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다른 언어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이라면 경어법을 꼽을 수 있다. 경어법은 국어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이래 많은 관심과 논의의 대상이었으며 그 성과에 있어 경...
한국어와 다른 언어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이라면 경어법을 꼽을 수 있다. 경어법은 국어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이래 많은 관심과 논의의 대상이었으며 그 성과에 있어 경어법의 체계와 현상은 거의 전모가 밝혀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 연구가 새삼 경어법을 연구 과제로 삼은 이유는 첫째 다양한 방법론만큼이나 경어법의 체계 또한 다양하고 복잡하게 논의되고 있는 점, 둘째 다양한 논의 가운데에서도 유독 주체, 객체, 상대라는 설명 방법은 유효하다는 점, 셋째 경어법은 문법 범주의 한 부문으로서 다른 문법들과 같은 틀에서 설명되어야 한다는 점에서이다. 처음 과제를 선택한 후 벌였던 첫 번째 작업은 경어법 현상의 핵심적인 부분이 용언부에 결합되는 형태소라는 점에 착안하여 피동법이나 사동법과 동일한 틀에서 설명하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경어법은 동사뿐만 아니라 형용사에서도 경어현상이 발생되기 때문에 첫 작업은 무위로 끝났다. 하지만 경어법도 다른 문법범주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의미가 일정한 형식적 절차로 실현되는 문법 현상’이라는 입장에서 본 연구를 진행해 보았다.
따라서 경어법은 문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이는 동사의 특질로 접근하는 것이 보편타당한 기술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판단하였다. 그래서 경어법의 하위 체계를 ‘존칭’과 ‘겸칭’의 2분 체계로 설정하고 동사의 특질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도입에서는 경어법의 개념과 술어 설정 문제, 체계와 특징에 대해 논의하였다. 경어법의 개념과 원리에서는 기존의 ‘존대:평대:하대’ 혹은 ‘경어:평어:비어’, ‘높임’과 ‘낮춤’ 등의 대립항이 아닌 [/상위성], [-상위성]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경어법이란 상위자에 대하여 동사에 [/상위성]을 표시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하위 체계인 ‘존칭’은 기존의 주체높임법에 해당하는 술어로써, 문장이나 발화에 주어로 등장하는 인물이 상위자일 때 [/상위성]을 나타내며, 선어말어미 {-시-}로 표시된다. 다른 하나인 ‘겸칭’은 기존의 객체높임법과 상대높임법을 모두 포괄하는 술어로써, [공손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동작의 [공손성]은 동작 주체의 행동이 공손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서술의 [공손성]은 화자가 청자에게 서술함에 있어 공손하게 말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방법론이 앞서 말한 경어법 체계의 복잡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며 주체, 객체, 상대라는 설명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 문법론적 관점에서 동사의 특질을 [상위성]과 [공손성]으로 설명해야만 다른 문법 범주와 문법 기술의 일관성도 획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러한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국어 경어법의 역사적 변천 양상을 살폈다. 국어사적 시대 구분에 따라 고대국어로부터 현대국어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경어법의 현상을 검토해 보았다. 존칭에서는 형태소에 의한 방법으로 선어말어미 {-시-}, 존칭조사 {-께서}, {께}와 어휘에 의한 방법으로 존칭접사 {님}, 존칭어휘를 중심으로 살폈다. 겸칭 중에서 동작의 [공손성]은 선어말어미 {-삽-}과 겸칭어휘를, 서술의 [공손성]은 선어말어미 {-이-}와 이를 나타내는 어말어미를 중심으로 살폈다. 형태소의 결합 유무를 통하여 [/상위]와 [-상위]로 나눈 방법이며,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대입한 연역법적 방법론이다. 결과적으로 존칭과 겸칭의 틀에서 예외 현상은 발견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하대’나 ‘낮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문법 기술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대국어에서는 존칭의 ‘賜’와 겸칭의 ‘白’, ‘音’, 전기 중세국어는 존칭의 ‘賜’, ‘敎’, ‘敎是’와 겸칭의 ‘白’ 등이 확인된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인 후기 중세국어에서는 존칭의 {-시-}, 겸칭의 {-삽-}과 {-이-}가 17세기까지는 기능상의 변화는 없고, 형태상의 동요가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8세기 이후 {-삽-}과 {-이-}의 통합과정 즉 재구조화가 주목된다. 이는 기능상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겸칭의 [공손성]이라는 기능적 유사함이 원인이라고 보았다. 근대국어까지의 변천 양상을 바탕으로 존칭과 겸칭은 그 등분 설정에 있어 [/상위]와 [-상위]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따라서 현대국어의 이른바 상대높임법의 다양한 등분 설정도 2분체계가 되어야 함을 제시하였다.
결론에서는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경어법 체계의 변천 양상을 네 시기로 구분하여 보았다. 시기별 변화 양상의 특징을 중심으로 제1기 발생기(고대국어), 제2기 성장기(중세국어), 제3기 과도기(근대국어), 제4기 완성기(현대국어)로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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