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주도된 네오 팝이 21세기를 전후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하이패션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보다 기존의 이미지나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창작을 이끌어내는 ... 일본에서 주도된 네오 팝이 21세기를 전후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하이패션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보다 기존의 이미지나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창작을 이끌어내는 절충주의가 선호되면서 네오 팝이 반영된 패션디자인이 증가하였다. 네오 팝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이 유행했던 1990년대에 팝 아트와 오타쿠 문화의 융합을 통해 일본미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한 예술운동의 일환이었다. 초기의 네오 팝 작가들이 일본문화의 근거로 삼은 오타쿠 문화는 일본의 전통미술인 우키요에에서 기인되었지만 서구에서 유입된 서브컬처와 융합됨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문화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오타쿠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일본미술의 역사성과 동시대성을 간파하고 이를 미술로 끌어들였다. 다양한 요소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하이브리드 예술이 증가하자 산업전반에서 현대미술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협업이 활성화되었다. 더욱이 21세기를 전후로는 하이패션이 기존의 보수적인 소비층만이 아닌 문화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을 유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진 반면 문화의 수명주기가 점점 짧아지자 협업이 동시대의 문화트렌드를 민첩하게 반영하는 최적의 수단으로 선호되었다. 네오 팝은 서브컬처들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네오 팝 소비자들은 컬렉션 문화를 중심으로 서브컬처를 순환하며 문화를 소비한다. 이들은 문화적 충성도가 높은 집단으로 최근에 이들과의 문화적인 연계가 새로운 소비문화를 조성하는 중요한 요건이 되었다. 본 연구는 오타쿠 문화를 차용한 네오 팝이 최근의 하이패션에서 다양한 양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21세기 이후의 하이패션에서 네오 팝이 반영된 패션디자인의 특성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오 팝의 특성인 수퍼플랫 표현양식, 모에 캐릭터, 디지털 문화의 수용 등을 분석의 틀로 삼아 네오 팝이 반영된 패션디자인 사례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른 네오 팝 패션디자인의 유형은 수퍼플랫 표현양식의 활용, 모에 캐릭터의 활용, 애니메이션 UCC의 활용 등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이들의 시각적 특성과 내재된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네오 팝 패션디자인의 특성을 도출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분석을 통해 도출된 네오 팝이 반영된 패션디자인의 특성은 유희적 패션, 문화적 융합, 상호작용성 등으로 나타났다. 첫째, 유희적 패션은 네오 팝의 토대가 된 팝 아트와 오타쿠 문화, 오타쿠 문화의 원형인 우키요에,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아트는 공통적으로 대중적 유희를 추구하는 미술로 이러한 특성이 하이패션으로 전이되어 유희적 패션의 토대가 되었다. 유희적 표현은 주로 오타쿠 문화를 차용한 키치적인 디자인으로 나타났으며, 이와 함께 가상세계의 판타지를 구현한 매장과 극화된 패션쇼, 그리고 소비자들의 감정전이(感情轉移)를 일으키는 애니메이션 UCC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서비스가 통합된 형태로 제공되었다. 하이패션에서 유희적 표현의 증가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엄격하게 구분하던 기존의 수직적 위계서열에 대치되는 것으로 이는 하이패션의 타깃 소비층이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문화적 융합은 네오 팝이 팝 아트와 오타쿠 문화의 융합만이 아닌 우키요에의 표현양식을 승계하고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출현된 하이브리드 미술로써 네오 팝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이러한 문화적 융합 특성이 오늘날 네오 팝이 열린 미술을 표방하며 자유롭게 이미지를 차용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가 되었다. 따라서 네오 팝 패션디자인에서는 전통문화와 동시대의 하위문화, 전통문화와 디지털 문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동서양문화의 융합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적 융합이 복합적으로 감지되었다. 셋째, 상호작용성은 네오 팝이 일본에서 독자적인 미디어를 형성하고 있는 오타쿠 문화의 기호를 전유하고 가장 진보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디지털 미디어가 융합된 미술로써 상호작용성은 네오 팝의 본질에 부합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사회문화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네트워킹이 활성화되면서 네오 팝의 콘텐츠를 차용한 애니메이션 UCC를 비롯해 패션쇼나 다양한 정보를 담은 동영상 등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상호작용성이 뛰어난 인터넷 환경에서는 2차 창작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문화의 소비자들이 문화의 생산에도 깊이 관여하는 프로슈머로 진화하였다. 본 연구는 오랫동안 보수적인 가치관을 토대로 상류사회의 문화를 반영해온 하이패션이 21세기를 전후로 동시대의 대중문화코드인 네오 팝을 중심으로 선회하게 된 요인을 파악하고 이러한 문화적 이행 과정에서 새롭게 출현된 현상들을 고찰하였다. 이로써 하이패션이 동시대 문화를 도입하여 효과적인 접점을 도출하고 나아가 다양한 가치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소비문화를 제시하는 과정을 고찰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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