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일제강점기 국내에서 발행된 중국어 교재 《改正增補漢語獨學》(이하 《漢語獨學》)과 《自習完璧支那語集成》(이하《支那語集成》)의 교재 특성에 관한 연구이다. 본고의 연구 대...
본고는 일제강점기 국내에서 발행된 중국어 교재 《改正增補漢語獨學》(이하 《漢語獨學》)과 《自習完璧支那語集成》(이하《支那語集成》)의 교재 특성에 관한 연구이다. 본고의 연구 대상인 두 교재 《漢語獨學》과 《支那語集成》은 모두 몽헌 송헌석(1880?~1965?)의 저작이다. 두 교재는 각각 1911년과 1921년에 발행된 것으로, 약 10년간의 시간차이가 난다. 두 교재는 체제나 내용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본고는 그 차이를 중점으로 두 교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발음 표기와 음운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漢語獨學》과《支那語集成》의 발음의 한글 표기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발음 표기에 일정한 원칙이 없으며 많은 부분 저자의 청각 영상에 의지한 임의적인 표기라는 점이다. 두 교재에서 나타나는 聲母와 韻母의 한글 표기와 관련한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어에서는 평음과 경음의 구분이 없으나 한국인 저자인 宋憲奭은 성모 ‘b․d․g․z’ 등을 한국어의 음성체계에 분리되어 있는 평음과 경음을 저자의 청각에 의해 구분하여 표기했다. 평음과 경음의 구분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저자의 주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평음과 경음의 구분하여 표기한 점은 저자가 좀 더 중국어 원음에 가깝도록 표기하고자 하는 노력에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둘째, 중국어의 齒音의 경우 두 교재에서 매우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인다. 중국어는 다양한 치음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양한 치음을 표기하는 체계가 없는 한글을 사용하여 표현하다보니 복잡한 양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순치음의 경우 ‘ᅄ’을 사용한다든지, 설면음, 설첨후음, 설첨전음 등에서 ‘ㅇ/음소’의 형식을 이용한다든지, 설첨후음 ‘r’에는 사라진 반치음 ‘ㅿ’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것은 음성체계가 다른 중국어를 나름의 방법을 고안하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에도 한글 발음 표기에 어려운 설첨후음, 설면음, 설첨전음의 경우, 두 교재에서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고 매우 혼란한 표기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 운모의 경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복운모에서 모아쓰기가 이루어진 점이다. 이는 중국어의 운모의 특징을 한글을 사용하여 최대한 원음에 가깝도록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넷째, 운모 ‘e’ 나, ‘i’ 등은 성모에 따라 그 음이 달라지는 것처럼 들리거나 혹은 달라진다. 두 교재에서는 이러한 점을 한글 표기에서도 나타내고 있지만 동일한 글자, 예를 들어 ‘是’를 [시], [싀] 등으로 나타내거나 ‘這’를 [저], [져] 등으로 표기하는 등 일정한 규칙성은 다소 결여되어 있다.
다섯째, 두 교재에서 ‘怎’이나 ‘甚’의 경우 [즘] 과 [슴] 등으로 표기하는 등 현대 중국어에서 사라진 쌍순비음운미 [-m]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뒤에 오는 성모 [m]의 영향으로 저자의 청각영상에 의한 임의적인 표기로 생각된다.
성조와 관련해서는 후작인《支那語集成》이 전작인 《漢語獨學》에 비해 매우 발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작인 《漢語獨學》에서는 성조의 존재만을 언급하는 데에 그친데 비하여 후작인 《支那語集成》은 일제강점기의 어떤 교재보다도 세밀하고 정확하게 성조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성조의 정의, 성조 표기법, 성조의 발음법, 강세, 성조의 변화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현재의 중국어 교재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세하고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어휘에 관한 고찰을 통해 당시의 어휘 특징을 고찰할 수 있었다. 두 교재에 나타나는 어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대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인칭대사나 의문대사, 지시대사에서 현재 보통화에 속하지 않는 다수의 북경방언 어휘 혹은 근대 어휘들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 다양한 북경방언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사에서 뿐 만 아니라, 명사를 비롯하여 동사, 형용사 등에서도 북경토어나 방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우리 선조들이 학습하던 중국어는 북경 혹은 북방 지역에 가까운 언어였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현재와 의미가 다른 다수의 어휘들이 존재한다. 竟, 敎習, 恭喜, 脚下 등은 현대 중국어에서 사용하는 의미와 다소 차이가 있는데, 이는 다른 교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당시 선조들은 지금과 다소 다른 뜻으로 위의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넷째, 신문물과 관련된 다수의 어휘가 등장한다.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0년, 20년대에 이미 국내의 많은 사람들이 근대문물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고 있었고, 서양의 의식주나 문화가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두 교재의 동일 어휘의 경우 그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支那語集成》의 경우《漢語獨學》에 비해 매우 방대한 어휘를 수록하고 있어 학습자들의 어휘 능력 확장에는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漢語獨學》과 《支那語集成》의 문법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자 宋憲奭은 품사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여 단어를 설명할 때 품사를 언급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다른 중국어 교재들은 단지 의미에 따라 단어를 나열하고, 회화체의 문장을 나열한 후 그 의미를 한국어로 해석하는 정도로 교재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반면, 두 교재의 저자 宋憲奭은 《漢語獨學》에서는 대명사, 동사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해당 단어를 제시하고 초보적인 시제관을 나타내었고, 10년 후의 저작인 《支那語集成》에서는 품사별로 문법 사항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둘째, 시제나 동사의 분류의 측면에서 저자의 견해는 매우 세밀하고, 관찰력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현재의 문법 연구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개사나 접속사, 그리고 조사 등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매우 독창적이며 창의적이다. 예를 들어 개사를 接續介字와 前置介字로 나눈 것이나, ‘是’를 접속사로 분류한 점 등 현재 중국어 문법과는 다른 견해로, 현재 중국어 문법 연구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결론적으로 두 교재는 전작인《漢語獨學》에 비해서 《支那語集成》이 내용적인 측면 뿐 아니라 음운학적 측면이나 어휘 그리고 문법적인 측면에서도 모두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저자의 중국어에 대한 연구가 깊어졌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당시 중국어 학습자들의 학습적 요구가 높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두 교재는 근대 한국의 중국어 교육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근대 중국어 교재 연구는 발굴이 비교적 늦은 것도 있지만 아직까지 자료적 가치에 대한 인식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老乞大》,《朴通事》와 같은 조선시대까지 관이 주도한 중국어 교재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한 반면 근대 중국어 교재에 대한 연구는 매우 소홀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한국의 중국 교육사를 고찰하는데 있어서 근대 중국어 교육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근대 중국어 교육에서 핵심이 될 수 있는 두 교재의 연구를 통해, 당시 중국어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본 연구는 가치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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