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핵심적 교육 목표인 상상력은 영역 가로지르기와 영역 간의 경계 허물기를 지향한다. 또 상상력은 현실을 주체적으로 변형하고 능동적으로 해석하도록 장려하는 조건에서 활성...
현대 사회의 핵심적 교육 목표인 상상력은 영역 가로지르기와 영역 간의 경계 허물기를 지향한다. 또 상상력은 현실을 주체적으로 변형하고 능동적으로 해석하도록 장려하는 조건에서 활성화된다. 무엇보다 이미지는 상상력을 추동하는 자원이다. 따라서 상상력은 이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현재 문학교육에서는 시 텍스트를 중심으로 언어적 수사성에만 초점을 두어 이미지를 교육하고 있다. 또 광고,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이미지를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이나 토대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문학교육의 이러한 현실은 상상력을 신장하는 데에 다소 미흡한 면이 있다. 이 연구는 상상력 이 활성화되는 교육적 조건으로서, 문학을 기반으로 광고,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이미지들을 통합하여 교육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감각·인지·감정의 통합체이다. 만약 이미지를 특정 분과적 관점에서만 이해하게 되면 감각·인지·감정의 통합체로서 이미지가 가지는 총체성을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또 문학, 미술, 사진과 영화 등 여러 영역에 산포되어 있는 이미지는 텍스트의 복합양식화 경향으로 서로 중첩되고 있다. 이 중첩된 이미지들은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어 각 영역으로 분해·환원되기 어려운 하나의 덩어리로 존재한다. 게다가 현대 사회에서 이들 이미지는 미디어와 결부되는데, 미디어는 상상력의 신장에 있어 긍정적인 작용력과 부정적인 작용력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이미지 교육에는 이상에서 논의한 이미지의 현대적 양상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학습자의 삶에서의 이미지 경험과 학습 내용으로서의 이미지 경험이 통합되지 못하고 별개의 경험으로 존재하는 양상이다. 미적 지향과 윤리적 지향을 통합하고 추동하는 능력으로서 상상력의 신장을 위해서는 이 분리된 경험이 통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여러 영역과 장르에 산포되어 있는 이미지들은 ‘텍스트, 맥락, 주체’의 세 범주로 통합될 수 있다. ‘텍스트’ 범주는 물질적 존재로서의 이미지를, ‘맥락’범주는 심리적이고 관념적인 실체로서의 이미지를 통합한다. ‘주체’ 범주는 텍스트와 문화 양자를 대면하고 이 두 대상을 서로 환류(feedback)시키면서 학습자의 심리에 형성된 이미지를 통합한다. 이들 각각의 범주로부터 문자가 이미지화되는 양상, 이미지가 정신적 ·심리적 의식을 구성하는 기억으로서 개인과 집단의 두 차원에 존재하면서 상징적인 개념 체계로 작동하는 양상, 그리고 주체가 텍스트와 맥락 사이를 오가면서 이미지를 변용하고 창조하는 양상을 확인하였다.
현재 분과적인 교과 체제와 그 체제 존립의 근거가 되는 분과 학문들에 흩어져 있는 이미지들을 ‘문학’이라는 제도 및 교과를 기반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이유는, 문학교육이 추구하는 상상력이 과학 영역이 추구하는 상상력과 구별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문학교육이 추구하는 상상력은 예술과 인문학 고유의 속성들을 기반으로 한다. 상상력에 대한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문학 기반 이미지 통합 교육의 개념과 구조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가법적이고 비환원적인 통합’개념을 바탕으로, ‘문학 이외의 영역으로부터 형성된 텍스트 범주의 이미지, 맥락 범주의 이미지, 주체의 내면에 형성된 이미지가 문학을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통합되고 창의적인 수행으로 실현시키는 일련의 인지적·신체적·정서적 과정’으로 개념화하였다.
문학 기반 이미지 통합 교육은 ‘통합 지향의 확산적 구조’, ‘문학 중심의 수렴적 구조’, ‘확산과 수렴의 성찰적 순환 구조’라는 세 차원으로 구조화하였다. 확산적 구조란, 한 이미지의 의미를 다른 영역으로 확산시키거나 발산시키는 구조이다. 이를 위한 교육 내용은 크게 이미지의 의미를 다른 영역으로 산포시키는 것과 맥락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먼저, 이미지의 의미를 다른 영역으로 이식하고 전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미지에 있어 일종의 최소 의미 단위인 ‘이미지 의미소’를 추출한다. 이미지 의미소를 추출하는 것은 다른 영역으로 전이시킬 이미지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하나의 범주로부터 선택되어 그 범주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된 이미지는 결합 과정을 거친다. 각자 다른 영역에서 온 이미지들이 서로 결합되는 과정에서는, 동종 결합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묘하면서도 섬세하고 다양한 느낌들이 생성된다.
확산적 구조 중심의 교육 내용으로 제시된 두 번째 내용은 맥락의 재구성이다. 맥락은 텍스트 내적 요소로서 표제와 외적 요소로서 재매개를 통해 재구성된다. 표제는 이미지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상황맥락 요소이고, 재매개는 이미지를 사회·문화적 맥락을 변형하는 요소이다. 이미지에 있어 표제는 ‘해설적 표제’와 ‘함축적 표제’로 구분된다. ‘해설적 표제’란 이미지 생산 주체의 의도나 해석을 구체적으로 해설함으로써 이미지의 의미 해석을 한정하는 표제이다. 반면 ‘함축적 표제’는 해설적 표제와 달리, 이미지 생산 주체의 의도나 해석을 드러내지 않거나 최소화함으로써 독자나 수용자에게 해석의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한다. 재매개를 통해 맥락을 변형하는 경우, ‘하이퍼매개’와 ‘투명한 비매개’라는 이중적인 전략이 있다. ‘하이퍼매개(hypermediacy)’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미디어를 상기하거나 인식하도록 만든 시각적 표현 스타일을 지칭한다. 즉 대상을 재현하고 있는 미디어의 존재를 수용자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반면 ‘투명한 비매개(transparent immediacy)’는 매개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수용자가 특정 미디어의 존재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수렴적 구조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 내용은 이미지의 통합에 있어 수렴적 기능을 하는 사고 기제를 중심으로 도출하였다. ‘모방, 표상, 통찰’은 모두 이미지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사고 기제이다. 이미지 통합에 있어 모방은 ‘형태적 모방’과 ‘내적 속성의 재현’으로 구별된다. 형태적 모방은 모방할 대상을 선택하는 지점에서, 내적 속성의 재현은 내적 속성을 파악하고 재현의 관점을 정하는 지점에서 주체의 개입과 해석이 반영된다. 따라서 모방은 단순한 복제가 아님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표상’은 복잡하고 다양한 이미지 현상들을 대표하는 대표 이미지를 형성하는 사고 기제이다. 표상은 대상에 대한 주체의 적극적인 해석을 동반하는데, 개인적 경험부터 사회∙문화적 맥락이 모두 반영된다. 이미지 통합에 있어 표상은 학습자로 하여금 이미지가 무엇을 표상하는가라는 표상의 대상 차원에 대한 질문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지가 어떻게 표상하는가라는 표상의 방법에 대해 탐색해야 한다. 수렴적 구조에서 가장 상위 단계의 교육 내용은 ‘통찰’과 관련된다. 통찰은 비논리적, 탈순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 기제이다. 통찰은 예외적이거나 비정상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 이미지 통합에 있어 통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미지 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되어야 하며, 이미지에 대한 깊은 사유가 이어져야 한다. 이것은 몽상의 시간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본고는 몽상이 정적이고 관념적인 사유가 아니라 역동적인 실천과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성찰적 순환 구조’중심의 교육내용은 ‘확산적 구조’ 중심의 교육 내용과 ‘수렴적 구조’ 중심의 교육 내용을 상위에서 통어하는 교육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확산적 구조와 수렴적 구조는 각기 그 구조를 작동시키는 사고의 방향이 정반대를 향한다. 상상력은 이 두 사고가 순환적인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작동할 때에 활성화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두 차원이 순환적인 관계를 맺도록 매개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성찰적 순환 구조는 확산과 수렴이라는 두 구조가 각자의 방향으로 지나치게 경도되었을 때에 작동한다.
문학 기반 이미지 통합 교육은 상상력 신장이라는 인간 중심적 교육 가치를 지향하고, 교과 내적 체계의 공고화를 목표로 삼는 학문 중심적 교과교육과는 상반된 입장을 갖는다. 상상력이란 조작적으로 정의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적인 삶 전반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학습자의 일상적 삶의 경험에는, 기존의 문학 체계에 포착되지 않지만 문학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이미지 경험들이 존재한다. 이 경험들은 학습자의 삶을 이루는 실재임에도 불구하고 학습의 국면에서 그 의미에 대한 탐색이나 이해는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문학을 기반으로 그 경험들을 통합하여 교육함으로써 학습자의 삶이 학교를 기반으로, 학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다 풍부해지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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