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에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다문화현상과 그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기존의 한국 문화가 가지고 있던 인식과 가치관을 새롭...
최근 우리사회에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다문화현상과 그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기존의 한국 문화가 가지고 있던 인식과 가치관을 새롭게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는 다문화 현상에 급작스러운 관심을 보였을 뿐, ‘다문화’에 대한 의미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상태로 외국인주민들에게 차별과 억압만을 조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시점에 봉착해 있는 한국사회에서 강력한 도구로써 미디어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의 다인종, 다문화 사회화를 가속시키고 다문화주의의 핵심 화두로써 논의 되고 있는 국제결혼, 즉 한국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해 오는 외국인 여성 또는 한국여성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해 오는 외국인 남성들의 미디어 속 재현 방식을 살펴본다. 특히 ‘휴먼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특성이 결합되어 어떻게 재현되는지 살펴봄으로써 한국사회에서의 다문화주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이를 비판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2006년부터 현재까지 2년 동안 KBS2에서 방영하고 있는 휴먼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의 국제결혼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텍스트 분석을 실시하였다. 텍스트 분석의 주요 연구 목적과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텍스트에서 등장하는 국제결혼으로 이주해온 외국인주민과 배우자 등을 통해 국제결혼가정에 대한 특징을 살펴보고, 현실에서의 국제결혼으로 이주해온 외국이주민과 국제결혼가정의 특징을 비교분석해 보았다. 둘째, 텍스트에서 시퀀스별로 관찰된 에피소드를 통해 어떠한 이야기로 주로 국제결혼으로 이주해온 외국인주민을 재현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셋째, 시각적 서사로서의 ‘영상’과 해설로서의 ‘내레이션’ 및 ‘인터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국제결혼으로 이주해온 외국인주민, 그 외의 등장인물인 한국인들을 재현하는 특징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위의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미디어가 생산해내는 한국사회의 다문화주의 담론이 갖는 함의를 살펴보고자 했다.
그 결과, 텔레비전 휴먼다큐멘터리 속의 국제결혼 가정은 흔히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국제결혼의 모습과 거리가 먼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었으며, 스토리텔링 방식은 개인의 일상을 일기형식으로 부부 및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주인공의 성별에 따른 사회에서의 일과 가사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가부장적인 스토리텔링방식을 다문화가정에도 적용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국제결혼에 대한 영상재현방식의 전체적인 특징으로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voice-over narration)과 주인공 및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가 사용되었으며, 텍스트의 전체적인 촬영기법의 특징은 아이 레벨 앵글(eye-level angle)이나 미디엄 샷(midium-shot), 풀 샷(full-shot)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법의 특성은 안정적이고, 일상성, 대인관계, 친근감을 나타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자막은 대화나 인터뷰 등 대부분의 장면에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특히 한국어구사에 어려움이 없는 외국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자막을 사용하는 모습은 다른 한국인들과 다름을 나타내는 기제로 작용하여 그들을 ‘타자’로 설정한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외국인주민에 대한 영상재현방식의 특징으로는 우선 우리와 다른 외모에 대한 수식어를 통해 표현되고, 운명적인 사랑과 행복을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나 사랑과 행복을 쟁취하는 ‘사랑의 영웅’으로 묘사하여 그들의 정체성을 한정 짓고 이었다. 한국으로 ‘시집온 것’ 또는 ‘장가온 것’으로 재현함으로 한국문화를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정당화되고 이를 감수해야 하는 외국인주민만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특히 결혼과 자녀의 출산을 통한 혈연으로 기초한 가족주의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호명된 위치는 이들의 타자화를 약화시키는데, 이러한 점은 남성보다 여성 이주민에 더욱 강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외국인주민인 주인공들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주로 모국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나타나지만, 결혼에 의해 한국에서 새롭게 형성된 가족을 통해 극복하여 명랑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캔디'와 같은 인물로 외국인주민을 재현한다. 텍스트에서는 한국적 가치에 대한 외국인주민들의 재현을 통해 외국인주민들을 한국적인 모습으로 재현함으로써 ‘동질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녀의 교육 등과 관련된 공적인 일이나 가정 외의 외부와 관련된 것에서 여성 이주민은 무능력한 존재로 위치 지워짐으로 아직 완전히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편이나 가족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무능력한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텍스트에서 재현된 한국인들은 이산의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외국인주민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고 이들이 한국 문화를 빠르게 습득하여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로 재현되는 특징이 있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텔레비전 휴먼다큐멘터리가 재현한 다문화 현실이 갖는 함의를 찾고자 했는데, 먼저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휴먼다큐멘터리만의 ‘다문화’가 재현되고 있어 다큐멘터리로서 가장 기본적인 특성인 사실성과 현실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야기 내용측면에서도 운명적인 사랑의 결실로써의 국제결혼,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 등의 사랑과 가족애로 똘똘 뭉친 가정 중점적으로 이야기로 한국사회에 있어서의 다문화현실에 대한 측면은 간과된 채 시청자들에게 ‘다문화’라는 것이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전달되고, 한낱 개인이 겪고 있는 사사로운 이야기로만 부각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었다. 둘째,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다문화’현실로,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국인들에 의해 외국인들 겪는 인종적 차별이나 배타적인 시선이라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전혀 재현하지 않고 있어 ‘다문화’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불가능하게 만든다. 셋째,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외국인주민을 가족주의에 기초하여 결혼을 통한 남편 또는 아내와의 관계와 이로부터 파생된 시댁 또는 처갓집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호명된 위치와 결합을 통해 이들에 대한 타자화를 약화시키고, 오히려 ‘동질화’시키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휴먼다큐멘터리 속 국제결혼가정의 재현은 ‘다문화’의 의미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해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가 서로 뒤섞여 혼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라는 단편적인 시각 속으로 흡수되어야만 하는 이주자로 바라보는 동화주의적 시각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휴먼다큐멘터리는 우리 사회가 아직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가 서로 뒤섞여 혼재되어 있는 상태로 ‘다문화’의 의미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는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우리는 다문화에 대한 편견 없는 열린 시각과 외국인주민을 ‘우리’로 이해할 수 있는 의식의 전환과 함께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방송의 역할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현실성’과 ‘동시성’이라는 특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휴먼다큐멘터리가 한국사회에서 성공적인 다문화주의 형성을 이끌어 내기위해 앞으로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 시급하게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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