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37년 독일에서 개최된 ‘퇴폐미술전’을 대상으로 그 미술사적 의미와 성격을 연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미술사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국가정부 권력에 의해 기획된 퇴폐미... 본 논문은 1937년 독일에서 개최된 ‘퇴폐미술전’을 대상으로 그 미술사적 의미와 성격을 연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미술사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국가정부 권력에 의해 기획된 퇴폐미술전은 전시회 당시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세기가 열리면서 독일은 미술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예술가들은 사회, 정치적 긴장상태와 사회구조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다. 처음은 정치적 저항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새로운 가치들과 경험을 갈구하게 되었고 바이마르 시대에는 모든 예술들이 그 어느 때보다 꽃을 피웠다. 독일의 독특한 표현주의 미술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 때였다. 그러나 1933년부터 그러한 미술은 위기를 맞는다. 즉 나치(국가사회당을 가리키는 National Sozialist 에서 Na와 Zi를 결합한 약칭)의 집권이 시작됐고, 그와 함께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된 것이다. 나치정부는 권력을 잡자마자 문화와 사상적 지배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데, 그것이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그중 하나는 국민들을 선동할 필요성 및 문화의 사상적 지배를 위한 ‘위대한 독일 미술전’이었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위대한 독일 미술전’과 대조되는 ‘퇴폐미술전’이었다. 2장에서는 나치 미술과 ‘퇴폐미술전’의 발생 배경인 시대적 상황, 즉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독일 미술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았다. 당시 독일은 급변하는 도시화 과정 속에서 정치, 사회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히틀러는 문화의 사상적 지배가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정치, 사회적 상황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 미술의 발전 과정과 나치 미술의성격을 알아보았다. 또한 나치당이 선별한 작품을 모아 전시한 ‘위대한 독일 미술전’과 동시에 주로 공권력에 의해 압수된 작품이 전시 되었던 ‘퇴폐미술전’의 발생 및 전개과정을 논의하였다.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퇴폐미술전’의 전시구조 및 각 전시 작품의 성격을 연구하였다. 1937년 뮌헨대학에서 열린 ‘퇴폐미술전’은 1층과 2층에 걸쳐 총 9개의 방에 전시되었다. ‘퇴폐미술전’의 작품 설치 방식은 좁은 계단으로 힘들게 올라가야만 하는 전시 구조였다. 각방은 종교적 주제부터 작가를 민족적 혈통으로 구분하는 등 어느 정도 주제별로 전시되었으나 완벽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나치에 의해 압수된 작품들이 갈수록 늘어났고 결국 전시가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는 각방에서 전시되었던 작가들과 그림 제목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시되었던 작품 수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표로 만들었다. 4장에서는 위와 같은 ‘퇴폐미술전’의 성격과 구조를 바탕으로 그 미술사적 의의에 대해 연구하였다. ‘퇴폐미술전’은 2주간의 짧은 압수기간을 통하여 한자리에 모였으며 ‘위대한 독일미술전’과 비교하여 그 전시회가 국민들에게 저급한 미술로 보이길 원했다. 하지만 독특한 전시의도로 인해 결과적으로 ‘퇴폐미술전’은 전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퇴폐미술전’의 긍정적 효과를 보면 첫째, 당시의 모던아트와 아방가르드 미술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나치의 탄압으로 많은 수의 미술가들이 국외로 대피하였는데, 그것이 여러 나라에 모던아트를 확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미술의 대중화에 미친 영향이다. ‘퇴폐미술전’의 관람객은 총 2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숫자였고, 그만큼 자연스럽게 국민들을 새로운 미술에 관심을 갖게 했다. 또한 ‘퇴폐미술전’에 전시된 작품들의 가장 많은 숫자는 표현주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작품들은 당시의 정치와 사회적 분위기를 감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체험을 정서적으로 나누고자 하는 이러한 미술은 결국 미술의 대중화를 촉진했다고 할 수 있다. 나치가 ‘퇴폐미술전’을 연 목적은 나치즘의 눈으로 보았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작품들을 제거하려 한 것이었다. 그래서 전시회가 열린 이후 어떤 예술가들은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붓을 놓지만, 많은 예술가들은 국외로 도피를 하면서 그 열정을 이어갔다. 나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퇴폐적인 미술이라 낙인찍혔으나 그들은 미국 등 여러 지역에서 오히려 새로운 미학을 전파하며 모더니즘을 확산시켰다. 오늘날에 ‘퇴폐미술전’은 20세기 초 당시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한 데 모아 보여준 의미 있는 전시회로 기록되고 있다. 따라서 ‘퇴폐미술전’과 그를 둘러싼 전후 미술운동을 연구해 봄으로써 모더니즘 미술의 전반적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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