼으로써 이 고난목록을 읽는 이들이 사도가 언제나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몸에 짊어짐으로써 그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 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인간적 자랑과 위세가 아닌 약함을 통해 충만한 은총을 드러내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려 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모든 갈등 속에서도 그가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를 위해 복음적 소신과 진실함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한다. 고난목록은 이처럼 참된 그리스도의 일꾼인 바오로가 살아내고자 했던 그 사도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In this thesis, I aim to consider thoroughly the meaning of the so-called ‘hardship catalogue’ in 2Cor 11:23-29, in which the sufferings Paul the Apostle experienced are listed at length. More specifically, I try to focus on its rhetorical featur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