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민족의 간절한 통일 염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북한의 현실은 이데올로기 대결 구도 아래서 분단 50여 년을 넘긴 채 정치제도나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뿐만...
탈냉전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민족의 간절한 통일 염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북한의 현실은 이데올로기 대결 구도 아래서 분단 50여 년을 넘긴 채 정치제도나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차원에서도 다양한 차이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해 온 통합의 형태는 정치적 통합, 경제적 통합을 하는 것이었고 그것도 제도적 통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왔다.
그러나 완전한 통일국가로서 남북통합을 위해서는 문화통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이 또한 제도적 수준이 아니라 일상생활 수준의 통합문제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에 통일을 주도할 주인공들인 고등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문화적 인식의 특징을 알아보고 고등학생들에 대한 문화통합 교육과 통일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그 시사점을 찾아보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본 연구에서는 통일된 미래를 열어 가는 과정, 즉 현재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남북관계를 극복하고 교류협력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일상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는 갈등 상황을 설정하여 북한사회와 북한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조사를 하였다. 이 연구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등학생들이 남북간의 교류·협력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파악한다.
둘째, 남북한 청소년들이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교육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본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북한주민의 다양한 생활양식 중 가치관, 가정생활, 언어생활, 대인관계, 여가생활, 공동체생활 등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인식을 고찰하였다. 연구 방법은 남북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에서 나타날 수 있는 남북한 주민들의 갈등상황을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설문지로 작성하여 조사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를 요약해 보면 첫째, 북한 주민들의 일상의 사회생활 장면에서 나타나는 가치관의 특징 중 외식과, 체형과 미의 척도, 비싼 외제 상품 특히 최대의 적성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미제 상품 사용에 대한 부정적 태도 등에 대한 인식에 있어는 대체로 이해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직업관에서는 노동이 가장 신성하고 영예로운 것으로 보며, 주민들의 삶의 가치를 노동에 둘 것을 강조하는 북한 사회의 직업의식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가정생활 면에서는 북한에는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지배하며 따라서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남성 중심적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도는 아주 높게 나타났다. 본관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게 나타났지만 사주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도는 낮게 나타났다.
셋째, 언어생활 면에서는 우리말 다듬기 정책의 결과로 외래어,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함으로써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문서에서 형식과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도가 높게 나타났다. 대인관계에서 사용하는 관용적인 표현이나 호칭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게 나타났다.
넷째, 대인관계에서 북한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한 식사비는 대체로 각자 계산한다는 사실과 술잔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 선물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도는 높게 나타났으나 미국과 미국인에 대하여 매우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도는 아주 낮게 나타났다.
다섯째, 여가생활 면에 대한 조사 결과 북한주민들도 우리와 비슷한 오락을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편이지만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없다는 점과 북한에도 남한과 같이 큰 도시에는 놀이공원이 있어서 이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섯째, 공동체생활 면에서는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사회라는 사실과 학교생활에서 이론의 사회적 실천이라는 취지에서 학생들이 일정기간 생산노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도는 높게 나타났다. 또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 하는 체제의 특성과 정부와 정치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도는 아주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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