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현대 일본어와 한국어 조건표현의 대조․고찰을 목적으로 한다.
반사실적 조건은 선행절이 미실현인 점에서는 가정조건과 같지만 후행절에 과거형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
본고는 현대 일본어와 한국어 조건표현의 대조․고찰을 목적으로 한다.
반사실적 조건은 선행절이 미실현인 점에서는 가정조건과 같지만 후행절에 과거형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조건과 다르다. 그리고 한국어에는 과거사실의 반대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반사실적 조건에만 쓰이는 형식이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독립된 조건표현의 한 형태로서 순접조건표현과 역접조건표현에 반사실적 조건을 가정조건과 따로 분류하였다. 또한 본고에서는 일본어와 한국어의 순접조건표현뿐만 아니라 역접조건표현도 함께 대조․고찰하였다.
본고에서는 조건표현을 순접조건표현과 역접조건표현으로 나누고, 다시 그 하위분류로 항상조건, 가정조건, 반사실적 조건, 확정조건으로 나누었다. 각 조건표현을 나타내는 일본어와 한국어 형식은 용례 중심으로 의미와 용법을 대조․고찰한 결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항상조건을 나타내는 일본어 형식에는 ‘ト’, ‘バ’, ‘タラ’가 있고, 한국어 형식에는 ‘-면’, ‘-어야’가 있다. ‘ト’, ‘バ’, ‘タラ’와 ‘-면’은 모든 용법에 대응시켜도 자연스럽지만, ‘-어야’의 경우는 ‘속담’을 제외한 타 용법에서 ‘ト’, ‘バ’, ‘タラ’와 직접 대응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이는 ‘-어야’가 항상조건을 나타내는 기능은 있지만 의미적으로 필수적 조건을 나타내는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속담’의 경우에는 내용에 따라 ‘-어야’가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2. 순접가정조건을 나타내는 일본어 형식에는 ‘ト’, ‘バ’, ‘タラ’, ‘ナラ’가 있고, 한국어 형식에는 ‘-면’, ‘-거든’, ‘-어야’가 있다. 서술적 발화와 수행적 발화의 모든 용법에 ‘タラ’와 ‘-면’은 사용되지만, 타 형식은 제약을 보이고 있다. ‘ト’는 서술적 발화와 수행적 발화의 ‘추측’용법에만 사용되고, ‘ナラ’는 수행적 발화의 모든 용법에 사용된다. ‘バ’는 서술적 발화에서는 사용되지만, 수행적 발화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거든’은 수행적 발화의 ‘명령’, ‘제안’, ‘의문’, ‘의지’용법에 사용되고, ‘-어야’는 수행적 발화의 ‘의문’, ‘의지’, ‘추측’용법에 사용된다.
3. 순접 반사실적 조건을 나타내는 일본어 형식에는 ‘バ’, ‘タラ’, ‘ナラ’가 있고, 한국어 형식에는 ‘-면’과 ‘-면’에 선어말어미가 합쳐진 복합 형태인 ‘-다면’, ‘-더라면’, ‘-었으면’과 ‘-던들’, ‘-어야’가 있다. 순접 반사실적 조건은 선행절과 후행절이 모두 거짓인 경우와 선행절은 참이고 후행절만 거짓인 경우, 그리고 선행절의 시제에 따라 각 형식의 용법이 달라진다. 특히 ‘-었더라면’, ‘-었던들’, ‘-었어야’의 경우는 항상 선행절이 과거사실의 반대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에 한해서 쓰인다는 특징이 있다.
4. 순접확정조건을 나타내는 일본어 형식에는 ‘ト’, ‘バ’, ‘タラ’, ‘ナラ’가 있고, 한국어 형식에는 ‘-면’, ‘-거든’, ‘-자’, ‘-니(니까)’, ‘-더니’, ‘-었더니’가 있다. 이들 형식들은 후행절의 시제에 따라 대응하는 용법이 다르다.
5. 역접가정조건을 나타내는 일본어 형식에는 ‘テモ’가 있고, 한국어 형식에는 ‘-아도’, ‘-더라도’, ‘-ㄹ지라도’가 있다. 이들 형식들은 선행절이 성립되어도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후행절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각 형식들은 모두 전제가 되는 문의 ‘역조건’이라는 점과 선행절의 함축의미까지도 포함하여 가정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6. 역접 반사실적 조건을 나타내는 일본어 형식에는 ‘テモ’가 있고 한국어 형식에는 ‘-아도’, ‘-더라도’, ‘-ㄹ지라도’가 있다. 역접 반사실적 조건은 후행절에서는 선행절의 내용이 성립되어도 영향을 받지 않고 결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의 내용을 기술하는 점과, 선행절이 후행절 성립의 유일한 조건이 아니라 충분조건이라는 점은 일본어와 한국어 형식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선행절이 과거사실의 반대를 나타내는 경우, ‘テモ’는 과거시제를 나타낼 수 없는데 반해 ‘-아도’, ‘-더라도’, ‘-ㄹ지라도’는 항상 과거시제 형태소인 ‘-었(았)’과 접속한 형태로 쓰인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7. 역접확정조건을 나타내는 일본어 형식에는 ‘テモ’, ‘ノニ’가 있고, 한국어 형식에는 ‘-아도’, ‘-더라도’, ‘-ㄹ지라도’, ‘-는데도’가 있다. ‘テモ’와 ‘-아도’, ‘-더라도’, ‘-ㄹ지라도’는 선행절이 유일한 조건이 아니라 선행절 이외의 조건도 후행절이 성립되는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ノニ’와 ‘-는데도’는 역접적 사태에 대한 화자의 예상 밖에서 오는 ‘의외․놀라움․납득할 수 없다는 느낌’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본고에서는 선행연구에서 다루지 않은 역접조건표현의 일․한 대조를 한 점과 반사실적 조건을 가정조건과 따로 분류한 점, 그리고 일본어 조건표현 형식과 대응하는 다양한 한국어 조건표현 형식을 고찰 대상으로 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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