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표는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될 때 보이는 외상 기억 특성에 따른 외상 후 심리적 증상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다. 즉, 자서전적 외상 기억...
본 연구의 목표는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될 때 보이는 외상 기억 특성에 따른 외상 후 심리적 증상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다. 즉, 자서전적 외상 기억이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회상(이하, 자발적 외상 기억)될 때의 조직화된 수준과 자동적이고 비의도적으로 회상(이하, 침습적 외상 기억)되는 침습 수준에 따라 현재의 외상 후 심리적 증상에서는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확인하였다.
연구 대상은 직업적으로 단순 외상성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집단을 대표하는 소방 공무원으로 하였다. 연구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들 중에서 현재 약물 치료를 받거나 자살의 위험이 있는 자를 제외하고, 최근 2년 이내에 외상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남성 소방공무원 56명을 본 연구 대상으로 하여 외상 기억 형성 및 보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통제하였다. 외상 후 심리적 증상들과 연구 참여자 선별 문항 그리고 기타 인적 사항과 관련된 문항들을 포함하는 질문지는 집단으로 실시되었으며 자발적 외상 기억과 침습적 외상 기억의 측정은 개별 면접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자발적 외상 기억은 2년 이내 경험한 가장 충격적인 외상 경험에 대한 기억을 자세히 떠올리면서 구두로 보고하도록 하여 외상 내러티브를 녹음하였고 추후에 축어록으로 작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내러티브 분석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침습적 외상 기억은 한국판 사건충격척도 수정판의 침습 척도와 반 구조화된 면접을 통해 측정하고 분석하였다.
자발적 외상 기억의 내러티브 분석은 Foa, Molnar와 Cashman(1995)의 내러티브 분석 방법을 참고하여 본 연구자가 연구의 목적과 한국어 구어 특성을 고려하여 내러티브를 분석할 수 있도록 내러티브 평정 체계를 개발하여 시행하였다. 내러티브 평정 범주는 조직화, 부정적 정서, 신체감각, 기타로 구성하였다. 외상 기억의 조직화 범주의 하위 범주는 외상 기억의 회상에 어려움을 보이며 기억의 내용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파편화된 것과 같은 특성을 반영하는 비조직화 사고, 외상 기억의 세부 내용들 간의 연결적 특성을 반영하는 미시적 조직화 사고, 그리고 외상 기억이 다른 자서전적 기억이나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되거나 또는 외상 경험에 대한 의미 부여와 통찰을 보이는 거시적 조직화의 개념적 차이를 고려하여 평정 범주를 구성하였다. 이와 더불어 한국어 구어 특성을 반영하여 내러티브의 최소 의미단위로 분해할 수 있는 준거들도 마련하였다. 내러티브 평정에는 내러티브의 의미단위를 분해하는 평정자 2인과 분해된 의미단위의 내용을 평정하는 평정자 2인으로 총 4인의 평정자가 참여하였다. 내러티브 평정에 앞서 본 연구자가 평정자들에게 내러티브 평정 방법을 교육하고 훈련하여 평정자간 일치율을 확인하였다. 평정자 사전 훈련을 마친 이후에는 평정자들이 각각 독립된 채로 내러티브 자료를 평정하였으며 내러티브 자료 이외의 다른 정보는 모르는 채로 평정이 진행되었다. 평정이 완료된 이후에는 전체 최소 의미단위 개수를 기준으로 개별 내러티브 범주의 반응 빈도들을 비율로 환산하였다.
자발적 외상 기억의 내러티브 평정을 마친 이후에는 자발적 외상 기억의 조직화 z점수와 침습적 외상 기억의 침습 z점수를 산출하여 외상 기억 특성에 따라 4개의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z점수는 연구 집단 56명에서의 외상 기억 변인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근거로 산출된 것이다. 외상 기억 특성에 따른 집단 구분은 자발적 외상 기억의 조직화 수준(고, 저)과 침습적 외상 기억의 침습 수준(고, 저)에 따라 4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외상 기억 특성에 따라 구분된 집단 간 재경험, 회피/정서적 마비, 과각성, 우울, 불안은 차이를 검증하고자 일원 다변량 분석을 실시한 결과 자발적 외상 기억의 조직화 수준이 약하고 침습적 외상 기억의 침습 수준이 높은 외상 기억 특성을 지닌 집단이 자발적 외상 기억의 조직화 수준이 높고 침습적 외상 기억의 침습 수준은 낮은 집단에 비해 PTSD의 재경험, 우울, 불안과 같은 심리적 증상들에서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PTSD의 특별 기억기제 관점의 이론들의 주장을 지지해주는 것이다. 특히, PTSD의 재경험 증상은 침습적 외상 기억의 침습 수준이 높은 외상 기억 특성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더라도 자발적 외상 기억의 조직화 수준이 낮은 기억 특성을 보이는 집단이 침습적 외상 기억의 침습 수준이 낮은 집단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으로 재경험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 PTSD의 회피/정서적 마비, 과각성 증상에서는 이러한 외상 기억 특성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외상 기억의 세부 내용들이 잘 연결되지 않고 일부 주요 내용을 회상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며 자동적으로 회상된 침습적 외상 기억의 침습 수준이 높고 침습적 외상 기억이 회상되었을 때 생생함,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 같은 느낌, 침습적 외상 기억 회상 전후의 맥락이 결여된 것과 같은 느낌이 클수록 외상 후 심리적 증상을 더 높은 수준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발적 외상 기억과 침습적 외상 기억 변인 간 관련성을 살펴본 결과 비조직 사고 특징이 증가할수록 우울과 불안이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미시적 조직화와 거시적 조직화는 다른 심리적 증상들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단, 거시적 조직화가 비조직 사고와 부정적 정서와 정적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자발적 외상 기억이 조직화 수준이 낮은 채로 다른 자서전적 기억이나 개인의 정체성과 통합되고 의미부여가 되었을 때 부정적 정서들을 더 높은 수준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자발적 외상 기억과 침습적 외상 기억 변인 간에는 어떠한 유의미한 관련성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자발적 외상 기억과 침습적 외상 기억에 상호 독립적인 심리․생리학적 처리 기제들이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임상장면에서 외상 생존자에 대한 심리적 개입시 자발적 외상 기억과 침습적 외상 기억 각각에 대한 평가와 개입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외상 후 심리적 증상을 설명하는 외상 기억에 대한 이론들의 상반된 입장 차이를 정리하고 외상 생존자들을 임상장면에서 만날 때 치료적 개입 전략과 후속 연구에 대해 제언하였으며 본 연구의 제한점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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