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어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들의 사회‧문화적인 상황이나 배경을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같은 아시아 문화권으로 같은 유교사상 속에서 지내온 한국과 중...
한 언어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들의 사회‧문화적인 상황이나 배경을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같은 아시아 문화권으로 같은 유교사상 속에서 지내온 한국과 중국은 비슷한 문화권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근현대로 들어서며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을 받아들임으로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그 사회‧문화적인 배경 속에서 한국과 중국의 여성들이 사용하는 여성어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 논문에서는 호칭어와 더불어 영어에 나타난 여성어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의 여성어 사용에 관한 설문을 건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여학생과 국제교육원에 유학 중인 중국유학생들 각각 30명에게 실시하였다. 이 설문조사를 기초로 하여 한국과 중국 여성어의 사용에 관하여 비교‧분석하고 연구하였으며 또한 이 여성어를 중심으로 중국인 학습자를 위한 어휘 학습 전략을 제시하였다. 먼저 한국과 중국의 여성어 사용에 관한 특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한국과 중국에서 공통적으로 널리 쓰이는 여성호칭어 ‘여사’, ‘아가씨’, ‘언니’를 비교‧분석하였다. ‘여사(女史, 女士)’를 비교해 보면 중국과 한국에서 통용되어 지고 있는 한자표기가 상이하게 다르다는 것과 한국에서는 결혼한 여자를 높여 부르거나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저명한 여성을 높여 부르는 말로만 쓰일 뿐 많은 여성들 중 소수에게만 쓰이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사회적으로 두루두루 넓게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 굳이 결혼하지 않았어도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여사의 쓰임이 가능하다. ‘아가씨’는 한국에서는 사회호칭어와 친족호칭어의 두 가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사회호칭어의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호칭어만으로 그 의미를 비교하자면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원래의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다소 많이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니’는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사회호칭어와 친족호칭어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한국보다 사용범위가 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흔히 한국에서 남성들은 손위 여성에게는 ‘누나’라고 부르는 반면에 중국에서는 화자의 성별 구별 없이 남성도 손위여성에게 ‘姐姐(jiějie)’라고 부르는 것이 흥미로웠다.
두 번째로 한국과 중국 여학생들의 색채표현에 대해 각각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았다. 파란계통, 노란계통, 빨간계통의 3가지 색상을 보여주고 각각 기본색 표현, 단순 또는 상세묘사, 비유에 대해 표현하도록 하였다. 기본색 표현에 있어서는 큰 차이점은 보이지 않았지만 단순묘사에 있어서는 한국여학생이 중국여학생보다 더 다양한 색채관련 어휘를 빈도 높게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상세묘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한국여학생이 중국여학생 보다 더 다양한 표현어휘를 빈도 높게 사용하였다. 비유에 있어서는 한국과 중국 여학생 모두 색상을 보다 더 자세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하였다. 차이점을 보인 것이 있다면 바로 개념어 사용이다. 한국여학생들은 주로 빨간색을 표현할 때 ‘태극기의 빨간색’, ‘고추’ 등의 한국적인 개념어휘를 사용하였으며 중국여학생들은 주로 ‘중국국기’, ‘붉은 태양’ 등 중국의 중화주의를 직‧간접적으로 상징하는 개념어휘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세 번째로 한국과 중국여학생들의 부정적인 상황과 긍정적인 상황에서의 감탄사적 표현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조사하였다. 감탄사의 사용에 있어서 한국여학생은 부정적인 상황과 긍정적인 상황 모두에서 중국여학생보다 높은 빈도를 보였다. 또한 한국여학생과 중국여학생들 모두 부정적인 상황에서 보다 긍정적인 상황에서 더 많은 감탄사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한국여학생들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중국여학생에 비해 자조적 또는 한탄적 표현을 조금 더 많이 사용하였으며 중국여학생들은 한탄적 표현과 욕설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네 번째로 한국여학생과 중국여학생이 각각 어떠한 명령 또는 청유의 표현을 선호하는지 조사하였다. 한국여학생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명령의 표현보다는 청유의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였다. 청유의 표현 중에서도 공손한 청유형태의 표현이나 의뢰형식과도 같은 완곡한 표현을 주로 사용하였다. 반면에 중국여학생들은 청유의 표현보다는 명령의 표현을 조금 더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명령의 표현 중에서도 완곡한 표현보다 직선적인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였다. 한국여학생들과는 상이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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