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베트남이 한자문화권 국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주변의 한국, 일본, 베트남은 여러 시대에 걸쳐 한자를 빌어 자국어를 표기하였으며 자국어의 음운체계에 맞춰 변...
한국과 일본, 베트남이 한자문화권 국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주변의 한국, 일본, 베트남은 여러 시대에 걸쳐 한자를 빌어 자국어를 표기하였으며 자국어의 음운체계에 맞춰 변화하였다. 언어는 변천하는 것이며, 변화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중국어음도 상고시대에서 중고시대, 그리고 근세에서 근대로 이어지면서 많이 변화했으며, 또한 각 지역의 방언들도 각각의 언어적 특질에 맞추어 변화해왔다.
한국, 일본, 베트남 중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육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일본은 해상을 통해 교류해왔다. 육로를 통한 교류는 해상을 통한 교류보다는 중국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육로의 접점이 되는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언어의 믹싱(mixing)이 일어날 수 있다.
일본한자음의 오음과 한음은 대부분의 경우 서로 다른 자음형을 나타내는데, 일반적으로 오음은 위진남북조시대(5세기 전후)를, 한음은 당대(8세기 이후)를 모태로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이 그 유입시기와 지역이 달라 그 자음형이 층적구조를 갖는 일본의 한자음과는 다르게 한국한자음과 베트남한자음의 경우는 어느 한 시기의 수용음이 아닌, 중국의 상고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기의 한자음의 음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본한자음과 같이 층적분류를 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광운』, 『운경』등의 中古音을 반영한 운서들과 진음자료를 분석하고, 일본오음・한음과 대조연구를 하면 그 모태를 귀납해 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베트남에서 외국어음으로서의 중국어음을 수용하여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음운변화의 원인에 대해 밝히고, 각국한자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층을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각국한자음의 비교대조를 바탕으로 중고한어음 재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수정하고자 한다.
이에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SK에서 1等韻과 2等韻의 구별이 없는 것은 한국어의 중위모음에 전설과 후설의 구별이 없기 때문이며, 1등운의 저위후설모음 ɑ는 /아a/로, 중위후설모음 ʌ는 /ᄋᆞɐ/로 변별하여 수용하였다. 또한 2등운의 저위전설모음 a는 /아a/로, 중위전설모음 ɐ는 /ᄋᆞɐ/로 변별하여 수용하였다. 즉 SK에서는 전설과 후설의 차이는 배제하고 저위와 중위의 차이만을 /아:a,ɑ/와 /ᄋᆞ:ɐ,ʌ/로 변별하여 수용한 것이다. 이는 한자음의 수용단계에서부터 /ᄋᆞɐ/가 한국어의 음운으로서 존재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중위후설모음 ʌ와 중위전설모음 ɐ를 /아a/로 수용한 자음형은 진음을 모태로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SK의 3등운에서는 모든 攝에서 갑류와 을류의 구별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갑을류의 구별은 당대에 정착을 했기 때문에 늦어도 SJG와 같은 시대의 자음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SK에서 나타나는 4등 합구운의 요음성반영은 당대에 요음성이 파생된 것이 아니라 坂井健一(1975:369-370)에서도 남북조기에서 이미 요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점과 일치하며, 합구성과 요음성을 1음절로 동시에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에 요음성만을 취한 결과로 판단된다.
2) SJ에서 SJK는 1・2등운이 모두 합류한 진음을 모태로 하기 때문에 1・2등운의 주모음은 모두 a로 반영되었다. 그러나 SJG는 저위전설모음 a와 중위전설모음 ɐ는 e로, 중위후설모음 ʌ는 o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SJ는 한자음 수용 당시 후음/h/은 음소로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구성이 명확하게 반영되는 것은 입술에서 조음점이 먼 아후음계에 한정되며, 순음/ɸ・b・m/, 치음/s・z/, 설음/t・d・n・l/에서는 합구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3등운에서의 SJG는 남북조음을 모태로 하고 있기 때문에 SK와 같이 여러 운에 걸쳐 갑을류를 명확하게 구별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SJK는 을류개음[ï]이 갑류개음[i]으로 전설화한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SJK의 모태가 된 진음에서는 이미 을류의 갑류에의 합병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SV는 SK나 SJ에 비해 축약이나 생략이 없는 편이며 SV가 송대 이후의 중국음(10-12세기)을 모태로 하고 있다는 설이 일반적이지만, 중위모음과 저위모음을 변별하여 수용한 흔적이 있다는 점, 그리고 당대의 음운변화 중 하나인 청탁자의 비음성약화・탈락과 같은 성모변화 이전의 반영이라는 점, 그리고 耕攝에서의 구개운미의 변별이 있었다는 점 등, 성모와 운모, 운미의 수용양상을 보아 절운음에서 진음까지의 중고음이 주층임을 알 수 있다.
4) SV는 3등의 모든 운에서 [합구 u / 요음 i / 주모음]의 형태로 출현하고 있다. 이는 선학들이 재구한 3・4등합구운의 재구음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B. Karlgren(1954)을 비롯한 선학들은 합구3등운에 대하여 [요개음/합구음]의 순으로 재구하고 있으며, 많은 후학들이 수정 없이 이를 따르고 있으나, 이와 같은 재구음은 [합구음 u / 요음 i・ï / 주모음]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5) 有坂秀世(1957:359-364)가 지적한 진음에 걸친 합구4등운의 합구성약화 경향은 SJK의 경우 합구3등 갑류운에도 나타난다. 그러나 SV에서는 합구3등 갑을류운과 합구4등운이 모두 -ui형으로 출현하여 합구성과 요음성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SJK와 상반되는 현상인데, 표면적으로는 SV가 SJK보다도 이른 시기의 중국어음을 모태로 한다는 결론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SV의 모태가 된 시기의 방언에서 합구3등 갑을류운과 합구4등운이 모두 합구성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6) 梗攝에서 나타나는 구개화운미는 모든 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는 선학들의 재구와 같이 남북조기에서는 없다가 절운음에 이르러 발생됐다기보다는 Pulleyblank(1984)와 이경철(2009)에서와 같이 중고음의 초기단계부터 운미개음이 존재했었고, 이로 인한 구개화운미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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