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박목월 시와 조지훈 시의 관계에 대하여, 그 시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천착하였다. 이를 위해 Ⅰ장에서는 선행 연구사를 검토하였고, Ⅱ장에서는 각 시인의 성장환경과 ...
이 논문은 박목월 시와 조지훈 시의 관계에 대하여, 그 시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천착하였다. 이를 위해 Ⅰ장에서는 선행 연구사를 검토하였고, Ⅱ장에서는 각 시인의 성장환경과 사회생활 및 종교를 살펴봄으로써 목월 시와 지훈 시의 배경으로 자리잡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였으며, Ⅲ장에서는 이들 시의 소재와 형태 및 표현의 면면을 분석함으로써 목월과 지훈의 시세계가 지닌 공통점과 차이점을 면밀히 고찰하였다. 그리고 Ⅳ장에서는 앞의 논의를 토대로 하여 목월 시와 지훈 시가 지닌 역사적 ․ 문학사적 ․ 시사적 의의와 현대적 가치를 재정립함으로써 목월 시와 지훈 시의 의미와 위상을 재조명하는 데 주력하였다.
이 연구는 시인이 국내외 정세와 사회문화적 상황의 영향을 받는 존재임을 전제한다. 이는 모든 인간이 자신이 경험한 사회역사적 정황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 근거한다. 시는 언어를 매개로 한 예술이자 어떤 모양으로든 한 시대를 풍미한 시인이 지닌 상상력의 소산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글과 말은 장소와 시간이 바뀐다 하더라도 어떤 모양으로든지 상호텍스트성을 이루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시인의 작품은 그 작품 간에 상호텍스트성(mutual text, intertextuality)을 이루며 유비적(類比的)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동시대의 작품들은 그것이 서로 다른 시인의 시라 하더라도 상호텍스트성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박목월과 조지훈이 발표한 모든 시를 대상으로 한다.
본고는 그 텍스트를 대하는 방법론으로 역사전기적 문학비평론과 형식주의적 문학비평론을 병용하였으며, 시의 소재와 형태 그리고 표현에 주목할 때에는 수사학적 ․ 본문언어학적 비평방법을 혼용하였다. 왜냐하면, 문학은 언어의 씨날로 직조된 작가의 내밀한 정신세계이자, 시인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를 향한 대응물이고, 시인의 정신을 표현한 매개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문학은 시인이 경험한 국가적 ․ 사회적 ․ 문화적 변화양상과 시대적 정황, 그리고 개인의 역사적 삶을 담고 있다. 따라서 문학은 개인의 탄생 ․ 성장 ․ 발전 등 삶의 질곡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시는 곧 정신의 표상이다.
시인의 정신은 시의 다양한 표상 가운데 일관성 있게 드러나는 독특함이자 시의 특질로 변별된다. 시는 대개 소재와 어휘를 사용한 수사적 장치를 통해 그 정서를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본고는 박목월 시와 조지훈 시에 나타나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였거니와, 먼저 목월과 지훈의 성장환경과 사회생활에 집중하여, 이들이 살던 시대적 정황을 재고하면서 그 시적 배경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으며, 다음으로 시의 소재와 형태 및 표현에 주목하여, 이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이들 시의 미적 거리를 이루는 요소로서의 분절 ․ 분행 및 비유와 감정의 절제에 관해 추적함으로써 이들 시세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고찰하였다.
박목월과 조지훈은 거시적 측면에서 공히, 대한민국의 경상북도 산촌에서 태어났다는 점, 일제강점기인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文章)≫을 통해 등단했다는 점, 사화집인 『청록집(靑鹿集)』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 그리고 당시 활동하던 문인들과는 달리 일본유학을 한 경험이 없다는 점, 그러면서도 일제에 의해 통제되었던 한국어, 즉 대한민국 말로 좋은 시를 창작 ․ 발표하고 후대에 남겨놓았다는 점, 해방직후 각기 교수생활을 하였다는 점, 해방공간의 이념적 혼란 속에서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조선청년문학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였다는 점, 후기에는 종교적 세계관과 그 상상력에 충일한 시를 창작했다는 점, 그리고 시의 원리와 문학이론에 관한 책들을 출간한바 있다는 점 등에서 시적 배경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박목월과 조지훈의 시는 자연에 대한 탐구와 전통계승적 작품에서 출발한다는 점, 이후 발표한 작품들은 그 변모양상에 따라 연대기적[初期 ․ 中期 ․ 後期]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 각 시기별로 다루고 있는 주제와 소재가 그 맥을 같이한다는 점 또한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시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본 이러한 공통점과 함께 미시적 측면에서 다양한 차이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고향과 밀착되어 있는 소재로서의 자연이 목월 시에는 흔히 산촌에서 대할 수 있는 일반적인 자연이자 상상의 자연으로 표현되었다면, 지훈 시에는 대개 유 ․ 무형문화재급의 실재하는 자연으로 등장한다는 점[初期詩], 또한 목월 시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평범한 가장의 일상과 그로 인한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면, 지훈 시는 시대의 지난함과 그에 직면해 고뇌하는 지사적 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中期詩], 그리고 목월 시는 기독교세계관을 근간으로 한 시가 많은 반면, 지훈 시는 불교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시가 많다는 점[後期詩]으로 대별된다.
또한, 박목월과 조지훈은 공히 일제강점기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했음에도, 모국어인 한국어 즉 대한민국 말로 시를 썼거니와, 그 시에 한국성을 담아놓았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목월 시가 사투리를 사용하는 등 향토성이 짙은 토속어와 소박하고 서민적인 소리글자 즉 일상어를 구사하면서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면, 지훈 시는 과거 귀족적 언어라 불린 고풍스러운 뜻글자를 사용하여 전통적이고 민족적인 자연을 묘파(描破)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목월 시가 민요적 ․ 동시적 리듬을 따라 담백하고 간결한 시에서 출발하여 진술형과 대화체를 도입하여 쓴 작품에 이르고 있다면, 지훈 시는 한시적 ․ 한학적 운율을 원용하며 우아하고 유려한 시에서 출발하여 청유형과 진술체를 도입하여 쓴 작품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시적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한편, 박목월과 조지훈의 시세계를 주목할 때에도 공통점과 차이점이 드러난다. 거시적 측면에서 이들은 공히 그 시적 소재로 서양 모더니즘의 이미지즘 기법을 차용하였고, 비교적 간명한 형태의 시를 써서 발표하였거니와, 한국어법에 맞는 맞춤법과 비유법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시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목월 시는 ‘동적 이미지’[動]에 긍정적인 갈등과 긴장을 담아냄으로써 ‘정적 정서’[靜]를 창출해내는 작품이 많다. 이에 비해, 지훈 시는 ‘정적 이미지’[靜]로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가운데 현실인식과 존재의지를 표현함으로써 시적 분위기를 ‘동적 정서’[動]로 환기시키는 작품이 많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아울러, 박목월 시는 갈수록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한 상상력의 소산을 통해 영원을 향한 의지와 갈망을 그려낸다. 이로 인해 목월 시가 드러내는 것은 비어있는 곳을 채우는[充滿] 하나님의 은총(恩寵)이자, 그것으로 말미암아 완성되는 인생[人生世間]의 종국이다. 이는 곧 채움 또는 생성의 미학이다. 반면, 조지훈 시는 불교세계관에 기초한 상상력을 통해 근원을 향한 탐구와 회귀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훈 시가 나타내는 바는 가득 차 있는 것[有]을 덜어내 버림으로써 혹은 모든 욕망을 놓아버림으로써 가벼워지는[無] 지경[解脫]이요 그것을 통해 이를 수 있는 도[道]의 궁극이다. 이는 곧 비움 혹은 소멸의 미학이다.
박목월 시와 조지훈 시에 나타나는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 즉, 이들의 문학적 진보(進步)와 진작(振作)은 이들이 경험한 역사적 삶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일제강점기 여러 모양의 치욕과 굴욕을 견디어내면서도 소멸해가는 우리 자연을 소재로 삼아 한국의 자연과 한국인의 정서 곧 한국성을 작품에 담아놓았다는 점에 그 역사적 가치와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일제를 통해 한국으로 유입된 근대를 체험하며 모더니즘적 이미지즘을 차용하여 객관적 상관물로 제시하고, 또한 어느 시점부터는 새로운 시적 모색을 통해 전통시의 한계를 초월하여 산문시를 쓰는 등 실험적 시창작을 실행함으로써, 일국의 지식인으로서 경험해야 했던 시인의 정체성 및 의식의 균열을 그대로 노정하는 한편, 그로 인해 갈수록 첨예해진 직관과 넓고 깊은 통찰을 시에 담고 있다는 점, 갈수록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세계의 차이를 통하여 서로의 시적 개성을 확보하면서, 한국현대시단에 새로운 도전과 전망을 제시했다는 점에 그 시사적 의의와 현대적 가치가 있다.
박목월 시와 조지훈 시의 이러한 면모는 오늘날 시를 대하는 후학들에게 적지 않은 동기부여를 한다. 우선, 지나치게 기교를 동원하거나 감각을 표방하는 시를 쓰기보다는, 역사적 삶과 시대에 대한 대응과 통찰로서의 시적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보다 세련되고 격조 높은 시를 구사하면서도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서정적 진실을 담은 시를 추구하게 한다. 시란 본시 거기 담긴 진정성으로 인해 대중을 향한 호소력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시적 소통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적 소통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지금은 인문학의 위기라고까지 통칭되는 시기이다. 이렇게 문학사적 ․ 시사적으로도 지난한 때에 새롭게 조명하여 재정립하는 목월 시와 지훈 시의 가치와 위상은, 스러져가는 문학인의 정체성과 창작의식에 불을 지펴 현대를 사는 시인들로 하여금 보다 첨예한 직관과 격조 높은 통찰로 나아가는 훈련을 마다하지 않게 하리라는 전망이다.
본고는 앞서 거론한바, 박목월 시와 조지훈 시를 총체적 ․ 통전적 관점에서 조망하였다는 점, 그 연구 범위를 어느 주제나 작품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에 대해 변별적 특성을 확보한다. 그럼에도, 보다 많은 작품에 대한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목월 시와 지훈 시는 아직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훈련으로 터득하게 되는 융합적 사고와 폭넓은 사유가 필수적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끝으로, 차후의 연구는 본고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들의 전체 시로 그 범위를 더욱 확대하여, 이들 시의 개별적 특질과 함께 상호텍스트성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 천착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고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