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재일한인 차세대를 대상으로 그들의 민족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들의 통일 의식은 어떠한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그들의 정체성을 유형분류하고 정체성...
이 연구는 재일한인 차세대를 대상으로 그들의 민족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들의 통일 의식은 어떠한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그들의 정체성을 유형분류하고 정체성 유형과 통일 의식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선행연구에 대한 검토를 거쳐 재일한인 차세대의 정체성 유형 분류틀을 수립하였다. 기존의 유형 분류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연구대상의 특성에 맞게 그것을 창조적으로 변용하였다. 유형 분류틀에는 민족적 자각의 정도를 나타내는 민족성을 세로축으로 하고, 거주국의 구성원으로서 시민적 자각의 정도를 나타내는 시민성을 가로축으로 하는 4분면 상에 네 가지 유형을 표시하였다. 즉, 민족성과 시민성의 강약을 기준으로 통합지향, 민족지향, 시민지향, 개인지향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통일 의식은 기존연구의 통일 의식 구성요소 분류를 참고하되, 이 논문의 연구목적에 맞게 통일 의지, 통일 관심도, 실천적 태도, 통일 방식 선호도의 네 가지 하위 구성요소를 설정하였다.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재일한인 차세대의 정체성 유형은 어떻게 분류되고, 어떤 분포로 나타나는가? 둘째, 재일한인 차세대의 정체성 유형은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셋째, 재일한인 차세대의 통일 의식은 어떠한가? 넷째, 재일한인 차세대의 통일 의식은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다섯째, 재일한인 차세대의 정체성 유형과 통일 의식은 어떤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에 따라 측정도구를 작성하였으며, 현지에서 한국계 민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경험적 자료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또한 연구결과의 해석과 보완을 위해 현지 교사와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체성 유형을 분류한 결과, 통합지향과 민족지향에 못지않게 시민지향과 개인지향이 상당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 확인되었다. 둘째,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정체성 유형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지역, 한국어 능력, 거주기간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일한인 차세대의 민족지향은 지역적으로 도쿄가 더 높고, 시민지향과 개인지향은 오사카․교토가 도쿄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한국어 능력이 높을수록 민족지향이 강하고, 거주기간이 길수록 시민지향이나 개인지향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한국계 민족학교 학생들의 통일 의식에 대한 조사 결과, 남북한 관계나 한반도 정세의 변수에 따라 시기별 혹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재일한인 차세대의 통일 의식은 통일 의지 면에서 한국의 차세대나 재미한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넷째, 재일한인 차세대의 통일 의식은 지역, 한국어 능력, 거주기간의 특성에 따라 통일 의지, 통일 관심도, 실천적 태도, 통일 방식 선호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지역이 오사카지역보다 통일 의식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한국어 능력수준이 높을수록 통일 의지, 통일 관심도, 실천적 태도, 통일 방식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거주기간이 짧을수록 통일 의식의 네 가지 하위 구성요소가 높고, 거주기간이 길어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섯째, 재일한인 차세대의 정체성과 통일 의식 간에는 상관성이 존재함이 입증되었다. 먼저 정체성 유형과 통일 의식의 상관계수를 측정한 결과, 그 정도는 낮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하였다. 또한 정체성 유형에 따른 통일 의식수준의 차이가 조사되었는데, 민족지향과 통합지향은 통일 의식수준이 높게 나오는 반면에 시민지향과 개인지향은 통일 의식수준이 낮았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통해 몇 가지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재일한인 차세대의 통일 의식은 민족정체성의 수준과 상관성이 있으므로, 통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족정체성에 관한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심층인터뷰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와 전문가들은 재일한인 차세대의 민족정체성이 희박해져 간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족정체성이 회복되면 통일 의식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둘째, 통일 의식과 민족정체성이 낮게 나타난 원인은 통일교육의 부재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재일한인 차세대가 통일의 주체역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계적인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통일교육은 재일한인 차세대의 정체성 유형별로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체성 유형별로 통일 의식에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지향과 개인지향의 분포가 크게 늘어났고, 개인지향의 경우에는 음(-)의 상관을 보인다는 점에서, 민족의식이 싹틀 수 있는 기초적인 수준의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재일한인 차세대의 지역, 한국어 능력, 거주기간 특성에 따라 그들의 정체성 유형이 다르고, 민족정체성 정립수준에 큰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아, 그에 따른 맞춤형 교육 역시 요구된다. 넷째, 통일교육 방식은 주입식이 아닌 체험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교사 및 전문가들도 재외동포학생들에게 모국수학의 기회확대 등의 체험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다섯째, 재일한인 차세대는 재외동포의 참여에 의한 한민족공동체형의 통일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상당수의 재외동포들은 남북통일의 주체문제에 대해 남북한 합의에 의한 통일을 전제로 하면서, 재외동포들이 민족통일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였다.
이 연구는 민족정체성수준이 통일 의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론연구 뿐만 아니라 실증조사를 통해 입증하고, 이를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통하여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통일과정의 한 주체로서 재외동포의 역할이 대두되는 시점에, 분단의 모순이 가장 직접적으로 투영된 재일한인 사회의 미래 주역인 차세대를 연구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 연구는 선행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정체성과 통일 의식의 상관성을 규명하고, 올바른 통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민족정체성의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얻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연구과제가 대두되었다. 첫째, 연구대상과 연구방법의 확장이다. 민족학교 중에서, 조선학교가 일본 내에 70여개에 이르는 등 한국학교보다 수적인 면에서는 더 많고, 총련이나 북한쪽의 교육과정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는 만큼, 한국학교 학생들과 조선학교 학생들 간 비교연구를 시도하고, 민족학교의 학생과 일본학교에 진학중인 다수의 재일한인 학생들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재외동포가 다수 분포하는 재중 조선족이나 재미한인 차세대의 비교연구 역시 요구된다. 둘째, 연구 내용면에서 이번 연구는 연구문제를 정체성유형과 통일 의식, 그리고 양자의 관계에 제한하였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통일주체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통일교육, 통일교육과정의 개선방안, 그리고 한민족공동체 네트워크의 실태와 활성화방안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한민족공동체 통일에 관한 이론모델의 정립측면에서, 통일의 주체범위를 대한민국주도형, 남북한 합의형, 한민족공동체 형으로 유형화하고, 이들을 비교연구하면서 재외동포의 한민족통일 주체세력화를 위한 이론적 모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통일과정에서 재외동포의 역할은 남북통일의 중계자로만 거론되어왔다. 그러나 재일한인 차세대 학생들과 교사 및 전문가들은 민족통일과정에서 재외동포의 역할이 필요하고, 그들이 하나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였다. 재외동포의 경제적 기반이 넓어지고 그들의 정치적 역량이 성숙하면서 이제는 통일 주체 면에서 남한과 북한 뿐 아니라 재외동포의 역할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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