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주요 목적은 아동·청소년문학(children and adolescent literature)에 대한 한국사회 기성세대들의 교육적 기대규범(educational expectancy norm)을 규명하고, 이러한 외부적 규범에 기인한 아동·청소년소설 번역에서의 교육적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 양상들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아동·청소년문학은 예술성과 교육성을 동시에 담보하고 있어야 하는 장르로 성인문학에 비해 외부, 거시적 환경 요인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 출판 시장에 소개된 중국어권 아동·청소년소설의 재맥락화 경향을 한국 사회의 교육적 기대규범과 결부시켜 분석함으로써 사회적 맥락과 텍스트 번역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사회문화적 관행(social practice), 출판사의 담화 관행(discursive practice), 텍스트(text)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써 한국 사회 기성세대들이 아동·청소년소설의 교육적 역할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규범들을 도출하기 위한 이론문헌 연구를 실시하고, 심층인터뷰를 통해 출판 시 교육적 요소에 대한 출판사들의 입장과 관행을 확인했으며, 이러한 교육적 기대규범에 따라 실제 소설 번역 텍스트 상에 구현된 재맥락화 유형들을 범주화해 제시하였다.
우선 텍스트 외부적으로 형성된 교육적 기대규범을 명시화하기 위해 아동·청소년도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심의, 검열제도와 아동·청소년문학의 교육적 기능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배 담론, 아동·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을 선정·배포하는 8개 대표기관의 심사기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아동·청소년 문학을 둘러싼 사회제도적 틀과 전문가들의 담론, 도서 선정기관의 선택기준은 긴밀한 연관성을 띄며 동일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결과적으로 한국사회가 아동·청소년문학에 대해 부여하는 교육적 기대규범은 내용적 측면의 ‘국가적, 범사회적 정체성 이입’, ‘인지적(cognitive) 영역의 확대’, ‘정의적(affective) 영역의 함양’, 형식적 측면에서의 ‘가독성 추구’, ‘예술적 심미성 고려’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아동·청소년도서 출판 현업에 종사하는 관계자 14명과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출판번역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교육적 기대규범의 영향을 어떤 식으로 받는지, 번역 결과물의 교육적 가치 제고를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확인했다. 이를 위해 1) 아동·청소년도서 출판과 외부환경 2) 아동·청소년문학도서 출간에서의 고려사항 3) 아동·청소년문학도서 출간에서의 교육적 측면 고려 여부 4) 교육적 기능을 고려한 재맥락화 전략 네 가지 문항에 대한 질의응답을 실시하였다.
각 문항에 대한 인터뷰 답변 내용을 정리하자면 첫째,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아동, 청소년 대상 문학 도서를 기획, 출간할 시 출판제도, 교과과정이나 입시제도, 권장도서 선정 기관과 교육기관의 선호 방향, 성인독자와 아동·청소년독자들의 요구사항, 베스트셀러 경향 등 주변적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었으며, 이는 외부의 수요를 반영해 전사회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책을 만들어야 판매량이 올라간다는 현실적 이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둘째, 출판사들은 아동·청소년문학 기획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에 대해 문학으로의 작품성, 작가의 인지도 및 필력, 주제의식, 독창성, 시장수요 부합도, 판매 가능성 등을 언급했으며, 특히 외국 작품의 경우 수상작 여부, 현지 매스컴의 평가, 국내 정서와의 부합도 등도 주요 척도로 작용된다고 답했다. 또한 작품의 주제 면에서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통해 아동, 청소년독자들의 내적 성장과 문제해결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주로 선정하는 편이었다. 셋째, 출판사들은 아동·청소년문학의 교육적 역할에 공감하며, 도서 출간 시 교육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 위주로 선택하거나 유해하고 자극적인 내용에 대해 사전 검열 및 조정을 하는 등 의도적 노력을 하고 있었다. 넷째, 출판사들은 성장기에 속하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므로 번역, 편집단계에서 성인도서보다는 더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를 하게 된다고 수긍했다. 외국 아동·청소년문학에 대해서 출판사들이 취하는 교육적 재맥락화 전략으로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수용이 어려운 요소들을 쳐내거나 걸러내는 방식,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내용, 사회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내용, 정규 교과과정에서의 학습 노선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들에 대해 조정을 가하는 방식, 이질적 요소를 생략하는 방식, 장황한 묘사나 서술을 간략화하거나 내러티브의 구성을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하는 방식, 언어유희 등의 문학적 장치를 도착어 문화에 친숙하게 재구성하는 방식 등이 있었다.
앞서 도출된 다섯 가지 교육적 기대규범과 출판사들의 관행을 바탕으로 마지막 텍스트 분석 조사에서는 텍스트 선정 단계와 텍스트 생성 단계로 구분하여 각 단계에서 구현되는 구체적인 재맥락화 양상들을 고찰했다.
첫 번째 ‘텍스트 선정’ 단계의 분석에서는 국내에 번역된 중국어권 아동·청소년소설 63편의 서지사항들을 개괄하고 도서의 출처 및 작가, 장르 비중, 주제, 출발어 문화권 내에서의 평가 등에 관한 전반적인 특성을 살핌으로써 국내 아동·청소년도서 출판시장에서 선호되고 독자들에게 쉽게 수용되는 작품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2000년에서 2014년까지 국내에 번역된 중국어권 아동·청소년소설은 대만보다는 중국 대륙 작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몇몇 소수 작가의 작품으로 편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졌고, 장르별로는 사실소설의 비중이 68%로 가장 많았다. 주제로는 주로 성장기 주인공의 일상적 단편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나 고민들, 올바른 인간이 되기 위한 긍정적 덕목,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에 대한 반성 등 시대와 공간, 사회적 이데올로기와 무관하게 보편적 주제와 내용을 다루는 작품들이 대다수였다. 또한 수상작 비중이 65%에 달함으로써 수상 여부가 작품의 교육적 가치와 작품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두 번째 ‘텍스트 생성’ 단계의 분석에서는 중국어권 아동·청소년소설 42편의 ST와 TT에 대해 ‘반복적 비교분석법(constant comparison method)’을 실시하여 앞서 도출된 다섯 가지 교육적 기대규범의 관점에 기인한 재맥락화 사례들을 추출하고, 그 유형과 세부전략들을 범주화하여 정리했다. 분석 결과 교육적 의도의 재맥락화 유형은 국가적, 범사회적 정체성 이입을 위한 1)이데올로기 정화, 인지적 영역의 발달을 위한 2)연관 정보 제공과 3)정보의 수정, 정의적 영역의 함양을 위한 4)부정적 요소의 약화와 5)위계법 가시화, 가독성 추구를 위한 6)특수 비유 처리, 7)이질적 요소 자국화 8)문체의 조절 및 9)내러티브 조정, 예술적 심미성 고려를 위한 10)문학적 효과 재현 총 10가지로 상위 범주화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도착어 사회의 출판제도, 아동·청소년문학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과 통념을 포함하는 ‘사회문화적 관행’, 출판사들의 ‘담화관행’들로 복잡하게 얽힌 거시적인 환경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실제 중국어권 아동·청소년문학 텍스트의 재맥락화가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 교육적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했다. 본 연구의 의의는 ‘교육적 기대규범’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여 아동·청소년문학이 지녀야 할 교육적 역할에 대한 국내 기성세대들의 일반적인 기대와 요구를 명시적으로 도출하고, 아동·청소년문학 번역 현상을 사회적 맥락과 연계시켜 거시적으로 조망하고자 시도했다는 점에 있다. 또한 최근 15년 간 중국어권 아동·청소년소설의 한국 내 수용현황을 개괄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본 논문에서는 미성년 독자그룹이라는 동일성에 착안하여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동과 청소년을 함께 논했지만 보다 명확한 결과 도출을 위해서는 연령대의 세분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외부 환경적 요인과 번역 결과물에 나타난 현상 간의 관계 규명에 초점을 두고자 ‘번역’과 ‘출판’을 하나의 단계로 압축하고 번역가의 시각과 입장을 배제할 수밖에 없었는데, 추후 번역가의 목소리를 추가할 필요도 있다. 교육적 기대규범에 기인한 재맥락화 유형 구체화와 관련하여 각각의 항목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포괄적 범주화와 현상 기술에 그쳤다는 점도 한계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국내 아동·청소년도서 출판 시장에 암묵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교육적 기대규범의 윤곽을 구체화하고, 이러한 기대규범의 작동으로 인해 중국어권 아동·청소년소설의 한국어 번역본이 재맥락화되는 유형들을 포괄적으로나마 범주화하고자 시도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결과들이 중국어권 아동·청소년문학의 국내 수용 현주소를 이해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향후 아동·청소년문학 번역 관련 연구와 출판 기획, 번역 방침 수립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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