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의 어휘에 대한 연구는 국어 교육에 있어 그 가치가 크고 인접된 언어학이나 문화인류학 등 다른 분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유아들의 어휘 발달에 대한 연구들이...
유아들의 어휘에 대한 연구는 국어 교육에 있어 그 가치가 크고 인접된 언어학이나 문화인류학 등 다른 분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유아들의 어휘 발달에 대한 연구들이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왔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분야에 대한 기초 연구들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러한 점에서 유아들이 사용하는 어휘에 대한 연구는 아동의 한국어 습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서 지금까지 약 40년 간 전 세계가 놀라는 경제적 발전을 이루면서 생활 문화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시점에 1971년에 연구한 유아들의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어휘(이상금 외, 1971)를 기준으로 2012년의 유아들이 사용하는 어휘를 비교하면 1971년과 2012년간의 유아들의 언어문화 변화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2012년에 3세, 4세, 5세에 이르는 유아의 일상 어휘를 조사하여, 그 결과를 40년 전에 실시한 이상금 등(1971)의 자료와 비교함으로써 양 시대 간 어휘에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이것이 나아가 사회․문화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부산지역에 위치하는 M유치원 3세 2개 반, 4세 2개 반 그리고 5세 2개 반의 총 206명의 유아들이 유치원과 가정에서 보내는 자유놀이 시간 중의 대화내용을 조사하여 3세, 4세, 5세에 이르는 유아의 일상 어휘 목록을 만들고, 이를 이상금 등(1971)의 연구방법을 참고하여 분석한 다음 전체 어휘 빈도에 대한 해당 어휘 빈도의 비율을 구하고 이의 차이를 검정하여 품사별 분포와 품사별 주요 내용의 분포에 대해 알아보았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71년과 2012년 3, 4, 5세 유아의 어휘 목록은 이상금 등(1971)의 어휘 목록을 기준하여 2012년 어휘 중 1971년 목록에 없는 것은 추가하였고 1971년 목록에는 있으나 2012년 어휘에는 없는 것은 빈칸으로 정리했다. 1971년 수집된 어휘의 총 사용 빈도수는 73,220이며 연령별 사용 어휘 수는 3세 1,596, 4세 2,478, 5세 3,120이었는데, 2012년 수집된 어휘의 총 사용 빈도수는 30,238이며 연령별 사용 어휘 수는 3세 986, 4세 1,722, 5세 2,376으로 나타났다. 이 어휘 목록은 유아교육과정 수립 시 언어교육 자료와 함께 초등학교 저학년의 교육과정 및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1971년과 2012년의 어휘 수에서 품사별 백분율은 1971년은 명사(24.6%), 동사(23.7%), 조사(18.6%)의 순이었으나 2012년은 동사(25.9%), 조사(18.6%), 명사(17.3%)의 순으로 명사의 비율이 감소하였다. 전체 품사에서 동사, 형용사, 부사 및 조사는 증가한 반면 명사, 대명사, 불완전명사 그리고 관형사는 감소하였다.
품사별 분포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명사의 백분율이 1971년 24.6%에서 2012년 17.3%로 줄고, 동사의 백분율은 각각 23.7%에서 25.9%로 늘었다는 것으로, 이는 언어발달의 오랜 명제인 언어와 인지 중 어느 것이 언어 발달에 더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논의에 참고가 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로는 유아기에는 인지가 우선이라는 언어 보편성을 주장하는 Piaget의 의견보다는, 언어 발달에 있어 언어와 사고의 뿌리가 다르며 언어 발달에 있어 초기에는 인지가 더 큰 작용을 하지만 성장해 갈수록 언어 자체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Vygotsky의 의견에 조화된다. 따라서 유아들이 나이가 들고 산출하는 어휘 수가 증가되기 시작하여 언어가 인지보다 더 중요한 지위를 가지게 되는 분기점을 3세 이후의 유아기로 볼 때 유치원생들의 언어 습득에 있어 적절한 언어 환경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셋째, 1971년과 2012년의 각 품사별 주요 내용별 분포를 살펴보면 먼저, 명사에서 '지명', '추상', '단위', '색 형태', '시간'에 관련된 어휘는 증가한 반면 '직업', '비칭(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 '친척', '동화', '수서동물', '포유류', '조류', '식물류', 등에 관련된 어휘는 감소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다시 범주화하여 알아보면 증가한 것들은 대부분 사람과 관련이 적은 내용들인 반면 감소된 것들은 대부분 사람이나 생물에 관한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효율성을 강조하는 현대의 도시문화에서 추상이나 시간이나 단위 등이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동사를 보면 '소유 제공', '음식', ‘상태 변화’ 등은 증가한 반면 '신체 동작'과 '이동 공간' 그리고 '대인 관계'에 관한 것은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언어의 표현은 동사가 많아 세련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을 분석해보면 자신의 신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태변화나 음식에 관한 것이 주로 증가한 반면 신체 동작이나 이동하는 것에 관련된 동사는 줄어들었는데 이 역시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 사회문화의 도시화 특징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유아들의 신체적 움직임이 감소된 것이 유아들이 사용하는 어휘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명사와 관련된 관형사, 불완전명사, 대명사의 감소 역시 언어 발달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언어사용의 세련화의 또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사의 증가 역시 언어의 세련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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