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고급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연상을 활용한 어휘 의미 지도에 대한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연상을 활용한 어휘 지도는 고급 학습자가 어휘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장할 수 ...
본 연구는 고급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연상을 활용한 어휘 의미 지도에 대한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연상을 활용한 어휘 지도는 고급 학습자가 어휘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어휘가 사용되는 사회․문화적인 맥락에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어휘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먼저 어휘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휘는 어떻게 학습되고 기억되는 것인지, 어휘가 사용되기 위해 요구되는 사회적 차원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제2언어 습득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언어학, 심리학, 사회언어학의 토대에서 어휘 교육을 위한 틀과 적합한 교수방법에 관한 시사점을 찾았다. 특히 사람의 개념 체계는 지각과 신체활동 및 사회적 경험에 근거한다는 인지언어학적 관점은 어휘의 언어 내적 요소만이 아니라 어휘를 지각하고 사용하는 언어 사용자의 인지적 측면에 관심을 끌어옴으로써 백과사전적 요인과, 신체 경험, 정서, 기억, 문화적 배경과 같은 여러 요인이 어휘 교육에 자연스럽게 결부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 어휘교육의 큰 틀을 구성하고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과의 상관성 속에서 한국어 어휘 능력이 무엇인지 고찰하였으며, 어휘 능력의 향상을 이끌 수 있는 어휘 교육의 내용 요소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어휘 교육의 내용 요소가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이 제시하고 있는 어휘 교육의 목표와 내용에 부합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의미를 중심으로 한 어휘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되었다. 한국어 고급 학습자는 상황과 문맥에 알맞게 어휘를 구사하기 원하고 어휘가 지닌 문맥적 의미 외에 내포적 의미를 깊이 있게 처리하고자 한다. 그런데 고급 학습자는 학습을 통해 배운 어휘나 삶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어휘를 미루어 짐작하여 사용하는 일이 많다. 문제는 이 앎이 부분적이어서 추론이 잘못된 경우에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고, 추론이 성공하였더라도 정확한 의미를 아는 것 없이 짐작한 의미라는 점에서 잠재적 오류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면서 상황에 따른 쓰임을 부분적으로 알아 기능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어휘의 의미를 오롯이 알아 가기 위해서는 어휘에 대한 개념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어휘 교육은 많은 단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단어의 의미를 깊이 있게 처리할 수 있는 질적 어휘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고, 언어 기능을 통한 어휘 적용의 기회를 주면서 어휘를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적절하게 구사하는 전략까지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면에 연상을 통한 어휘 교육이 적합하였다. 연상을 이용한 어휘 교육은 어휘가 사용되는 맥락에서 어휘가 지닌 유연성과 창조적인 면을 부각시킬 뿐 아니라 지시적 의미와 맥락적 의미, 나아가 정감적 의미를 다루는 장점이 있다.
연상을 이용한 어휘 교육의 유용성은 크게 연상을 촉발하는 요인, 연상을 통해 활성화되는 어휘 관련 지식, 연상을 이용한 어휘 학습 전략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연상을 촉발하는 요인에 따라 언어 내적 요인과 언어 외적 요인으로 구분된 연상 관계를 통해 어휘를 학습하는 것은 어휘의 의미와 어휘의 배열 관계, 어휘의 사용 면에서 유용하였다. 연상이 진행되는 방식이 발산적인지, 수렴적인지, 혹은 통합적인지에 따라 연상을 통해 활성화되는 어휘 관련 지식이 확대 혹은 축소될 수 있다. 연상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단어들을 무리지어 구조를 부여하면 구조화된 단어 무리는 더 큰 맥락으로 확장하거나 맥락을 한정하는 학습자의 능동적 역할에 의해 이해와 표현의 틀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요컨대 연상 촉발 요인은 단어의 내적 구성을 이해하고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을 이해하는 지식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연상 진행 방식은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에 필요한 지식을 끌어오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연상을 통해 학습한 어휘는 쉽게 기억되며 기억하는 기간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어 어휘 학습에 연상을 이용하는 것은 효과적인 어휘 학습 전략이 될 수 있다.
한국어 학습에서 고급 수준을 갖춘 학습자가 한국인의 머릿속 어휘 구조와 어느 정도 유사한 면모를 보이는지 확인하고 고급 학습자를 위한 어휘 지도 방법을 탐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에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의 품사를 구분하여 모두 50개의 단어를 선정하고 100명의 한국인과 100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연상 실험을 실시하여 그 내용을 대비하였다. 연상 실험은 단어들이 어떠한 관계 속에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머릿속 사전의 단초를 밝혀 준다. 연상 실험 결과 고급 한국어 학습자는 한국인과 거시적인 큰 틀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고급 학습자로서 한국어 학습 기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표준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인의 언어 경험을 체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사회의 사회․문화적인 요소를 큰 문제없이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차이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첫째, 자극어의 품사와 관련한 연상 유형에서 한국인은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자극어에서, 외국인은 명사, 동사, 형용사 자극어에서 타 품사 연상어보다 명사 연상어를 제시하는 경향이 높았으나, 외국인은 동사, 형용사, 부사 연상어를 한국인의 거의 2배나 제시하였다. 둘째, 자극어에 대한 연상 내용에서 외국인은 다양한 연상 반응을 보이고 한국인은 동일한 내용을 연상하는 정도가 높았다. 다양한 연상은 명사>부사와 형용사>동사 자극어순으로 이루어졌다. 심상성이 강한 명사나 수식 기능이 있는 형용사나 부사는 다양한 연상을 보이는 반면 동사의 경우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약하고 수식하는 기능도 없어 연상 반응에서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연상 요인과 관련해서 한국인과 외국인에게서 두드러진 차이는 한국인은 외국인에 비해 의미적 관련성을 지닌 요소를 연상하는 일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동음어나 동일 어족의 활용형이 높게 나타났고, 의미적 관련성은 없어도 동일한 품사를 지닌 단어를 연상하는 일이 많았다. 외국인은 관용 표현의 일부를 연상어로 제시하는 결합 관계를 제외하고 모든 결합 관계에 의한 연상에서 한국인보다 우세하였다. 한국인의 경우에는 자극어에 대해 유의, 상징, 하위 관계 연상어를 제시하여 의미를 정교하게 다룰 수 있음을 보였으나 외국인은 화용적 맥락에서 유의어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유의 관계로 연상하는 경향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인보다 외국인의 연상 내용에서 결합 관계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은 외국인보다 자극어의 속성, 내포 의미, 문화적 내용, 정서적 반응에 의한 연상어를 풍부하게 제시하였다.
연상 실험 결과에 근거하여 어휘량을 늘리면서 어휘의 질적 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방안과 읽기와 쓰기의 언어 기능 속에서 연상을 통한 어휘 학습의 심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핵심어에 의한 연상, 단어들 간의 연관성 찾기와 같이 연상을 통해 어휘 관계를 형성하고 발견하는 활동을 통해 다량의 어휘 학습이 가능함을 보였다. 단어의 의미를 깊이 있게 처리하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연상을 통해 단어의 정서적 의미, 단어 사용자의 인지적 의미,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며 단어에 대한 앎을 지속적으로 심화하기와 의미의 가치를 판단하고, 소통 맥락에서의 적절한 의미를 탐구하며, 섬세하고 정교한 어휘 구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활동을 제시하였다.
또한 의미 구성 과정으로서 읽기와 쓰기 과정에 연상 활동을 도입하여 어휘 지식의 활용과 어휘 의미의 발견에 초점을 두었다. 연상을 이용한 읽기에서는 단어들이 맺는 관계를 이해하고 추론하기 활동을 하였으며 문맥과 배경지식을 동원한 연상 활동을 제시하였다. 연상을 이용한 쓰기에서는 단어들이 맺는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조직하기에 주안점을 두고 의미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연상된 내용을 풀어 놓는 발산 연상을 통해 창의적인 내용을 이끌어 오는 것이 유용하며 창안된 생각을 조직하기에는 내용의 유기적 연결을 위해 주제에 수렴하도록 하는 연상 과정을 거쳐야 함을 보였다.
연상을 통한 어휘 학습은 학습자가 단어를 기억하고 사용할 때 그 단어와 관련된 무수한 정보를 어떤 모습으로 범주화하고 조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시 말해 학습자의 머릿속 사전의 일부를 보여 줌으로 학습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확장할 수 있게 해주고 관련 단어를 상황 맥락에 맞게 재조직할 수 있는 유연한 학습이 되게 하며, 이 과정 속에서 어휘의 의미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힘을 기르고 어휘를 유의미한 방법으로 기억하도록 한다는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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